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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는 이도 없고, 집 밖이 더 나아요”

가정폭력 피해 나온 아이들
강한 시설 규율에 못 버티고
숙식 위해 자발적 성매매도
돌아갈 곳 없어 쓸쓸한 명절

추석, 갈 곳 없는 가출 청소년

“명절이라도 집에 가고 싶지 않아요. 반기는 사람도 없고, 부모님 만나는게 불편해요. 저희같은 애들은 집에 가고 싶어도 갈 수도 없고, 갈 곳이 없는 애들도 많아요”

민족 최대 명절인 한가위에 집으로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이들이 있다. 바로 가출 청소년들이다. 한창 보호받고 희망찬 미래를 설계해야 할 이들에게 명절은 넘을 수 없는 벽 자체가 된지 오래다.

전국 청소년들 사이에 ‘성지’로 불릴 만큼 청소년들이 많이 몰리는 거리인 수원역 인근 로데오거리에서는 가출 청소년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시설에 거주한다는 나모(18) 군은 군인 출신의 가부장적이고 강압적인 아버지를 피해 16살 때 처음 집을 나왔단다.

“아버지는 너무 강압적이어서 말도 안통하고 때론 심하게 때리기도 했다. 어머니도 내 얘길 들어주지 않았다”고 가출 이유를 설명했다.

가출 이후 몇차례 집을 찾아가기도 했다는 나군은 “명절이라고 다르진 않다. 가족들이 나를 어색해 하고 불편해 한다. 그나마 한살 터울 남동생만 형 대접을 해줬고, 6살 여동생은 알아보지도 못했다”며 “부모님이랑 사이가 틀어져 보는 게 불편하고, 차라리 친구들과 지내는 편이 가족을 위해서도 낫다”고 말했다.

수원역에서 만난 박민주(가명·19)양은 “14살 때 가정폭력을 피해 가출한 뒤 전국을 떠돌며 공원이나 건물 계단, 무인 편의점 등에서 노숙도 많이 해 봤다”며 “첫 가출 때는 나흘동안 아무것도 못 먹고, 잠도 제대로 못자면서 성매매도 두렵지 않았다. 주변에 자발적으로 성매매를 하는 친구들도 적지 않다”고 털어놨다.

이어 “시설에도 가봤지만 규율도 강하고, 부모님께 연락이 가서 결국 시설에서 나오게 된다”고 토로했다.

가출 3개월 차로 친구집과 찜질방을 오가고 있다는 김민지(가명·18)양은 “사업 부도 후 이혼한 아버지는 할머니네 얹혀 살고 엄마는 새 남자친구가 있는 것 같다”며 “돈도 다 떨어졌고, 친구들도 명절에는 집에 간다고 해 고민이다. 가고 싶지만 갈 집이 없다”고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대부분의 가출 청소년들은 명절을 가족과 보내는 친구들이 부럽다고 했다. 집은 가고 싶어도 사실상 갈 수 없는 곳이 된 청소년들의 문제는 이미 사회적인 화두로 떠오른 상태다.

수원의 A가출청소년 거주시설을 운영중인 김모씨는 “비록 여러 이유로 가출 했지만 명절이면 아이들이 많이 우울해 해 놀이시설 등 가족이 많이 모이는 곳을 피해 인근 바닷가라도 같이 가려 한다”며 “우리 사회가 그 어느 때보다 가정해체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경자 경기도청소년상담복지센터 위기지원팀장은 “청소년들의 문제원인 대부분이 가족과 사회로 아이들이 나쁘다고 낙인 찍지만 사실 그렇지만도 않다”며 “명절이면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여러 행사가 마련되지만, 가출 청소년을 위한 프로그램은 없다. 집에 갈 수 없는 아이들을 한번 돌아보고, 따뜻한 시선은 물론 배려와 나눔의 손길이 함께 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안직수기자·임하연수습기자 js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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