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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와 통찰]은퇴 공직자, 어떻게 살다 죽어야 할까Ⅰ

 

 

 

 

 

2018년 한국인 평균 수명은 82.7세로서 내가 공직에 첫 발을 디딘 1970년대보다 19년이 증가했다. 과학의 발달로 인간의 평균 수명이 곧 90세가 될 때가 머지않고 100세까지 늘어날 전망까지 나온다. 노인 인구 비율을 나타내는 65세 인구는 2018년 현재 14.8%로서 노령사회에 진입했고 노령화율은 세계 1위이다. 장수는 축복일까, 재앙일까? 공직 은퇴자들이 장수를 축복으로 누리려면 어떻게 살다가 어떻게 죽어야 할까? 이에 대한 해답을 말하기 전에 먼저 두 개의 예술작품에 관해 이야기해 보려 한다.

최근 서울 대학로에서 연극 ‘감옥에 가기로 한 메르타 할머니’를 관람했다. 스웨덴의 ‘잉엘만순드베리’의 소설이 원작이며 줄거리는 이렇다. 요양원에 입소해 사는 79세의 메르타 할머니는 정부의 지원금이 깎였다는 이유로 종사자들의 근무태도와 음식의 질이 떨어지고 외출도 불허하는 등 전반적으로 서비스의 질이 점점 나빠지는 것에 강한 불만을 품게 된다. 그러다 TV에서 생각보다 괜찮아 보이는 교도소의 내부생활을 자주 보게 접하게 되고, 결국 감옥에 가기 위해 요양원에 있던 4명의 친구와 함께 요양원을 탈출한다. 박물관의 그림을 훔치고 그림을 돌려주는 대가로 500만 크로나의 돈을 챙겨 잘 보관한 후 자수하여 수감된다. 그러나 감옥이 TV에서 본 그런 곳이 아님을 알게 되고, 몇 개월 후 교도소를 나와 또 다른 강도 행각을 감행하게 된다. 현금수송차량을 털어 1천800만 크로나를 훔친다. 훔친 돈의 일부를 요양원과 박물관 운영개선을 위해 기부를 하고 외국으로 도피한다.

독일의 동화 ‘브레멘 마을의 음악가들’에서는 한 시골의 당나귀가 나이가 들어 더는 일을 할 수 없게 되자 주인이 죽이려 함을 알게 됐다. 당나귀는 브레멘 마을로 가서 음악활동을 하기로 결심하고 농가를 탈출한다. 가는 도중에 늙은 개, 닭, 고양이와 함께 브레멘 마을에 도착하여 정착할만한 빈집을 발견하게 되는데 두 명의 도둑이 이곳에 사는 것을 알고 전략을 짜서 이들을 내쫓고 악기를 연주하며 자유의 몸으로 살게 된다. 이야기는 이걸로 끝이지만, 모두가 사람과 친근했던 존재였으므로 음악으로 브레멘 마을의 동물과 사람들을 즐겁게 해줬을 것이다.

이제 이 두 개의 작품을 소재로 서두에서 밝힌 질문에 대한 나의 대답을 말하고자 한다. 첫째는 되도록이면 우리의 삶을 상업 시설로 변질된 요양원에 의지하지 말자는 것이다. 우리는 스스로 “늙으면 자식들 신세 지기도 그렇고 요양원에서 살다 죽어야지”며 요양원 입소를 당연시한다. 지난해 한 언론사가 벌인 ‘100세 프로젝트’ 중 하나가 ‘마지막 삶을 내 집에서’였다. 나는 봉사활동, 사회복지사와 요양보호사 현장실습 등을 계기로 요양원을 자주 갔었다. 대체로 요양원은 모든 노인을 똑같은 존재로 여긴다. 한 프로그램에 다같이 참석하여 마스게임 하듯이 따라 해야 한다. 종교단체가 운영하는 곳에는 1주일에 서너 번씩 종교의식을 하는데, 대부분 노인성 질환을 앓고 있는 노인들이 설교를 알아듣지 못해 고개를 떨구고 졸고 있었다. 안전을 목적으로 출입문은 철저히 잠겨져 있었다. 나의 어머니가 한때 머물렀던 요양원의 식사는 눈물이 나올 정도로 초라하기 짝이 없었다. 이런 상황을 볼 때마다 ‘나와 아내는 무슨 일이 있어도 요양원에 가지 말아야지’하며 결의를 다지기도 하고, 정부에 소리쳐 외치고 싶은 말이 목까지 치밀어 오른다.

그동안 정부의 요양보호 제도는 요양원의 경영 중심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운영예산 부족, 요양보호사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이나 가족이나 노인들로부터의 언어와 성폭행 피해 등만 주로 거론됐다. 노인 각자가 자신의 소중한 ‘삶의 주인공’이라는 점과 그들의 인격과 삶의 질을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에 정책의 초점과 사회적 관심이 모아져야 한다. 노년의 삶이 정책의 주체가 돼야 한다는 말이다. 방문 요양과 홈케어 (방문진료) 제도가 잘 갖추어져 있어 집에서 삶을 마감하는 것이 가능한 일본과 독일의 사례를 따라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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