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룡문]슈카쓰(終活) 연하장
[창룡문]슈카쓰(終活) 연하장
  • 경기신문
  • 승인 2018.12.27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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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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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선조들은 새해에 스승 ·부모·친척·친지 등에게 직접 인사를 하지 못할 경우에 아랫사람을 시켜 문안의 서찰을 보내던 풍습이 있었다. 묵은해를 잘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자는 것이 기본 취지다. 지금처럼 지인들에게 연하장을 보내는 풍속의 원조격이다. 서찰 받을 사람이 부재중이면 표적도 남겼다. 그리고 주인이 부재중인 집에서는 대문 안에 세함(歲銜)상이라는 옻칠한 쟁반에 흰종이로 만든 책과 붓·벼루를 놓아두고 찾아온 사람의 이름을 적도록 했다. 지금으로 치면 방명록인 셈이다.

외국의 경우 새해를 축하하는 연하장의 출발은 15세기 독일에서다. 그리고 사용이 활성화된 것은 19세기 후반 영국과 미국에서였다. 당시 영국과 미국에서 크리스마스 카드를 주고받을 때에 신년인사를 함께 하였는데, 이것이 현재 연하장으로 발전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일본을 통해서 연하장이 들어오면서 크리스마스 카드와는 달리 주로 신년을 축하하는 내용만이 담기게 되었다고 한다. 대표적인 문구로 근하신년(謹賀新年) 등을 꼽을 수 있다. 요즘은 이런 연하장 구경하기기 매우 어렵다. 다만 인터넷 연하장이 그 역할을 대신 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일본에선 여전히 연하장을 보내는 문화가 광범위하게 유지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올해 유독 인기를 끄는 연하장 문구가 있어 화제다. ‘올해로 연하장 보내는 걸 그만두겠다’고 알리는 이른바 ‘연하장 청산 선언’이 그것이다. 대부분 70대 전후의 노인들 사이에서 유행인데, 이들은 지난 수십년간 가족·친척·지인들에게 우체국에 연하장 100~200통을 부치는 게 당연하다 생각해온 사람들이다. 일본에선 이를 ‘슈카쓰(終活) 연하장’이라 부른다.

슈카쓰는 인생의 끝을 준비하는 활동, 즉 노인들의 임종 준비 활동을 뜻하는 말이다. 초고령화 사회인 일본에서 고독사 증가 등이 문제가 되면서 노인들 사이에 ‘스스로 할 수 있을 때 정리’를 하자는 인식이 퍼지면서 보편화된 개념이다. 새해의 건강과 행복을 비는 연하장에 사후 남길 메시지가 등장한 현실, 비록 일본이지만 한해가 가는 연말에 이를 접하는 마음이 씁쓸하다. /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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