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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롱 속 자격증 모아 이웃에 사랑 수다가 피어나는 아파트

마을공동체 - 수원 광교2동 호반마을 ‘수피아’
가사노동이 전부였던 경력 단절여성들 모여
지난 6월 경기도 마을공동체 사업에 뽑혀

회원들 리본·목공·에코백 만들기 등 재능 펼쳐
외부강사 초빙해 직접 배우고 또 주민들 나눠줘
장터에 참가해 얻은 수익금으로 어려운 이웃 기부

“회원들, 각양각생 자격증 소지하고 있어 큰 도움”

 

 

 

 

아이들 밥을 차리고, 유치원이나 학교에 등원시키기. 또 남편 출근 도와주기.

대부분의 경력단절여성 주부들의 아침 풍경이다.

이 시간이 지나면 이어지는 일은 집안 청소 등이다.

집안일까지 모두 마친 경력단절여성들은 주로 점심때쯤 같은 처지의 동네 주부들을 만나 식사를 하거나 카페에 모여앉아 커피를 마시며 남편과 자식 교육 얘기 등으로 시간을 보내게 된다.

이로 인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미루거나 마땅히 해야할 일을 찾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수원시 영통구 광교 2동 호반마을에는 이런 주부들이 모여 공방을 운영하고 있는 단체가 있다.

바로 경력단절여성 주부들이 주축이된 ‘수피아’.

수피아는 수다가 피어나는 아파트의 줄임말로 이들이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 내 상가에 공간을 마련해 활동하고 있다.

주종임 수피아 대표는 “매일 똑같은 일상이 지루한 엄마들이 모였다”며 수피아가 만들어진 배경을 설명했다.

주 대표가 처음부터 마을만들기, 공동체활동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주 대표는 아들을 대안학교에 보내고 싶었고, 이를 위해선 부모가 봉사활동을 많이 해야 한다는 얘기를 들어 봉사활동에 나서기 시작했다.

첫 봉사활동은 주민센터를 통한 마을만들기였다.

주 대표는 마을활동가로 참여하며 차없는 거리 조성을 도왔다.

광교2동의 차 없는 거리는 영통구 광교중앙로 266번길 일대에서 진행됐다.

소원지쓰기, 방향제만들기, 핸드메이드 장터, 목공체험, 미꾸라지 맨손낚시 등 각종 체험부스를 조성했다.

또 주 대표가 하고있는 마을만들기의 방향성은 매년 초 열리는 주민센터 회의를 통해 결정된다.

주 대표는 지난 3월 회의에서 광교2동 주민센터로부터 경기도가 진행 중인 마을공동체지원사업에 참여해보라는 권유를 받았다.

 

 

 

 

주 대표는 이후 주민들에게 마을공동체사업을 진행하자는 건의를 했고 주민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들은 지난 6월20일 공모를 통해 마을공동체지원사업에 선정됐다.

수피아는 14명의 주부들로 구성돼 리본, 방향제, 목공, 에코백 만드는 등의 ‘엄마들의 재능을 발휘하는 놀이터 모임’을 가졌다.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활동하는 이들은 수요일에는 외부강사를 초청해 리본, 방향제, 목공 등 만드는 법을 배웠다.

또 이들이 만든 제품을 가지고 금요일에는 주민체험을 통해 아파트 주민들에게 무료로 나눠주고 단지 내 아이들에게 만드는 법을 가르쳐줬다.

광교2동 마을만들기 협의회에서 주최하고 있는 빛가람 장터에도 참가, 자신들이 만든 리본과 머리 삔 등을 중심으로한 체험관을 운영했다.

빛가람 장터 체험관 운영을 통해 모은 수익금은 사회에 기부 중이다.

수피아 회원들이 만든 머리핀, 브로치, 방향제는 어려운 아이들을 위해 야간학교를 운영중인 할머니들에게도 인기다.

주 대표는 “할머니들이 좋은 일을 하셔서 머리핀과 브로치 등을 나눠드른 것 뿐인데 너무 좋아 하셔서 내년에는 직접 체험도 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회원중 일부는 바리스타자격증도 취득, 주민센터 등에서 행사가 있을때는 무료로 주민들에 커피를 제공하고 있다.

 

 

 

 

한달에 한번, 자체적으로 아파트 벼룩시장도 주최해 마을 주민 모두가 참여하는 시간도 마련한다.

주 대표는 “한달에 한번 운영에 불과하지만 그 자체만으로도 너무 힘들었다. 우리가 전문가들이 아니기 때문에 프로그램을 짜고, 행사 부스를 설치하는 것 등에 대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행인 점은 회원들이 대부분 공예, 목공 등의 각양각색의 자격증을 소지하고, 손재주도 좋아 도움이 크다”고 덧붙였다.

주 대표가 추구하는 공동체 활동의 방향은 참여 회원으로 하여금 ‘나도 무언가를 하고 있구나’라고 느끼게 하는 것이다.

주 대표는 “집값, 아이들 학교 문제 등으로 스트레스를 받거나 모여서 커피를 마시며 수다로 시간을 때우는 등의 평범한 일상에서 벗어나 공동체를 통해 나 스스로 무엇인가를 하고, 또 다같이 행복해지는 것, 그것이 바로 진정한 의미의 공동체”라고 말했다.

/여원현기자 dudnjsgus1@

 

 

 

 

“단지내 경단녀 많아 많은 회원 수용 희망”

“마을공동체활동도 확대하고 싶어”

주 종 임 수피아 대표


마을공동체를 하게된 계기는.

원래 우리아파트는 공동체 활동도 없고, 엄마들끼리 만나는 것도 서먹서먹 했다. 다른 마을에서 플리마켓하는 것을 보고 우리 마을에도 저런 것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그만 한 것이라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 그 와중에 마을만들기와 경기도의 마을공동체지원사업을 통해 주민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당초에는 지원된 500여만원 예산으로 소소하고 마을을 위해 하고 싶은 것을 하자는 생각이었다.



공간 마련은 어떻게.

아파트 동대표가 많이 도와줬다. 동대표도 마을 공방 같은 부분에 평소 관심이 많았다. 하지만 대부분 남자고, 나이가 있다보니 추진에 어려움이 있었던 것 같다. 수피아를 통해 마을에 활기가 더해지다 보니 주민들의 관심도 더 커지고 있다.



지향하는 방향은.

아파트 단지내에 아이들이 많다. 이는 경력단절여성 엄마들도 많다는 의미다. 하지만 수피아 공간이 협소해 이들을 다 받아들일 수가 없다. 앞으로는 공간을 더 넓혀 원하는 엄마들을 모두 참여시키고 싶다. 또 마을공동체활동을 더 확대하고 싶다. 다른 마을공동체 단체에서 조차 부러워할 정도의 단함된 힘과 활동성을 보여주고 싶다는 말이다. 이를 위해 우선은 지금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의 노력을 할 계획이다./여원현기자 dudnjsgu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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