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예산과 법적 정치적 역사적 책임
[경기시론]예산과 법적 정치적 역사적 책임
  • 경기신문
  • 승인 2019.11.04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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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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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호택국립한경대 법학과 교수
오호택 국립한경대 법학과 교수

정부는 내년 예산에서 지출을 올해보다 9.3% 늘어난 513조 5천억원 규모로, 수입은 1.2% 늘어난 482조원으로 편성했다. 내년 경제성장률이 1%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라 지출을 늘리기 위한 적자국채발행은 사상 최대인 60조2천억원에 달하는데, 올해보다 26조4천억원이 증가한 것이다. 전체 예산 대비 적자국채 비중도 올해 6.4%에서 내년에 11.7%로 늘어나고, 국가채무비율은 GDP 대비 39.8%로 확대된다. 예산의 12% 가량을 빚으로 감당해야 하는 것이다. 이자를 더해 갚아야 하는 국채는 결국 미래세대로부터 빌리는 것이다. 그렇다면 장래 이 돈을 갚아야 할 20대 이하 청년들에게 동의를 구해야 한다. 물론 OECD 평균 국가채무비율이 110% 정도인 데 비해 우리나라는 매우 안정적이니 큰 걱정이 없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높은 채무비율을 유지하는 국가들은 기축통화를 가지고 있는 미국, 일본, 독일(유로화) 등으로 우리나라와 비교하기는 어렵다. 그밖에 호주·덴마크·스웨덴 등은 40~50%대 수준으로 우리와 비슷한데, 이들과 우리나라는 발권력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미래세대로부터 빚을 내는 적자예산은 청년세대가 동의해야

문제는 그 미래세대로부터 빌린 돈으로 경제를 살리고 사회안전망을 더 확충해서 그 청년들이 만족할만한 사회를 물려줄 수 있는 지다. 지출에서 최근 가장 많이 늘어나는 부분은 사회보장 예산이다. 특히 현금성 지원사업 예산은 2017년 36조465억원에서 내년에는 54조3천17억원이 편성돼 18조2천억원 이상이 증가했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연장선이지만 아직 그 효과는 검증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현금성 지원으로 소비증가를 꾀할지, 기업에 투자하여 생산을 늘릴지, 청년들에게 선택의 기회를 줘야 한다.

모든 정책에는 책임이 따른다. 다만 구체적인 위법행위가 아니고 재량의 범위 내라면 법적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 하지만 정치적 책임은 져야 한다. 국민은 당연히 정부에 정치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것은 국민의 권리이자 의무다. 물론 정치적 책임은 다음 선거를 통해 묻게 된다. 국민들로서는 경제문제뿐 아니라 안보·사회문제까지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그 정치적 판단능력이 주인으로서의 자격조건이다. 당연히 대통령과 정부, 국회는 이런 정치적 책임을 늘 의식해야 한다.

하지만 단순히 당장의 선거만 의식하는 것은 미래세대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진다고 할 수 없다. 10년 또는 20년 뒤가 기준이 돼야 한다. 예산뿐 아니라 현재 국회에서 대립하고 있는 공수처법과 검경수사권 조정, 선거법 개정 등 모든 갈등은 미래세대에 물려줘야 할 사회시스템이라고 생각하면 여야 합의가 좀 쉬울 것 같다. 정부가 몇 번 바뀐 뒤의 일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선거법을 5개월 앞으로 다가온 차기 총선이 아니라, 4년 후 또는 8년 후 선거에 적용한다고 한다면 지금 국회의 모습과는 다른 양상이 될 것이다.



장기적으로 미래세대에 물려줄 사회시스템에 대한 책임

그런데 대통령 단임제에서 대통령은 어떻게 정치적 책임을 질까? 당연히 정당을 통해 책임을 지게 된다. 대통령의 행적에 따라 집권당 후보가 차기 대선이나 총선에서 지지 또는 비판을 받아야 한다. 그러려면 대통령의 선거공약이나 당선 후 집행과정에 집권세력 모두의 의견이 잘 반영돼야 정치적으로 책임질 명분이 생긴다. 선거 때 대통령의 측근에 의해 모든 공약이 후다닥 만들어지고 그 공약에 대통령이 구속되는 것은 국가적 비극이며 책임소재를 불분명하게 한다. 의견수렴이 부족한 정책이 나라를 망치지 않으려면 모든 정당은 평상시에 꾸준한 토론을 통해 일관된 정책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 유권자는 이를 바탕으로 미래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2020년은 최악의 경제위기를 벗어나 경제가 바닥을 치고 반등하기 시작할 것이라는 정부의 기대가 장밋빛 희망에 그치지 않고 현실이 되기를 국민들은 간절히 바란다. 내년이 우리 경제의 부흥이냐 아니면 일본과 같은 잃어버린 20년으로 들어설 것이냐의 갈림길이라는 분석이 많다. 선거에서의 정치적 책임을 넘어 긴 역사적 책임을 져야 하는 이유다. 그 역사적 책임은 정부와 정치인뿐 아니라 국민 모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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