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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 부럽지 않은 방과후 학교 ‘맞춤형 실용교육’

사회적경제조직의 리더 ‘경기쿱’
실용교육사회적협동조합

 

 

 

취약계층 사교육 문제 해결 위해 출범
원어민 강사 대부분 결혼이민자 채용
학교 현장에 맞는 프로그램 직접 구축

고양 등 5개교 방과후 수업 진행
일반 학원비의 3분의 1 가량

돌봄사업은 고용부·부천시와 손잡고
전국 최초 오후 9시까지 시범 운영
학업도 병행 기존 돌봄사업과 차별화


요즘은 밖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부모들의 높은 학구열에 아이들은 뛰어노는 게 아니라 학업 중심이 돼 버렸다. 아이들 사이에서도 학원을 다니는 것 자체가 경쟁이 돼 버린 듯한 모습이다. 학원을 다니지 않더라도 또래가 모두 학원에 가 있으니 혼자서 뛰어놀 수 도 없는 처지다. 교육 시스템이 학원을 다녀야만 따라갈 수 있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집안 사정이 어려운 가정에 학원 문제는 더 심각하게 다가온다. 형편을 모르는 아이들은 학원을 보내달라며 떼를 쓰기 일쑤다. 하지만 이를 들어줄 수 없는 부모들은 속만 탈 뿐, 아이들을 달래거나 윽박지르는 것으로 순간의 위기를 모면한다.

실용교육사회적협동조합은 이같은 교육 문제를 해결하고자 출범했다.



실용교육사회적협동조합(실용교사협)은 지난 2007년 처음 설립됐다.

박민균 실용교사협 대표는 교육복지를 가장 중요한 목표로 삼아 협동조합을 출범시켰다.

출범 후 2013년까지 사단법인 형태로 운영하다가 이후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전환했다.

박 대표가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교육복지는 차상위계층, 취약계층 중심의 방과 후 수업이다.

박 대표는 “사회적으로 약자인 사람들에게는 사교육이 부담될 수 밖에 없다. 그 중 사교육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영어다”라며 “취약계층의 사교육 문제 해결을 위해 영어로 된 방과후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협동조합 설립 배경을 설명했다.

실용교육사회적협동조합의 주된 조합원은 바로 강사들이다.

이들은 대부분 사교육 현장에서 밤늦게까지 일하거나 고용불안정속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박 대표는 “강사들과 함께 단순 수익이 목표가 아닌 취약계층에게 전문 교육을 해보자는 취지에서 모이게 됐다”고 말했다.

또 원어민으로 채용된 강사들은 결혼이민자들이 대다수다. 결혼이민자와 사회적 취약계층은 실용교사협의 우선 채용 대상자이기도 하며 다음 순위가 경력단절여성이다.

즉, 원어민과 한국인 조합원을 꾸려 방과 후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실용교육은 학문적 취지로 자격증을 내세우기 위한 명판이 아닌 현장에 있어 보다 필요한 교육을 접목시키는 게 목적이다.

현장에 맞고, 실제적으로 학생 중심의 컨텐츠를 구성하는 것이 실용교육의 취지인 셈.

이 때문에 실용교사협은 특징 있는 기존의 프로그램 도입보단 학교 현장에 맞게끔 직접 프로그램을 구축하고 있다.

박 대표는 “방과후 학교를 하더라도 학교, 지역 수준에 따라서 천차만별이다. 학생과 지역에 맞는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것이 실용교육의 가장 큰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실용교사협은 방과후 학교, 돌봄사업 등 두가지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우선 방과후 학교는 부천, 고양, 광명 등 5개교를 선정하고 진행하고 있다.

방과후 학교의 비용은 일반 학원비의 3분의 1가량이다. 일반 사설학원은 원어민 프로그램 주 5일 수업에 25만원 정도 인데 실용교사협은 7~8만원 수준이라는 것.

현재 실용교사협의 방과후 학교를 이용하는 학생수는 100여명이다.

돌봄사업은 고용노동부와 부천시, 실용교사협이 전국 최초로 시범적으로 운영하는 사업이다.

기존의 돌봄사업은 학교에서 수업이 끝난 후 오후 1~4시까지 하는 시스템이다. 여기서 발생하는 문제점은 대부분 맞벌이 가정의 학부모들은 오후 8~9시 정도 퇴근하는 경우가 많은데 오후 4시에 끝나는 아이들이 오갈 데가 없어진다는 점.

박 대표는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오후 1~9시까지 돌보는 사업을 고용부와 부천시와 함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돌봄사업은 점심 급식부터 저녁 식사까지 제공한다.

또 학업 프로그램도 같이 병행해 기존의 돌봄사업과 차별화 하고 있다.

