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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지역의 역사를 기록하는 ㈜더 페이퍼

역사는 기록이다. 또 기록은 역사가 된다. 예로부터 역사를 기록하는 사람말고는 다른 이의 손을 타지 않게 한 이유다. 그래서 조선실록 편찬의 토대인 ‘사초(史草)’는 왕이라도 볼 수 없었다. 그런 원칙이 있어 사관들의 직필(直筆)이 가능했다. 국정과 시정, 관원들의 잘잘못이 고스란히 담긴 사초가 있어 실록은 완성됐고 후대에 남겨진다. 그러나 이로인한 사화(士禍)도 있었으니 ‘옥의 티’겠다.

현대도 다르지 않다. 다양한 손들이 각각의 역사를 기록하고 있다는 차이가 있을 뿐, 여전히 권력의 중심에서 일어나는 일은 국가가 기록·보존한다. 대통령기록관이 대표적이다. 대통령기록물은 15년(사생활 기록물은 30년) 비공개지만 관할 고등법원장이 영장을 발부하면 열람 및 사본제작, 자료제출이 가능하다. 검찰이 대통령기록관을 압수수색한 것은 모두 네번이다. ▲2008년 노무현 전 대통령 퇴임 직후 대통령기록물 유출 논란 때 ▲2013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폐기 의혹 때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행적 의혹 수사 때 ▲2018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국정원 댓글 개입 논란 때 등이다. 결과는 비극이다. 타인에 의한 기록이 불러온 한계라는 생각이다.

반면, 자발적인 기록은 희망이다. 지난 2012년 4월부터 골목잡지 ‘사이다’를 발행하는 수원지역 사회적 기업 ‘㈜더 페이퍼’가 그렇다. 제호 ‘사이다’는 ‘사람과 사람 사이’, ‘마을과 마을 사이’ 등 수많은 ‘사이’에 관한 이야기라는 의미다. 우리 사이 좋은 ‘사이다.’ 이 책에는 수원의 골목과 사람, 자연, 문화 등이 켜켜이 담겨있다. 발품을 팔아 수원 골목을 누비며 동네 사람들의 이야기를 우직하게 기록, 역사로 만들었다. 계절별로 무가지(無價紙) 5천 권을 세상에 내놓았다. 회사 수익금과 좋은 사람들의 후원이 있어 가능했다. 앞으로도 그러리라, 최서영 대표는 다짐한다. ㈜더 페이퍼 구성원도 행복하다. 자발적이기 때문이다. 다소 미련하게 보이는 이 일에 시민들과 문인, 예술인 등이 재능 기부로 참여한다. 이 또한 기록주의자, 최서영의 뚝심이 이뤄낸 역사다. ‘㈜더 페이퍼’가 세계기록의 날인 지난 9일 ‘국가기록원 설립 50주년 및 공공기록법 제정 20주년’을 맞아 ‘행정안전부장관상’을 수상했다. 받아 마땅한 상이다. 세상 가장 낮은 곳에서 ‘기록의 역사, 역사의 기록’, 그 한길을 묵묵히 걸어 가는 ‘㈜더 페이퍼’의 수상은 그래서 더욱 의미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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