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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시론]‘촛불혁명’이 ‘혁명’이 되려면

 

 

 

‘촛불혁명’이라 함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퇴진운동으로 주말 저녁 촛불집회를 이어가면서 이루어진 일련의 사건을 말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퇴진요구는 정권 초반인 2013년 때부터 있었다. 국가정보원 여론조작 사건, 세월호 침몰,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문제 등으로 퇴진요구가 점점 높아졌다. 그러다가 2016년 9월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최순실의 관여가 드러난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절정이었다. 시위도중 사망한 백남기 농민 사건도 일조했다. 그 해 10월에는 전국 각지에서 퇴진시위가 이어졌고, 결국 12월 9일 국회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됐다. 이듬해인 2017년 3월 10일 헌법재판소의 탄핵결정으로 박근혜 시대는 막을 내렸다. 사람들은 이 과정을 ‘촛불혁명’이라 부르게 됐다. 그런데 이를 ‘촛불혁명’이라고 불러도 괜찮을까? 정치권에서는 ‘촛불정신’이라는 말도 자주 사용되는데, 촛불정신은 또 무엇인가? 여야가 바뀐 요즘 야권도 촛불을 들고 나섰고, 대학생들도 촛불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촛불은 상대방에게 최고의 위협을 상징하는 무기가 됐다.



- ‘촛불혁명’을 ‘혁명’이라고 부르려면 혁명적 변화가 있어야

‘촛불혁명’을 ‘혁명’이라고 부르려면 혁명의 성격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혁명은 국가와 사회가 근본적으로 바뀌는 것을 말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혁명은 1789년 프랑스 대혁명과 1917년 러시아 혁명이다. 프랑스 대혁명은 군주제에서 근대 민주주의 사회로의 변화를 가져왔고, 러시아 혁명은 자본주의 체제를 사회주의 체제로 바꾸어 놓았다. 둘 모두 그 이전과 이후는 전혀 다른 세상이 된 것이다. 그렇다면 ‘촛불혁명’ 이전과 이후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대통령이 바뀌었고, 집권당이 바뀌었지만 지금이 전혀 다른 세상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 정도의 변화는 이전에도 여러 번 있었다.

우리가 4·19를 미완의 혁명이라고 부르고, 헌법 전문에도 그냥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라고 밖에 쓸 수 없었던 이유는, 사회의 근본적인 변화, 특히 정치세력의 근본적인 교체가 없었기 때문이다. 한 때 5·16을 혁명이라 부르라고 했지만 시대가 흘러 아무도 그렇게 부르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다. 일반적으로 5·16은 쿠데타(coup d'Etat)로 분류하는데, ‘국가에 대한 일격’이라는 이 말에 해당하는 전형적인 사례는 프랑스대혁명 이후 1799년 통령정치를 타도하고 스스로 제1집정이 된 나폴레옹의 쿠데타를 들 수 있다. 집권자만 바뀐 것이므로 혁명이라고 부르지 않는 것이다.



- 인치에서 법치로, 대통령의 품성에서 민의가 수렴되는 국가시스템으로

‘촛불혁명’이 ‘촛불 쿠데타’가 아니라 진정한 ‘혁명’이 되려면 국민 모두의 의식과 정치·사회 시스템에 근본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 정부교체 후 2년 동안 ‘적폐청산’을 통해 인물들은 바뀌었지만 사회 시스템은 그대로다. 전 정부의 블랙리스트와 현 정부의 체크리스트를 구분하기 어렵고, 전 정부의 국가정보원·경찰청의 여론조작 사건과 현 정부의 드루킹 사건을 구분하는 것도 쉽지 않다.

조국 법무부장관과 관련된 논란은 결국 전 정부나 현 정부나 탈법과 편법을 잘 해야 권력을 차지한다는 자괴감만 안겨 줄 뿐이다. 법무부가 추진하는 피의사실 공표 제한이 조 장관 가족들이 관련된 사건의 파장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는 오해를 받지 않으려면 진작 추진했어야 했다. 박상기 전 장관은 못하는 일이었을까? 지난 적폐청산과정에서 불거져 나온 수많은 피의사실은 왜 규제되지 않았는지 설명해야 한다. 피의사실 공표가 검찰이 온갖 정치적 압력에 대한 방어용으로 이용해 온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따라서 피의사실 공표금지는 검찰 수사에 대한 압박 예고가 아니라는 점을 설명해야 한다.

‘촛불혁명’이 진정 이 사회의 ‘혁명’으로 이어지려면, 법은 그대로인데 사람에 따라 판단이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진정 법과 시스템에 따라 움직이는 사회가 돼야 한다. 대통령의 개인적 품성과 판단력에 따라 온 나라가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국민 전체의 의사가 잘 수렴돼 국가를 움직이는 나라가 돼야 한다. 정치권을 탓하기 전에 우리가 정말 진영논리를 떠나 이 나라의 주인으로서 치열한 의식을 가지고 있는지 자문해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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