프로그램은 영역별로 기본영역, 수학영역, 과학영역, 언어영역, 음악영역, 미술영역, 체육영역, 기타영역 등 다양하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기본영역은 교과 보충과 자유 활동 ▲수학영역은 스토리텡링 수학과 창의영재 수학 ▲과학영역은 프라모델과 로봇공학교실 ▲언어영역은 교과목영역, 독서논술, 창의 글쓰기 ▲음악영역은 어린이 동요 ▲미술영역은 통합 창의미술, 맛있는 미술요리 ▲체육영역은 축구, 농구, 베드민턴 등 ▲기타영역은 창의요리, 창의미술, 창의 바둑 등을 진행한다.

특화 프로그램으로는 원어민 영어 수업을 운영중이다.

원어민 강사가 매주 4일간 영어수업을 진행하며 코딩교육도 주 1회 씩 진행하고 있다. 코딩교육은 컴퓨터 프로그래밍의 다른 말로 C언어, 자바, 파이선 등 컴퓨터 언어로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다. 코딩 교육을 통해 논리력 창의력 문제해결력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돌봄사업을 이용하는 학생수는 350여명정도 이용하고 있다.



박 대표는 방과후 수업이나 돌봄사업의 질적 향상을 저해하는 요소로 정부의 최저가 경쟁입찰 방식을 꼽았다.

교육 컨텐츠 등과 관련없이 수강료를 낮게 제안한 업체가 선정되는 방식이라는 것.

적정이익이 아닌 최저가를 고수하다 보니 강사 수준과 교육의 질을 떨어뜨리고, 결국 피해는 아이들에게 돌아가게 된다는 게 박 대표의 설명이다.

박 대표는 “입찰 가격을 낮추면 강사들의 인건비가 떨어질 수 밖에 없고, 그러면 악순환으로 교육의질도 떨어져 방과후 교육에 대한 이미지도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좋은 프로그램 고맙다” 학원에 보낼 수 없는 한 어머니의 감사전화 큰 힘

박민균 실용교육사회적협동조합 대표
최저가 입찰 방식 불리한 사회적조직
경기쿱 신청 후 조달청 입찰 유리해져

이제 막 시장에 진출한 걸음마 단계
보여주기식 1년 단위 실적평가 아닌
최소 3~4년 장기간 평가 이뤄지길


- 실용교사협을 설립한 목적은.

대학에서 영어영문과를 전공했다. 이 후 무역회사를 다니다 사설학원에서 강사로 활동했다. 또 10여년간 대치초등학교에서 방과후 교실도 운영했다. 취약계층에 사교육의 기회를 주고싶어서였다. 대치초등학교에 학원강사시절 알게된 스펙들이 뛰어난 대치동 강사들을 모셔왔었다. 그런데 일반학원에서는 되고 방과후 교실에는 아이들이 안모였다. 비용이 일반학원의 절반이하 수준이고, 똑같은 프로그램에 똑같은 강사였지만 방과후 교실에서는 통하지 않았다. 원인을 생각해보니 결국 공교육에 대한 신뢰도 문제였다. 학교에서 하는 프로그램은 ‘없는 아이들, 취약계층 아이들을 위한 교육’이라고 각인돼 있어 우수한 강사나 프로그램을 운영해도 해결이 안됐다. 이후 안산의 한 초등학교에서 방과후 교실 운영 당시 한 취약계층 어머니로부터 “학원에 갈 수 없는 처지인데 좋은 프로그램을 운영해줘서 고맙다”는 전화를 받았다. 가고자 하는 길에 가장 힘이 된 전화다.



- 경기쿱을 신청하게된 이유는.

교육 사업은 정부 방침에 따라 최저가 입찰로 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강사들의 교육에 대한 역량과 다양한 컨텐츠 능력들을 단순 가격으로 평가한다는 것은 모순이라고 생각한다. 이로 인해 사회적조직이 조달청의 입찰 자체를 따내기 어려운 실정이다. 경기쿱은 관련 분야의 사회적협동조합간 연계를 통한 동반 상장을 모토로 하고 있다. 교육 분야에서도 프로그램·강사를 보유한 각 사회적조직간 유기적 협업이 보다 활성화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지자체가 인정한 만큼 조달청 입찰에서도 우선 구매대상으로 분류, 단체표준인증에도 유리해진다.



- 경기쿱에 바라는 점은.

결국 정부나 지자체에서 하는 사업들은 평가를 할 때 실적위주일 수 밖에 없다. 지자체에서는 부담갖지 말라고 하지만 도민들의 세금을 가지고 운영 하기 때문에 잘 쓰여지고 있는지 보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1년 단위의 연간 실적 평가가 아니라 최소 3~4년 장기간 평가가 이뤄졌으면 좋겠다. 특히 이제 막 시장에 진출하는 걸음마 단계고, 성과를 내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교육 분야다. 보여주기식이 되지 않길 바란다. 바라는 것은 신뢰다. 지자체가 사회적조직과 이 사업이 성공의 모델로 갈 수 있게끔 믿어주고 진행해 주길 바란다.

/여원현기자 dudnjsgus1@

/사진=조병석기자 c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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