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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정조의 건축]화서문(華西門)

 

수원화성의 사대문의 형태와 위계에 있어서 남·북대문이 같고 동·서대문이 같다. 물론 지금처럼 정확한 설계도가 당시에는 없었기에 지형과 감독관에 따라 조금씩 오차가 있지만, 동문인 창룡문과 서문인 화서문은 크기 형태가 같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화서문 공사는 1795년 7월 21일 시작해 겨울 공사로 이어지고 1796년 1월 8일 준공된다. 순서로 보면 남·북대문은 1794년, 동문은 1795년에 각각 만들어져 위계와 중요도에 따라 화서문은 가장 늦게 만들어진다. 하지만, 지리적으로 팔달산의 북쪽 기슭에 연결돼 외부에서 잘 보이지 않아 원형이 다른 대문보다 잘 보존될 수 있었다. 현재는 보물 제403호로 지정되어 집중 관리를 받고 있으며 또 이곳은 수원화성에서 아름다운 장소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이곳은 평일에도 사람들이 많고 저녁에는 자주 공연이 펼쳐진다. 공연이 없는 저녁에는 은은한 조명 속의 화서문과 서북공심돈을 사진에 담으려는 작가들을 항상 볼 수 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화서문의 지붕과 용마루에는 많은 비둘기가 앉아 풍경을 더해주고 이곳이 수원화성에서 아름다운 풍경 중 하나이기 때문일 것이다.

수원화성의 다른 대문을 살펴보면, 남·북대문은 전면에 광장이 없고 대신 큰 도로가 있어 대문과 어우러진 모습은 기대하기 어렵다. 또 동문인 창룡문은 사람들이 지나갈 수 있지만, 현재 도심의 통과 동선에서 제외되어 활용도가 화서문에 비해 낮다. 화서문이 이렇게 사랑받을 수 있는 것은 실제 이곳은 통로로 많은 사람과 차량이 지나고 있고 또 전면에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광장이 있기 때문이라 할 수 있겠다.

화서문의 뜻은 홍재전서에 의하면 방향을 구분하기 위한 것이라 하여 다른 의미를 두지 않았다. 그런데 위치를 보면 화서문은 행궁의 북북서 방향으로 서쪽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그래서인지 화서문 좌향을 현장 지세로만 보면 북서향으로 하는 것이 합리적으로 보이나 필요 이상으로 팔달산으로 몸을 돌리고 있다. 위치는 어쩔 수 없이 북쪽에 있지만, 좌향만은 이름처럼 서향(西向)을 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화서문의 위치가 처음 정약용이 설계할 때는 지금의 위치는 아니었다. 을묘년 행차 시 만든 성조도(城操圖)를 참조하면 화서문은 팔달산 중턱의 서일치(西一雉)와 서포루(西鋪樓) 사이에 자리하고, 현 화서문에는 암문이 계획돼 있었다. 여러 가지를 고려하면 다산이 계획한 서문의 위치도 이와 같았을 것이다.

화서문의 위치가 방향의 의미를 버리고 북쪽 암문의 자리로 내려온 것은 활용의 문제로 볼 수 있겠다. 만약 화서문이 팔달산 중턱에 위치했다면, 가장 합리적으로 만들어진 수원화성의 큰 오점으로 남았을 것이다.

현시점에서 화서문의 개선 요소를 찾아보자. 첫째로 지붕에서 놀고 있는 많은 비둘기는 보기에 평화롭고 좋지만, 문화재 보존에는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건물 외벽 주두 및 익공 위에 새들이 앉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삼지창 모양의 작은 철물을 꽂아 놓는다.

또 문이나 벽체가 없는 누각 건물에는 상부에 부시(철망)를 설치한다. 물론 새의 접근을 막기 위한 설치물이 과해서 문화재의 경관을 해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예를 들어 서울 원각사지 10층 석탑은 유리 벽으로 막아 내부가 잘 보이지 않게 했는데 너무 과한 디자인으로 평가되고 있어 화서문에서는 많은 것을 고민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두 번째로 통과하는 도로와 서옹성 내부의 높이 차이에서 오는 문제점이다. 옹성 내부가 도로보다 낮아 물이 내부로 들어오고 위계도 낮아지고 있다. 대안으로는 도로의 높이를 낮추거나 별도의 우회도로를 만드는 방법도 있다. 만약 화서문 옆 팔달산 기슭에 차량용 터널 만들면 도로로 뚫린 성벽은 원형이 복원되고 보행자들은 서옹성과 화서문을 통해 성안을 출입하게 되어 화서문의 효용성이 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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