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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함께’ 손잡고 살고 싶은 정왕본동 만들어요

마을공동체-지역 문제 해결하는 ‘더불어 함께’
뜨내기 많은 ‘이주민 마을’ 시흥 정왕본동
사회·경제·문화복지 등 인프라구축 취약

지난해부터 마을활동가 양성… 50여명 결실
마을회의로 치안문제 등 지역현안 해결 솔선

음식으로 문화 이해하는 ‘공유부엌프로그램’
다문화가정 등 참여 만든 음식 이웃과 나눔

외국인 어르신 고충 해소 ‘고수의 교실’ 운영
주 1~2회 환경캠페인으로 마을정화 앞장

 

 

 

 

결혼이주민여성, 다문화가정, 외국인노동자 등 소통이 어렵고 문화가 다른 이들에게 타지인 한국에서의 공동체활동을 기대하기는 쉬운일이 아니다. 원룸중심의 주택단지도 1인 가구가 많아 마찬지다.

시흥시 정왕본동은 다문화가정, 외국인노동자, 원룸 주택단지 등 이 모든 것을 안고 있는 마을이다. 올해 9월 기준 정왕본동의 총 인구수 3만6천354명 중 내국인이 1만3천537명, 외국인이 1만3천537명으로 구성돼있다. 이 가운데 내국인의 1만505명이 1인 가구로 70%를 차지하고 있고, 다문화가정 등이 1천62가구, 차상위계층이 472가구다. 정왕본동은 이주민 단체로 불리기도 한다. 인구 유입과 전출이 타 지역보다 많은데다 최근 3~6개월간에 걸쳐서는 전출율 50%를 기록하고 있어서다.

이렇다 보니 정왕본동은 사회·경제교육, 문화복지 등의 인프라구축에 취약한 마을이기도 하다. 이런 정왕본동을 위해 나선 단체가 있다. 바로 시흥마을교육네트워크다.
 

 

 

 

 



지난해 2월 시흥마을교육네트워크는 빈 어린이집에 공간조성으로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기존의 어린이집이 다른 곳으로 이전하게 되면서 5년 동안 비어있던 곳에 시흥마을교육네트워크가 자리 잡았다.

아무도 사용하지 않고 많이 허물어져 있던 어린이집 건물 주인이 지역주민이나 청소년들에게 교육공간으로 활용하는 단체가 있으면 무상으로 임대를 해주겠다는 말에 시흥마을교육네트워크가 나섰다. 무상임대 협약식에 이어 마을공동체지원 공간조성사업을 통해 같은해 12월 28일에 공간조성을 마치고 개소식을 가졌다. 건물의 이름은 ‘아시아스쿨’로 명명했다.

시흥마을교육네트워크 이후 운영관련 교육청에 위탁공모에 당선, 사단법인 ‘더불어함께’로 재탄생했다. 마을공동체를 위한 행정이나 프로그램진행 등에 보다 탄력을 받게 된 것.

더불어함께는 총 50여명의 마을활동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더불어함께는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양성과정을 통해 마을활동가를 육성해 왔다.

정경 더불어함께 대표는 “우선은 지난해부터 해오던 교육과정을 유지중이다. 수다방 등 소그룹 형태의 누구나 쉽게 지속적으로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게 목표”라고 말했다.

마을 활동가 양성과정 등의 교육 형태는 주민 참여율이 저조해 이같은 형식을 취하게 됐다는 게 정 대표의 설명이다.

정 대표는 “만나서 소통하는 것으로 접근해야하는데 대부분이 교육과정에 참여하라 유도하니 참여율도 낮고, 마을 공동체 활동가 육성에도 어려움이 많은 것”이라고 말했다.

소통하면서 그들의 생각을 끄집어내고 들으면서 관찰시키는 역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더불어함께는 정왕본동에서 공동체활동에 대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하지만 다문화가정, 결혼이주민, 외국인노동자 등의 지역주민특성으로 공동체활동 참여는 매우 저조했다.

정 대표는 “공동체 활동이나 지속적으로 지역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들은 건물주 외에는 없다”며 “하지만 그런 건물주들 마저 대부분 임대사업자들이기 때문에 외지인인 경우가 많다”며 공동체 형성이 어려운 점을 설명했다.

이어 “원룸촌이다 보니 쓰레기, 주차 문제 등이 많고 특히 꼭 외국인 때문은 아니지만 정주 의식이 없는 곳이다 보니 치안문제도 많다”고 덧붙였다.

원룸건물 하나에 20가구가 넘고, 때로는 외국인들이 모여 한 가구를 이루기도 한다는 게 정 대표의 설명이다.

정왕본동의 행정복지센터는 민원이 다른 타 지역보다 굉장히 많다. 일반 가정같은 민원이 아닌 외국인 등의 업무가 많다 보니 지역의 실질적인 현안에 대한 해결방법이 어려운 상태다.

이에 더불어함께는 마을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정왕본동의 지역특성들을 감안, 지역의 현안들을 사람들이 모여 함께 고민하고 해결할 수 있는 방안들을 논의해보자는 취지에서다. 또 회의를 통해 마을 공동체활동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하고 있다.

더불어함께는 공유부엌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정왕본동의 맞손동네관리소와 시흥의 새미래협동조합과 함께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다.

