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동칼럼]가정의 속살 되새김질하는 5월이여
[김훈동칼럼]가정의 속살 되새김질하는 5월이여
  • 경기신문
  • 승인 2019.05.07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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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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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적십자사경기도지사 회장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 회장

꽃과 나무들의 아름다움과 푸름이 절정에 달해 황홀지경에 이르는 계절이다. 5월은 유독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연결고리가 많다. 근로자의 날, 어린이날, 입양의 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이 그렇다. 이어지는 성년의 날, 부부의 날도 마찬가지다.

사랑과 정성으로 가족을 생각하고 가정의 소중함을 돌아보는 가정의 달 5월이다. 가정은 인생의 안식처다. 행복의 보금자리다. 애정과 신뢰의 공동체다. 그런데 이런 가정의 의미가 점점 퇴색되어가고 있다. 가정은 사회의 기본 단위다. 가정이 해체되면 사회적 기반도 무너진다. 예로부터 ‘치국(治國)의 근본은 제가(齊家)에 있다’라고 했다. 물론 가족마다 내 인생은 내 인생이다. 누가 대신 살아주지 않는다. 삶에는 예외가 없다. 저마다 인생의 길이 다르고 무게가 다르다. 겪을 것들은 다 겪고 짊어질 것들은 다 짊어지고 살게 마련이다.

요즘은 모든 가치관이 급변하는 시대다. 하지만 가정이 지닌 가치만은 그래도 심층의 흐름 같은 건 시대하고는 상관없이 지켜져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아 안타깝고 걱정이다. 많은 가정들이 아동이나 노인 학대, 이혼, 가정 폭력 등에 시달리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가정은 인생의 안식처’라는 전통적 가정관이 무너지고 있다. 자녀는 부모를 공경하고 효도해야하고 부모는 자녀를 사랑으로 베풀어줘야 한다. 가정교육이 전인교육이고 밥상머리교육이 실천교육이었다. 지금은 핵가족화, 도시화를 거치면서 주말부부가 있는가 하면 자녀가 다니는 학교에 따라 가정이 나뉘거나 기러기 부부 등 생활 패턴이 달라졌다.

미혼모가정, 동거가정, 별거가정, 황혼이혼에 이어 ‘결혼을 졸업한다.’는 졸혼(卒婚)가정도 생겨났다. ‘보기만 그럴듯한 부부’라는 쇼윈도 부부도 등장했다. 육아와 경제문제에 찌들거나 자녀들의 취업난, 결혼 포기, 저출산, 조기 퇴직과 실직, 경제난 등으로 가족 해체도 한계를 넘어섰다.

가족 간의 다툼도 잦다. 재산다툼으로 가족 간 법적송사도 많아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생명의 근원은 욕망이나 소유가 아니다. 양극화가 일상화된 사회구조 탓이다. 대화단절과 무관심은 단순한 가정 문제를 넘어 사회적 문제로 까지 대두되고 있다. 대화가 없으면 마음은 굳게 닫히게 마련이다. 입과 귀를 열면 행복의 수치는 올라간다. 가족 간 침묵은 백해무익(百害無益)하다. 가정을 병들게 하고 결국에는 가정의 생명력을 앗아간다.

인생에 귀하고 좋은 게 얼마나 차고 넘치는 세상인가. 가정은 숨통을 억누르는 세상의 혼탁한 잡스러움과는 판이하게 다른, 단순하고도 초연(超然)한 무엇인가 느껴져 내내 즐거워야 하는 곳이 아닌가.

현대사회에서 다른 유형의 윤리나 관습 등은 단시간 내에 붕괴하는데 그나마 가족 윤리만은 그 변화나 붕괴 속도가 매우 더딘 것은 다행이다.

소설 대지(大地)의 작가 펄 벅은 말했다. “가정은 나의 대지다. 거기서 나는 정신적 영양을 섭취하고 있다. 가정이야말로 고달픈 인생의 안식처다. 모든 갈등이 해소되는 공간이다.”

큰 사람은 작아지고 작은 사람이 커지는 곳이 가정이다. 진정한 의미에서 사랑을 회복하는 일, 사랑의 능력을 되찾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사랑이 가슴에 차 있지 않은 사람에게서 우리는 새로운 미래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가족은 사랑을 가장 오랫동안 주고받는 사람들의 집합체다. 가족은 사람이 태어나서 처음으로 맺는 인간관계다. 사랑의 힘이다. 가장(家長)의 말 한마디가 가족에게 특별한 기운을 준다. 어머니의 자유로운 손길을 느끼고 명랑하고 따뜻한 마음이 솟게 한다. 가족의 자유를 충분히 인정하고 그 어떤 것도 사랑으로 전부 감싸주는 묘한 공기가 가정에 흐른다.

소설가 최인호는 “가정이야말로 신이 주신 축복의 성소(聖所)다. 가정이 바로 교회요, 수도원이고 사찰이다”고 말했다. 뜨겁게 이 순간을 살아갈 때 얻어지는 작은 행복들이 가족 모두를 즐겁게 한다. 화목한 가정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쉽게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극복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괴테는 “왕이든 농부든 가정에서 기쁨을 찾는 자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다”는 말로 가정의 소중함을 일깨웠다. 가족들이 질문하고, 대화하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가정의 달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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