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수능 이후 고3 교실, 해결책은 무엇인가?
[특별기고]수능 이후 고3 교실, 해결책은 무엇인가?
  • 경기신문
  • 승인 2018.12.26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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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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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수광명교육지원청 교육장
홍정수 광명교육지원청 교육장

수능 이후 고3 학생들이 강릉 펜션에서 참변을 당한 사고를 두고 원인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직접적인 원인은 보일러 가스누출에 있다고 밝혀졌지만, 많은 언론은 근본적으로 수능 이후 고3 교실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수능 이후 고3 교실의 파행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동안 학교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 수능 이후 교실에 있기 싫어하는 고3 학생들을 위해 학교는 다양한 교육활동을 기획하고, 억지로라도 학생들을 교실에 잡아두기 위해 ‘전쟁’을 하다시피 고군분투하는 실정이다. 이러한 문제가 오래 지속되어 왔음에도 아직도 해결되지 못하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그것은 학생의 필요와 학교교육과정의 ‘불일치’ 때문이다. 수능 이후 고3 교실이 파행되는 원인이 단순히 학생들의 학업 스트레스 해소 욕구 혹은 학교의 학사 관리 부재 때문은 아니다. 수능 이후 학교에서 배우는 과목이 자신의 진로와 삶에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불일치’는 오랫동안 방치되었고, 그저 교실 수업 파행 현상의 문제만 반복적으로 지적할 뿐, 해답이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솔직히 해답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학교에서 학생 개개인의 삶과 진로에 필요한 과목과 코스를 다양하게 개설하면 된다. 그런데 이것이 왜 어려운 것일까?

문제의 핵심은 경직된 국가교육과정에 있다. 특히 불필요하게 과다한 수업시수와 학생의 과목선택권 제한에 있다. 모든 일반계 고등학생은 그들이 필요하든 안 하든 3년간 204단위의 수업을 이수해야 한다. 204단위는 매일 6.8수업시간을 3년간 꼬박 들어야 하는 수업량이다. 학생이 필요로 하는 과목을 개설하고 싶어도 빈틈없이 빽빽한 국가교육과정에서 별도의 시간을 확보할 수 없다. 이로인해 경기도교육청은 궁여지책으로 방과 후나 주말을 활용해 주문형 강좌나 교육과정 클러스터로 이러한 문제를 겨우 보완하고 있다. 하지만 이 정도의 보완책으로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안 된다.

우선 국가교육과정에서 요구하는 최소 이수단위를 204단위에서 180단위 이하로 줄여야 한다. 204단위는 3천468수업시간(class hour)이고 이것을 보통 60분 시간으로 환산하면 2천890시간이다. 외국과 비교하면 ▲핀란드 2천137시간 ▲스웨덴 2천180시간 ▲캐나다 2천475시간 ▲중국 2천160시간 ▲일본 2천158시간이다. 180단위는 2천550시간이며, 하루 6수업시간씩 3년을 이수해야하는 시간이어서 결코 외국에 비해 적은 것이 아니다.

대학을 진학하지 않는 학생들은 30% 정도이다. 그런데 이들 학생이 수능을 치르기 위한 교과목이 아니라 취업과 창업에 필요한 다양한 과목을 이수할 수 있도록 왜 하지 않는가? 이들이 대입을 준비하는 학생들과 똑같이 그 많은 수업을 그냥 듣고 있어야 하는 교육시스템을 언제까지 유지해야 하는가?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 조차도 진학에 필요한 과학, 인문, 예술, 체육 등 전문 과목을 무슨 이유로 학교 정규시간에 수강하지 못 하는가? 인근 학교 간 공동수업과 학교 밖 학습경험을 과감하게 허용하고 인정하면 안 되는 것일까?

학교자율편성단위를 94단위 이상으로 확대하여 학교가 정규시간에 학생의 필요와 요구에 따라 자율적으로 과목을 개설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 학교에는 과목개설을 추진할 수 있는 학교교육과정위원회가 있고, 이를 심의할 수 있는 학교운영위원회가 있다. 우리가 지킬 수 없는 법을 만들면 안 되듯이 지킬 수 없는 국가교육과정을 만들어놓고 학교와 학생들을 힘들게 해서는 안 된다.

학교에서 학생 개개인의 삶과 진로에 필요한 과목과 코스를 다양하게 개설하는 학생중심 교육과정은 고교학점제를 통해 가능성이 커진다. 향후 필수이수단위의 축소와 고교학점제 추진을 통하여 학생 개인의 필요와 학교 교육과정이 ‘일치’할 때 수능 이후 고3 교실 파행의 문제는 자연스레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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