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19 (목)

  • 흐림동두천 29.8℃
  • 흐림강릉 27.2℃
  • 구름많음서울 31.7℃
  • 구름많음대전 33.4℃
  • 구름많음대구 32.9℃
  • 구름많음울산 32.7℃
  • 구름조금광주 35.3℃
  • 맑음부산 33.7℃
  • 구름조금고창 35.6℃
  • 소나기제주 31.9℃
  • 구름많음강화 30.0℃
  • 흐림보은 30.3℃
  • 구름많음금산 32.5℃
  • 맑음강진군 34.7℃
  • 흐림경주시 33.6℃
  • 맑음거제 33.7℃
기상청 제공

[강박사의 시선]리더의 결정은 훗날 평가된다

 

중일전쟁 과 한국전쟁을 비롯 오랜 전쟁을 치르면서 중국은 경제 침체기에 빠졌다. 1949년 중국 인민의 뜨거운 지지를 받았던 모택동은 경제 안정책을 강조했고 식량 증산을 독려하기 위해 농촌을 방문하는 중에 참새가 벼 낟알을 주워 먹는 참새를 가르키며 말했다. “참새가 쪼아 먹는 쌀알만 지켜내도 수확량은 증가한다.” 모택동의 이 한마디에 ‘참새 섬멸 총 지휘부’가 만들어졌고 그 날 이후 참새, 파리, 쥐, 모기를 4해(害)로 지정, 대대적인 박멸운동에 들어갔다.

덩달아 국영 연구기관은 ‘참새 1마리가 매년 곡식 2.4㎏을 먹어치운다’는 보고서를 내 놓았고 참새만 박멸해도 70만명이 먹을 곡식을 더 수확할 수 있다며 모택동의 혜안에 찬사를 보냈다.

공산당을 이끌며 막강한 권력을 가진 그의 한 마디에 수많은 사람이 동원되어 방방곡곡에서 대대적인 참새 소탕작전이 벌어졌다. 어른들뿐 아니라 아이들도 새총을 들고 다니면서 참새를 잡는 일에 동원 되었고, 참새가 이리저리 쫓겨 날다가 지쳐서 떨어질 정도로 10억 인구가 냄비와 세숫대야를 두드리며 쫓아다닌 노력으로 참새는 멸종지경에 이르렀다.

이렇게 곡식 낟알을 쪼아 먹는 ‘해로운 새’들이 사라지니 농촌은 더 좋아졌을까? 참새 소탕 작전이 성공적으로 끝났고 이제 곡식 수확량이 늘어날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는데 현실은 정반대였다. 참새가 사라지자 메뚜기를 비롯한 해충이 창궐했고 농작물은 초토화 되었다. 그동안 참새가 곡식 낟알을 먹는 건 사실이지만, 곡식만 먹는 게 아니라 곡식을 갉아 먹는 해충도 잡아먹었던 것이다.

참새는 농작물을 해치는 ‘해로운 새’이기도 하지만 ‘이로운 새’이기도 했다. 그 많던 참새가 사라져 버리자, 이제는 해충들이 번성하였다. 해충들은 참새처럼 이로운 작용도 하지 않았기에 곡식 생산량은 대폭 줄어들었고, 그 결과 중국은 1959년에 역사에 남을 정도의 대 흉년을 맞이하였다. 이 흉년 때문에 굶어 죽은 사람이 공식발표로만 1천만 명이고, 최대 4천만 명이 아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대참사가 일어났다.

2차 대전 당시 소련의 사망자가 2천만 명을 헤아리는데, 중국에서는 전쟁이 일어난 것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전쟁에 필적할 사망자가 나온 것이다.

그리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태풍과 홍수까지 일어나는 바람에 농업 생산량은 더욱 떨어져서 중국은 1961년까지 대기근을 겪게 되었다.

뒤늦게 잘못을 깨달은 중국 정부는 소련 정부에 요청하여 연해주의 참새 20만 마리를 긴급히 공수해야 하는 웃지 못할 일과 더불어 참새 학살극도 종결되었다. 그럼에도 중국의 참새 개체 수는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서 90년대에도 병아리를 풀어 해충을 잡아먹게 할 정도였다고 전해진다.

이와 같이 리더의 말 한마디 그리고 정책적 판단은 자칫하면 재앙적 사태로 이어지게 된다는 교훈이 아닌가 싶다. 국가 경영을 비롯 크고 작은 조직의 정책을 수립하는데 있어 리더의 결정과 말 한마디는 매우 중요하다. 결정에 대한 배경 그리고 과정과 더불어 결과에 대한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지도자는 사람을 잘 가려 쓸 줄 아는 지혜가 있어야 한다. 리더는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키는데 참모는 손가락을 쳐다보고 오류를 실행하기 때문이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민생관련 정책이나 결정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고전이라 여겨지는 모택동과 참새 이야기는 결코 남의 얘기로 치부해 볼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하나를 얻기 위하여 아홉을 잃게 되는 즉흥적인 결정으로 다수의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게 되고 고통에 이르게 된다는 것을 헤아릴 줄 아는 것은 모든 리더에게 있어야 할 덕목이라 싶다. 아울러 리더를 둘러싸고 있는 참모들의 지나친 충성심도 경계해야 할 이유라 여겨진다. 2018년 오늘에도 참새를 잡으라 하는 지도자와 참새를 잡기위한 어리석은 정책을 실행하는 생각 없는 관리가 존재한다는 것은 매우 슬픈 일이다.

 







배너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