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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공간 눈처럼 신진작가들의 ‘비빌 수 있는 언덕’ 되겠다”

미술관이 다하지 못하는 역할을
대안공간이 보완해 줄 수 있는데
가치 알아주지 않아 안타까울 뿐

 

 

 

수원 행궁동 골목 안 ‘예술공간 봄’ 이윤숙 대표를 만나다

비영리 전시공간 ‘대안공간 눈’
십여 년 동안 젊은 예술가 발굴·지원
행정 지원정책 부재로 올해 초 폐관
주민·관광객 예술체험 공간 등 변경

‘예술공간 봄’ 카페·전시실 계속 운영
“대안공간 ‘눈’ 역할 이어나갈 것”


수원시 행궁동의 골목 안에 예술을 들여놓고 살아 숨 쉬고 있는 예술공간 봄.

지난 2005년부터 십여 년 동안 신진 작가들의 시각예술 활동 지원과 육성은 물론, 문화재보호정책 등으로 슬럼화 돼 가던 행궁동에 활기를 불어 넣었던 대안공간 눈이 올해 초에 폐관됐지만 눈과 함께하던 예술공간 봄은 그 연장선에서 계속 나아가고 있다.

지난 22일 전(前) 대안공간 눈 대표이자 현(現) 예술공간 봄 대표인 이윤숙 조각가를 만나봤다.

대안공간 눈은 지난 1월 31일 많은 작가들과 관계자들의 안타까움 가운데 폐관됐다.

일반 주거 공간인 가정집을 개조한 눈은 그간 비영리 전시공간으로서 실험적인 젊은 예술가들에게 일종의 ‘비빌 수 있는 언덕’을 제공해 왔다.

그것은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이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 위한 일종의 ‘실천’이었다.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 이윤숙 대표의 이러한 실천은 대단히 성공적이었다.

 

 

 

 

눈은 지난 십여 년 동안 민간의 영역은 물론, 공적 영역까지 일부 감당하며 신진 작가 발굴과 함께 수원의 예술을 드높였다.

뿐만 아니라 벽화 골목 등을 조성하며 도시 재생의 성공사례지로 거듭나, 지난 2011년에는 ‘대한민국공간문화대상’ 대통령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지금은 폐관된 눈에 대해 이 대표는 “내가 아니더라도, 그러한 비영리 전시공간을 유지할 수 있는 기본적인 여건이 갖춰져 누군가가 이어 나갔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할 만큼 하기도 했지만 속상한 것이 사실”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사실 이 대표는 그동안 눈을 운영해오면서, 경기도와 수원시에 대안공간(비영리전시공간)에 대한 지원정책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이 대표가 말하는 지원정책은 단순한 전시활동에 대한 지원이 아닌, 대안공간의 특성을 고려한 공간운영에 따른 세제혜택을 비롯한 인력 지원과 홍보 등 현실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지원체계였다.

안타깝게도 이 대표의 이러한 요구는 여전히 피부에 와 닿을 정도의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이 대표는 “공적 영역에서 미술관의 역할이 있듯이 민간의 영역에서 대안공간의 역할은 분명 존재한다”며 “한편으로는 미술관이 다하지 못하는 역할을 대안공간이 보완해 줄 수 있기에 반드시 필요한데, 그 가치를 행정이 알아주지 않아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눈은 그렇게 행정의 지원정책이 부재한 가운데 현실적인 어려움을 감당하지 못하고 닫게 됐다.

 

 

 

 

그러나 눈과는 별개로 봄은 지금도 열려 있다.

예술공간 봄은 눈에 큰 감명을 받은 한 시민이 자신의 추억이 깃든 공간을 의미 있는 공간으로 사용해달라며 인수 요청을 해 지난 2014년 6월에 개관했다.

봄은 비영리 전시공간인 눈과 분명 다른 성격의 공간이지만, 봄의 설립 취지와 역사는 눈에서 시작돼 눈에서 이어나가고 있다.

봄에 대해 이 대표는 “많은 사람들이 눈과 함께 봄도 폐관된 줄 아는데 눈만 그저 다른 공간으로 바뀌었을 뿐”이라면서 “봄은 지금도 전시와 카페로 계속 운영 중”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봄은 행궁동에 살아있는 물고기 신화를 만든 브라질 작가 라켈 셈브리를 위주로 각각의 사연이 담긴 작품이 걸려 있는 카페와 다수의 작가들의 작품이 진행 중인 전시실로 이뤄져 있다.

또한 눈의 1, 2전시실은 이윤숙 대표의 조각연구소로, 자기만의 방은 대안공간 눈 아카이브실로, 눈 카페는 마을 만들기와 도시재생 탐방객교육과 주민 관광객을 위한 예술체험 공간으로 변경해 운영 중이며, 골목도서관 보통책방은 그대로 누구에게나 오픈하고 있다.

그중 특히 예술체험 공간은 ‘누구나예술가지원사업-마을 스케치, 마을 만들기’로 지난 6월부터 오는 9월 초까지 진행하고 있다.

이는 행궁동 주민과 방문객을 대상으로 예술 체험을 진행해, 마을의 모습을 여러 소품 등을 통해 스케치하고 그 결과물을 공공미술로 설치하고자 기획된 것이다.

 

 

 

 

이 대표는 봄이 진행하고 있는 사업들에 대해 설명을 하면서도 이 모든 것들이 그저 유지만 됐으면 좋겠다고 얘기한다.

개인이 홀로 운영하기에는 너무나 벅찬 과제라는 것을 이 대표는 경험했기 때문이다.

끝으로 이 대표는 ‘비빌 수 있는 언덕’의 필요성에 대해 다시 역설했다.

이 대표가 말하는 비빌 수 있는 언덕이란 신진 작가들이 검증 받고 기회를 얻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그것이다.

이 대표는 “신진 작가들이나 지역에서 어느 정도의 역량이 있는 작가들에게는 처음에 일정 기간 동안 비빌 수 있는 언덕이 필요하다”며 “눈이 그랬듯, 봄 역시 그러한 ‘비빌 수 있는 언덕’의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최인규기자 choiink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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