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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길 위의 나날

 

아침 일찍부터 콩콩 발소리가 나게 뛰면서 집결지로 향했다. 날씨도 좋고 주차장도 좋은 위치에 빈자리가 있었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회원들은 보이지 않았다. 회원들이 모이고 읍내로 향해서 다른 차와 합류를 한다.

예정 된 문학 기행을 연기하고 갑자기 날짜를 잡았더니 렌트카가 없어서 승용차로 나누어 타고 가기로 했다. 장거리 운전이 힘들 수도 있겠지만 싫은 내색 없이 대답을 해주어 계획대로 진행 할 수 있었다.

이번 여행은 유학의 거두이며 대 문장가인 송강 정철의 관동별곡에 나오는 길과 조선의 여류 문인 허난설헌의 유적을 답사하기로 했다. 우선 강릉으로 달려 허난설헌 생가 터를 찾아갔다. 해설사로부터 생가 터와 생애에 대한 설명을 듣고 비극적이라고 할 만큼 불우했던 허난설헌의 삶에 마음이 아팠다. 생가 터를 돌아본 다음 툇마루에 준비해 간 자료에서 허난설헌의 작품을 돌아가며 낭독하면서도 가슴 한구석이 무너져 내린다.

초당에 왔으니 순두부집에서 점심을 먹고 바로 경포대로 이동 한다. 경포대에 올라 끝없이 펼쳐진 동해바다와 상쾌한 바람을 맞으며 일어서기 싫은 발길을 뗀다. 평지로 내려오니 기온차가 뚜렷해 덥기까지 하다. 경포대에서 바다를 보며 절경 속에서 시문을 견주었을 사대부들과 그 아래서 더위를 견디며 양반들의 시중을 들었을 민초들의 고단한 삶이 대조를 이루며 다가온다.

이제 송강이 관동팔경으로 극찬을 했던 청간정으로 향한다. 네비를 찍고 가면서 한 쪽은 고속도로로 가게 되고 한 쪽은 해안도로를 따라 동해바다를 감상하는 기회를 누렸다. 청간정 입구에서 만나 정자에 올라 걸려있는 글귀를 보기 시작했는데 누군가 찾는다. 회원 한 사람이 한기가 들고 몸이 아프다고 한다. 그전부터 증세가 있었는데 다른 일행들을 생각해서 참고 있다.

하는 수 없이 말을 한 것 같다. 더 이상 지체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서둘러 고성도서관으로 향했다. 이미 다른 문학단체에서 준비를 하고 있었고 우리는 인사를 나누고 아쉬운 발길을 돌린다.

시간이 되면 여유를 갖고 송강의 발자취를 따라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다행이도 귀가 길에는 조금 편해져서 저녁을 먹고 헤어질 수 있었다. 돌아오면서 많은 생각을 한다. 유학을 숭상했던 조선이라는 나라에서 문재를 펼쳐보지 못하고 젊은 나이에 요절한 천재시인의 삶을 반추해본다. 부부간의 정도 없고 아무도 이해해 주지 않는 결혼 생활에서 자식을 앞세우고 더 이상 탈출구가 없는 삶에서 죽음만이 길이 아니었을까하는 당치도 않은 생각도 든다.

생각이 거기에 닿자 같은 강릉 출신 여성으로 너무도 다른 길을 걸었던 사임당신씨의 삶을 조명해 본다. 사임당신씨는 친정에서 살면서 자녀들을 낳았고 따라서 모진 시집살이로부터 처음부터 보호를 받으며 온전히 자신의 삶에 몰두해 오늘날 현모양처의 귀감으로 받들어지고 있다.

길에서 보낸 하루를 돌아보니 긴 시간은 아니라 해도 많은 생각을 하게한다. 길은 우리를 떠나게 하고 돌아오게 한다. 헤어지게 하고 만나게 한다. 송강은 임지로 부임하는 길에서 관동팔경이라는 기행문을 후세에 남겼다.

우리는 매일 길을 나선다. 길이 우리를 어디로 이끄는지 몰라도 그 여정에서 만나는 모든 인연을 축복하며 주어진 결과에 책임 질 줄 아는 사람이 되라고 얘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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