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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슬칼럼]아 선장이여! 나의 선장이여!

 

5월 31일은 미국의 국민 시인 월트 휘트먼(Walt Whitman 1819~1892)이 탄생한 지 200년이 되는 날이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휘트먼이 재학했던 버지니아대학을 비롯해 많은 곳에서 다양한 기념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방향을 잃고 유랑하는 오늘의 현실에서 그의 예언적 선언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1855년 휘트먼이 자비로 출판한 ‘풀잎’은 미국 문단과 문화계에 엄청난 충격과 파장을 가져왔다. 당시의 전통적인 시 형식을 파괴한 자유시를 시도했을 뿐 아니라 몸과 마음이 자유로운 인간정신을 구가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20세기 미국시인 랭스턴 휴즈(Langston Hughes)는 “휘트먼은 미국의 가장 위대한 시인이었으며 ‘풀잎’은 민주주의의 진정한 의미를 가장 위대하게 표현한 작품”이라고 평가한다. 초판 발간 이후 작고할 때까지 거듭 개정 증보판을 낼 정도로 공을 들인 ‘풀잎’은 휘트먼의 시정신의 집약체이다. ‘풀잎’은 ‘나 자신의 노래’(Song of Myself 1)로 시작한다.

“나는 나 자신을 찬미하고 나 자신을 노래한다. / 그리고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은 너도 가지게 된다. / 내게 속하는 원자는 모두 너에게도 속하기 때문이다.”(나 자신의 노래 1 첫 부분)

이 시의 도발적 선언은 독자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나 자신을 찬미하여 나 자신을 노래한다는 선언에 대담한 오만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의 소유가 ‘너’의 소유이기도 하다는 다음 대목에서 시인은 공동체적 의식을 환기하면서 의미의 반전을 시도한다. 그런데 ‘나’라는 개체에서 출발하여 ‘너’로 확대된 이 시는 그 다음 행에서 동심원을 그리며 우주적 차원으로까지 확대된다.

우주가 순환하면서 나의 자리는 너의 자리로 뒤바뀌어 각 원자는 개체의 고유한 소유물이 아니라 공유의 대상이 된다. 당시의 기술 과학문명을 반영하듯 ‘원자’라는 과학적 용어를 사용하여 공동체 의식, 더 나아가 민주주의의 평등의 원리를 말하고 있다는데 휘트먼의 시적 독보성이 있다. 나의 자리가 끊임없이 너의 자리로 대체될 때 거기에는 어떤 차이나 차별도 있을 수 없다. 이는 자신이 외부를 향해, 세계를 향해 열려 있을 때에만 가능하다.

휘트먼은 미국의 남북전쟁(1861~1865)에서 흑인 노예해방을 주창했던 링컨을 특별히 존경했다. ‘풀잎’에서 설파한 민주주의 정신을 그에게서 발견했기 때문일 것이다.

휘트먼은 1865년 워싱턴의 한 극장에서 암살당한 링컨의 죽음을 애도하는 4편의 추모시를 썼다. 그 중 한 편인 ‘아 선장이여! 나의 선장이여!’(O Captain! My Captain!)에서 휘트먼은 남북전쟁을 승리로 이끈 링컨을 고난의 항해를 성공적으로 마친 선장에 비유하며 그의 죽음을 비통하게 애도한다.

“아 선장이여, 나의 선장이여, 일어나서 저 종소리를 들으십시오/ 우리 선장은 대답이 없습니다, 입술은 창백하고 말이 없습니다, / 우리 아버지는 내 팔을 느끼지도 못하시고, 맥박도 의지도 없습니다. / 배는 무사히 정박했고, 항해는 끝났습니다. / 승리의 배는 두려운 항해에서 쟁취한 것을 가지고 들어옵니다. / 아 환호하라, 해안이여! 울려라 종들이여! / 그러나 나는 슬픈 발걸음으로 / 걷습니다. 우리 선장 싸늘하게 / 죽어 누워계시는 갑판을.” (아 선장이여! 나의 선장이여! 중)

크고 작은 조직이 이기심과 적대감, 독선 때문에 방향을 잃고 있는 현실을 보면서 진정 비통한 사랑으로 애도할 수 있는 선장이 그리워지는 것은 나만이 아닐 것이다.

미국이 미합중국이라는 강대국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한 링컨은 국가가 극심한 분열에 처했을 때 “우리는 적이 아니라 친구이고 동지입니다”라는 한 마디 말로 상대를 설복했다. 진정 선장이 되고자 하는 자가 기억해야 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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