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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건물·수탈 흔적… 치욕인가? 유산인가?

▶▶치욕의 상처 없애야
복원한 옛 안양 서이면사무소
주민들 “친일잔재” 철거 요구
도, 항일독립 유적지에 안내판
문화관광·역사교육 현장 활용

▶▶부끄러운 과거도 역사
일제 수탈 현장인 광명동굴
테마파크로 개발 관광명소화
인천, 개항 때 日人 거류지 복원
다크 투어리즘 자원으로 이용


위안부 문제 등 여전한 일제강점기 상처 속에 당시 건축물과 수탈 흔적 등을 둘러싼 존폐 논란이 계속되는가 하면 ‘아프고 부끄러운 과거도 역사다’라는 인식 속에 교훈으로 승화하고 관광자원화하는 다크 투어리즘도 활발해져 관심을 모으고 있다.

먼저 안양 옛 서이면사무소의 경우 20년 가까이 문화재 찬반 논란 속에 갈등을 겪고 있다.

이 건물은 1941년 10월까지 서이면사무소로, 1949년 8월까지 안양면사무소로 사용되다 안양의 읍 승격 이후 읍청사 신축과정에서 개인에게 매각돼 병원과 음식점 등으로 사용됐다.

이후 도는 지역의 유일한 고건물로 가치가 있다며 2001년 1월 경기도문화재자료 제100호로 등록했고, 시는 29억2천700여만원을 들여 매입한 뒤 복원작업 후 2003년 12월 일반에 공개했다.

그러나 해체·복원 과정에서 상량문에 ‘조선을 합해풍을 삼았다. 새로 관청을 서이면에 지음에 마침 천장절(일왕의 생일)을 만나 들보를 울린다’는 경술국치 정당화와 찬양 내용의 글이 발견되고 초대 면장이 조선총독부로부터 두차례 훈장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친일 잔재 복원 논란이 불거졌다.

2016년에는 이전 요구 여론에 따라 시가 도에 문화재 지정 해제를 신청했지만, 도문화재위원회는 근대화 과정의 아픈 역사가 보존돼 있다며 부결했다.

안양1번가 상인과 주민들은 “일제 잔재인 서이면사무소가 안양역 인근 최대 상가 밀집지역인 1번가에 자리 잡아 지역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며 문화재 지정 해제와 이전을 요구하고 있지만 시는 관망하는 상태다.

반면 비극적인 역사의 현장을 돌아보며 교훈을 얻는 다크 투어리즘으로 활용해 변모에 성공한 사례도 있다.

광명시의 랜드마크로 굳게 자리잡은 광명동굴은 1912년부터 1972년까지 금, 은, 동 등을 채굴하던 금속광산으로 채굴 광물은 1931년까지 일본에 보내지는 등 일제 수탈의 현장이자 버려진 폐광으로 남아있었다.

이후 시가 2011년 사들인 뒤 와인레스토랑과 공연장, 전시관을 갖춘 동굴테마파크로 개발, 2015년 다시 문을 열었고 지금은 연간 100만 명이 넘게 다녀가는 관광명소로 탈바꿈했다.

특히 광명동굴 입장료 수익의 일부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해 쓰여 지난해에는 위안부 피해자 쉼터인 광주 나눔의 집에 5천600만 원이 전달됐다.

이밖에 인천시는 1883년 인천항 개항 후의 일본인 거주지를 복원, 일본제1은행, 제18은행 등 1890년대 건물을 박물관으로 리모델링하고 일본 거리도 재현했다.

경기도는 한걸음 더 나아가 독립운동과 근대유산을 활용하기 위해 광역지자체 최초로 ‘항일운동 유적 발굴 및 보존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도는 7천700여건의 항일 독립운동 유산을 확인, 257곳을 관광지와 연계해 문화관광 및 역사교육 현장으로 활용할 계획이며 항일 유적지 64곳에는 안내판과 동판도 설치한다.

독립운동가 후손인 이형진씨는 “건물이 없어진다고 역사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부끄러운 역사도 역사”라며 “일제 잔재라고 모두 없애버리면 역사적 교훈은 책에서나 찾아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양=윤덕흥·박건기자 90vir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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