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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여행]소원명당 삼막 마을을 찾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연말이 되면, 가는 한 해를 잘 마무리 하고 새로 시작하는 2019년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2019년 새해 첫날 떠오를 해는 어디서 맞이해야 2019년이 좀 더 복된 나날로 이어질까. 한 번쯤 생각해봤을 즈음이다. 그래서 오늘은 소원명당 삼막 마을로 여행을 떠나보자.

삼막 마을은 안양시 석수동에 해당한다. 삼막천을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자리한 정감 있는 마을이다. 이곳에는 마을의 수호신 나무가 2그루 있다. 바로 할아버지 나무와 할머니 나무이다.

할아버지 나무는 노인정 앞에 자리하고 있는데, 500년이나 된 느티나무이다. 마을 사람들은 자신이 어렸을 때도 500년이었다며 이 나무는 ‘늙지 않는 나무’라고 재치 있는 이야기들을 한다. 군데군데 상처를 치유한 흔적에서 500년의 나이를 실감하게 된다. 하지만 시원하게 쭉쭉 뻗은 가지들이 아직도 늠름한 모습을 자아낸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의 변화로 나뭇잎의 모습이 달라지면서 할아버지 나무의 모습도 사뭇 다른 표정을 드러낸다.

이 나무는 마을의 수호신으로 ‘서낭 할아버지나무’라고 불린다. 마을 사람들은 마을 떠나 외지에 일을 보러갈 때나 또는 중요한 시험을 치르러 갈 때면 어김없이 이 나무에 와서 인사를 하고 다녀온다고 한다. 그저 큰일이 없어도 마을을 들고날 때 마을의 수호신인 할아버지 나무에게 인사를 하고 마음의 정성을 드린다.

이 할아버지 나무 옆에는 곧게 뻗은 고사목 향나무가 자리하고 있다. 원래 할아버지 나무는 이 향나무였다고 전해지고 있다. 이 향나무가 생명을 다하고 새로운 느티나무가 그 역할을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긴 세월을 함께 자리하고 있어서 일까. 얼핏 보면 느티나무의 한 가지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 할아버지 나무에는 재미있는 일화가 전해지고 있는데, 한국전쟁 직후에 어느 미군이 이 느티나무 가지를 땔감으로 쓰기 위해 가지를 잘라 가려고 했다. 그러자 마을 사람들이 신성한 나무라 안 된다고 말렸으나 아랑곳하지 않고 끝내 땔감으로 사용했다. 그런데 그날 밤 부대에 원인 모를 불이 나 피해가 컸다. 사람들은 서낭할아버지의 노여움을 산 것이라고 생각했고 지금도 때마다 정성껏 제사를 올리고 있다.

하늘 끝까지 뻗은 신령스런 할아버지나무를 경외심을 가지고 올려다본다. 내친김에 느티나무 주변을 한 바퀴 돌면서 2019년의 작은 소망들을 마음속으로 빌어본다.

할아버지 나무에서 삼막사방향으로 10m쯤 올라가면 할머니 나무를 만날 수 있다. 할머니 나무는 은행나무이다. 할아버지 나무에 비하면 그렇게 수령이 오래된 것은 아니다. 이 할머니 나무도 원래 할머니 나무는 아니다. 원래 할머니 나무는 은행나무 옆에 자리한 고사목 향나무이다. 할아버지 나무 옆에 있는 고사목 향나무와 비교하면 생김새가 예사롭지 않은 향나무이다. 할머니 나무는 1977년 대홍수 때 뿌리 채 뽑혀 떠내려오던 것을 마을 사람들이 이곳에 다시 심은 것이다. 그리고 새롭게 그 옆에 은행나무를 심었다.

은행나무 옆의 고사목 향나무의 생김새가 워낙 멋져서 많은 사람들이 이것을 사 가려고 했으나 마을 사람들은 마을의 수호신이며, 신성한 나무라 팔지 않았다. 신기한 것은 할아버지 나무나 할머니 나무 옆의 고사목 향나무들이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스러지지 않고 그 모습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말로 보이지 않는 신성한 힘이 함께하고 있는 느낌이다.

삼막 마을 사람들은 매년 음력 7월 1일과 10월 1일이 되면 이 두 수호신에게 제사를 지낸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한다. 제사를 지내고 음복을 할 때도 지나가는 모든 사람을 불러 복을 나누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 요즈음 멀리 가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가까이 안양의 삼막 마을에서 마을 사람들이 나눠주는 복을 함께 받아보는 것은 어떨까. 화려하고 거창한 소원명당은 아니지만 편안하고 정감있는 소원명당 삼막 마을에서 2019년을 준비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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