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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시론] 대통령은 국가대표다

 

 

 

지난 달 16일 U-20월드컵 결승전의 감동이 아직 생생하다. 준우승은 아쉽지만, 세계 2등은 엄청난 것이다. 그런데 같은 시기에 여자축구 월드컵 조별리그도 있었다. 우리는 3패로 탈락했고, 언론에 크게 나오지도 않았지만 어쨌든 국가대표 경기였다. 성적이 좋든 나쁘든 국민 모두가 거둔 결과다. 선발과정에서는 소속도 다르고 경쟁상대지만 일단 국가대표가 되면 대한민국의 대표다.

물론 국가대표는 운동경기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대한민국의 이름을 걸고 외국과 만날 때 누구나 국가대표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대통령은 당연히 국가대표다. 지난 달 28일 일본에서 개최된 G20 정상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일본에게 받은 홀대는 결국 우리 국민 모두가 받은 홀대다. 회의에 참가한 국가와 국제기관은 37곳으로 아베 총리는 각국 정상 15명을 포함해 19명과 정식 회담을 했다. 그 안에 문대통령은 없었고, ‘8초간의 악수’가 전부였다. 통상 이뤄지던 한미일 회담은 미국·인도·일본 회담이 대신했다. 물론 7월 21일의 참의원 선거를 의식한 것이다. “징용재판과 관련해 일본 정부가 요청한 1965년 청구권 협정상의 중재위원 선임에 대해 한국이 기한인 18일까지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한국측에 관계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움직임이 없는 상황에서 알맹이 있는 회담은 어렵다고 판단했다”는 일본 언론보도가 있었다.

- G20회의 일본의 문대통령 홀대는 우리 국민이 받은 것

문대통령의 외교적 어려움은 이뿐만이 아니다. 문대통령은 26일 외신과의 합동 인터뷰에서 “북한의 영변 핵시설 폐기가 불가역적 비핵화 단계에 접어드는 것”이라고 했다. 이에 미국은 “핵 목록이나 신고가 없는 상황에서 영변 핵 폐기를 핵 프로그램 폐기라고 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북한의 권정근 외무성 국장은 “조·미관계를 중재하는 듯이 여론화하면서 몸값을 올려보려 한다”, “조·미 대화의 당사자는 말 그대로 우리와 미국이며, 남조선 당국이 참견할 문제가 전혀 아니다”라고 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4월 “오지랖 넓은 중재자·촉진자 행세를 할 것이 아니라 당사자가 되라”고 한 말과 같은 맥락이다.

이런 북한에 화답하듯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방한에 앞서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를 보내 북한과 접촉해서 DMZ 방문시 김위원장을 만나는 깜짝쇼를 준비했고, 이를 성사시켰다. 남북문제의 당사자인 우리에게 장소 제공 이상의 역할은 없었다. 또 문대통령은 G20회의 중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각각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간접적으로 전달받았는데, 핵심은 미국에 대한 상응조치 요구였다. 시진핑 주석은 사드문제의 해결도 촉구했는데 이 역시 중국과 미국의 문제다. 문대통령은 주요 외교무대에서 소외되는 것으로 보인다.

- 외교문제에는 일관성과 자제력, 역할분담이 필요

외교문제는 국내문제보다 훨씬 복잡한 요인들이 얽혀있다. 징용재판의 경우 한일 청구권 협정 제2조에 “(개인 청구권이) 최종적으로 완전히 해결되었다”는 내용이 있다. 따라서 일본의 주장이 억지라고만 할 수 없다. 협정을 맺은 우리 정부의 잘못이다. 이제 와서 우리 논리만 주장하면 고립을 자초한다. 탈원전정책과 원전수출을 외국에 어떻게 설명할까? 정부가 바뀌었더라도 일관된 입장과 국내문제와의 조화가 필요하다. 북미관계를 볼 때, 능력 밖의 일에는 나서지 말고 기다려야 하며, 확실하지 않은 것을 말하면 안 된다. 미중, 북미 등 대립관계에 끼이는 경우 단순한 중립 대신 국익을 위한 선택이 필요하다. 다만 이때 역할분담이 중요하다. 공식적인 얘기는 대통령이 하되, 반대 얘기는 야당이 맡아주고, 기업들도 적당히 반대편에 서서 훗날을 도모해야 한다. 우리는 민주국가이므로 야당이나 사기업을 정부나 대통령이 제어할 수 없다고 하면 된다. 트럼프의 좌충우돌 외교행보에도 미국의 외교가 무너지지 않는 것은 야당을 비롯한 반대 목소리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요즘 국제관계에서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북미관계에서 우리보다 시진핑의 중재자론이 힘을 얻는 것은 북한을 움직일 힘이 있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우리도 국제관계에서 힘을 갖춰 나가야 한다. 무엇보다도 국제문제를 국내정치에 이용하지 말고, 여야 정치권과 국민 모두 힘을 합쳐야 가능한 일이다. 그것이 진정한 국가대표의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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