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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상흔 딛고 다시 꽃 피워낸 삶

‘인형극은 아동극 주류’ 편견 깨
전쟁으로 남편 잃은 여인 소재
손까지 떨어져 가는 아픔 전달
에어바운스로 표현한 땅 모습
딱딱한 표면 떠오르기엔 괴리감

 

 

 

손 없는 색시(의정부예술의전당)

인형극은 보통 아동극이라는 편견이 강하다.

우선 인형은 실제 사람처럼 섬세한 감정을 표현할 수 없다. 또 실제 작품의 줄거리도 그리 무겁지 않기 때문이다.

의정부예술의전당이 지난달 26일 시작해 오는 4일까지 공연하는 ‘손 없는 색시’는 가볍지 않은 작품의 메시지와 설정, 엔딩 등으로 인형극이 단순 아동극이라는 편견을 깬 작품이었다.

공연은 처음부터 끝까지 전쟁을 매개로 인물들을 등장시키면서 전쟁의 상흔을 상기시키고 또 극이 전개될수록 그 아픔을 선명히 했다.

우선 공연의 초반부 색시의 ‘남편’이 전쟁터에서 총에 맞아 죽게 되고, 이를 알게 된 ‘색시’가 남편을 잃은 슬픔으로 자신의 가슴을 쓸어내리다 색시의 손이 몸으로부터 떨어져 나가게 된 것이 그렇다.

이후 색시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다 태어난 색시의 아이 ‘붉은 점’이 깊은 주름을 가진 노인의 모습을 한 점 역시 전쟁에서 비롯된 색시의 갖은 슬픔 때문이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붉은 점’은 색시에게 예쁜 수의를 입혀 달라 해 색시와 함께 손을 찾으러 떠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살구나무 주인’과 ‘노파’, 그리고 ‘땅’은 모두 전쟁으로 피해를 겪은 이들이다.

살구나무 주인은 농사를 망치게 되었고, 노파는 아들을 잃었으며, 땅은 자신의 몸에 총알이 박혀 엉망진창이 됐다.

작품의 주목할 만 한 점은 흔히 예상가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색시는 그 여정의 끝내 손을 못 가지게 되지만, ‘붉은 점’의 주름진 얼굴이 색시의 손으로 펴져 보통 아이의 모습으로 변하고 이들은 행복하게 사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이러한 엔딩은 단순히 색시의 손을 되찾는 행복보다, 상처를 극복하고 현명하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작품의 메시지를 잘 전달했다.

그래서인지 공연은 실제로 아이들의 감탄과 함께 어른들의 공감을 자아냈다. 공연은 단순하지 않은 결말뿐만 아니라, 색시의 손이 색시와는 다른 독립된 자아를 가지고 말을 하거나 떨어져 나간다는 설정 등은 배우들의 설명으로 아이들을 이해시켰고, 어른들에겐 몰입감을 선사했다.

 

 

 

 

반면 아쉬운 점도 있었다.

작품은 모든 배우들이 각종 오브제로 변하는 동시에 인물과 공간들을 끊임없이 창조해내면서 풍부한 볼거리를 제공했는데, 그 중 ‘땅’은 다소 와 닿지 않았다.

에어바운스로 표현한 땅은 관객들이 딱딱한 땅의 표면을 떠오르게 하기에 상당한 괴리감이 있었다.

더군다나 전쟁 이후였고 총알이 박혀 아픔을 더한다는 설정에 비춰봤을 때 거칠고 황량한 느낌을 전혀 전달하지 못한 느낌이었다.

‘손 없는 색시’는 상처로 고통 받는 모든 이들에게 치유하기 위한 방법을 명쾌하게 제시하고 있었다.

그것은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 좌절하기 보단, 인정하고 끊임없이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최인규기자 choiink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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