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칼럼]‘모든 재산을 부인에게 이전한다’는 각서 효력 있을까
[법률칼럼]‘모든 재산을 부인에게 이전한다’는 각서 효력 있을까
  • 경기신문
  • 승인 2019.02.11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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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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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선영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안선영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A와 B는 결혼 3년차 부부로서 여전히 애정을 과시하는 잉꼬부부였다.

최근 들어 A의 퇴근이 많이 늦어지고, 출장도 잦아져 A와 B가 함께 하는 시간은 적었지만, A가 승진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에 B는 아무런 의심을 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B는 우연히 A의 양복 주머니에서 A가 출장을 간다고 했던 날 결제된 값비싼 호텔 영수증을 발견했다. 나아가 노트북 폴더에서 앳돼 보이는 여자와 연인처럼 다정하게 찍은 수십 장의 사진도 발견했다.

A는 B가 영수증과 사진을 근거로 추궁을 하자 싹싹 빌며 ‘다시는 한눈을 팔지 않겠다. 한번만 더 한눈을 팔면 B의 이혼청구에 순순히 응하고, A의 전 재산을 B에게 주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써 주고 공증까지 받아 주었다.

B는 A가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고 반성하는 것 같아 각서를 받고 A를 용서하기로 했다. 그런데 몇 달 후 또 호텔 영수증이 발견됐고, A와 같은 회사에 다니는 직장동료로부터 ‘A가 최근에 입사한 어린 친구 C와 진지하게 만나는 것 같다’는 이야기까지 듣게 됐다.

B는 집요하게 A를 추궁하며 화를 냈고, 용서를 빌던 A는 갑자기 짐을 싸서 집을 나가 버리더니, 오히려 B에게 이혼을 하자는 어처구니없는 말을 한다. 먼저 A의 이혼청구는 유효한가?

원칙적으로 혼인생활의 파탄에 주된 책임이 있는 배우자는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 다만 상대방 배우자도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는 경우 또는 상당한 기간 동안 별거를 하는 등 혼인의 실체가 해소되었다고 보이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가 허용될 수 있다(대법원 2015. 10. 29. 선고 2012므721 판결 등 참조).

위 사안에서는 A에게만 유책사유가 있는 것으로 보이고, 다른 특별한 사정은 없는 것으로 보이므로, B가 혼인을 유지할 의사를 피력한다면 A의 이혼청구는 배척되게 될 것이다.

다만 B가 A와 이혼할 의사는 있지만, A가 B와 이혼한 후 C와 적법하게 결혼해서 행복하게 사는 꼴을 도저히 봐 줄 수 없다는 오기나 보복감정에 기해 표면적으로만 이혼을 거부하고 있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라면, B의 이혼거부에도 불구하고 A의 이혼청구는 인정되게 될 것이다(대법원 1996. 6. 25. 선고 94므741 판결 참조).

한편 만약 B가 A의 이혼청구에 응할 경우, A의 전 재산은 모두 B에게로 이전될까?

A가 B에게 써 준 각서는 협의이혼을 전제로 작성된 것으로서 협의이혼이 이루어진 경우에 한하여 각서의 효력이 발생될 뿐, 혼인관계가 유지되거나 재판상 이혼이 이루어진 경우에는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대법원 2003. 8. 19. 선고 2001다14061 판결 참조).

따라서 위 각서에 따라 A의 전 재산이 B에게 이전되지 않는다.

요컨대 배우자의 외도를 용서해 주면서 받는 각서는 대부분 휴지조각에 불과하다. 더욱이 배우자의 외도에 대해 용서를 한 경우 및 배우자의 외도를 안 날로부터 6월 또는 외도행위가 있은 날로부터 2년이 지난 경우에는 이를 이유로 재판상 이혼청구를 할 수 없는데, 각서를 받았다면 이를 받고 용서를 해 주었다고 볼 여지가 있고, 적어도 각서를 받은 날 배우자의 외도를 알았다고 볼 것이므로, 그로부터 6월이 지나면 배우자의 외도를 이유로 재판상 이혼을 청구할 수조차 없게 된다(민법 제841조 참조).

참고로 A가 유부남인 것을 알면서도 C가 A를 만났다면, B는 C를 상대로 ‘C의 불법행위로 인하여 A와 B의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렀다’는 이유를 들어 B가 입은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6. 7. 12. 선고 2015가단5208903 판결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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