 

 

 

 

1인가구와 다문화가정이 많은 정왕본동은 옆집사람에 대한 이해가 거의 없다는 점을 해결하자는 게 프로그램 기획 의도다.

프로그램의 초점은 우리나라 음식뿐만 아니라 나라별 음식 등을 체험, 음식을 매개로 각각의 문화를 이해하는 게 핵심이다. 참여자는 주로 다문화가정의 결혼이주민여성, 지역주민 등이다. 프로그램은 각 차수별 3회씩, 총 3차례에 걸쳐 진행된다.

프로그램을 통해 만들어진 음식은 홀로사는 어르신들이나 2~3교대로 끼니를 잘 챙기지 못하는 외국인 노동자들, 한부모 가정 등에 나눠지고 있다.

또 더불어함께는 아시아스쿨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고수의 교실’도 운영중이다. 한글을 몰라 주민센터에 민원조차 내지 못하는 외국인 어르신들의 어려움을 상담 등을 통해 해결해 주는 프로그램이다.

십자수교실, 오카리나 교실 등을 운영하고 있다. 또 목소리 프로그램을 진행해 정왕본동에 살면서 어려웠던 점, 지역의 사는 사람들의 소소한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아시아스쿨을 중심으로 주택지역부터 시작하고 이웃과 이웃이 만날 수 있는 접점을 만드는 것에 중점을 뒀다.

아시아스쿨 건물 앞 약 100m의 거리를 ‘아시아스쿨로’로 정해 주 1~2회 환경캠페인도 벌인다. 환경캠페인은 단순히 알리는 데 목적을 둔 게 아니라 환경미화원과 마을활동가, 청소년, 청년들이 모여 마을 주변의 쓰레기를 직접 치워 개선시키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정 대표는 “시에서 쓰레기 환경 개선에 많은 시도를 했으나 실질적인 성과는 좀처럼 내지 못했다”며 “무단투기도 있지만 파지 줍는 사람들이 쓰레기봉투 속 필요한 재활용 물건을 꺼내가면서 쓰레기 2차 문제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단속반을 연결해 현장 사진 찍어서 보내고 주변청소를 하면서도 밑 빠진 독에 물붓기라는 생각이 들어 기획했다”며 “우리가 지속적으로 보여주고 이루어져야 주민들에게도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여원현기자 dudnjsgus1@


 

 

 

 

 



- 외국인들의 공동체 참여 유도가 쉽지 않아 보인다.

▲ 그들의 문화를 알아야한다. 특히 정왕본동에는 중국인들이 많다. 그들은 간섭하는 것을 싫어한다. 뭉치지 않고, 공짜로 주는 것도 싫어한다. 공짜니까 와서 받아가라 하면 쉽게 오는 사람들이 아니다. 왜 그럴까 생각을 해봤는데 그 들은 소유욕이 강하고 나눔을 잘 모른다. 지역 환경을 위해 쓰레기 문화를 알려줘도 쉽게 안한다. 왜냐하면 그들의 문화는 비닐봉지에다가 음식을 사와 그 것을 먹고 버리는 게 습관인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습관처럼 해오던 일을 어느날 하지 말라하면 말이 안된다. 그들에게 분리수거를 알리기 위해선 교육을 해야한다. 참여가 안되서다. 결국 1대 1로 만나 관계 맺고 문화를 공유했다. 어렵다고 포기하며 안 된다. 그래서 끊임없이 만나서 얘기하려고 한다.

- 마을공동체 지원사업을 하면서 느낀점은.

▲ 모든 사업은 사람이 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업들이 프로그램을 하라고 한다. 하지만 그 것을 관리해주고 챙겨주는 담당자가 없으면 지역주민들, 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한계가 있다. 이들이 전담으로 맡아서 하고 프로그램을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방향성을 제시하고 설정할 수 있는 한사람의 담당인력, 한사람의 코디가 있어야하는데 대부분 사업들은 그런 것들이 없다. 마을공동체 지원사업은 전체 예산의 30%를 이같은 인력운영에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게 강점이다. 지역에 필요한 프로그램 하나를 기획하고 실행할 수 있는 활동가가 만들어지는 데 3년 이상 걸린다. 이는 결국 일자리 창출과도 연계된다. 단순히 프로그램 하나를 만드는 게 아니라 사람을 양성하면 3~4가지 이상의 프로그램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다.

- 앞으로의 목표는.

▲ 우리는 마을의 정책, 환경, 공동체활동 등을 통해 계속 살고 싶은 마을, 살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마을을 만들고 싶다. 현재 이곳이 살아 볼만해서 온 사람은 없다. 망해서 온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방 하나에 보증금 없이도 살 수 있는 곳이 이곳이다. 어떻게 보면 성냥갑이 아니라 성냥개비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잘 되서 나갔으면 좋겠다. ‘내가 정왕동에 살았었지, 그래 그때는 따뜻했었어, 생활은 힘들었지만 사람들은 좋았어’라는 말을 듣고 싶다. 거창한 건 없다. 여러 열악한 상황 가운데 사람들이 남기는 것, 마을에 아이들이 있다는 것, 어른들은 많은 것을 시도해 볼 수 있지만 아이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것을 생각하는 마을에 대해 고민하고 만들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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