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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박

/송재학

툇마루의 놋요강에 오줌발을 내린다

막 개칠을 시작하는 소나기는 미닫이부터 적신다

비안개의 아가미조차 숨겨왔던 새벽이다



추녀의 숫자만큼 뒹구는 빗방울

느린 시간의 뒤에 좀벌레처럼 머무는 빗방울

머위잎을 기어이 구부리는 빗망울



빨랫줄의 참새가 방금 몸살을 터는 중이다

자주달개비 혀에 보랏빛이 번지는 중이다

질펀해질 마당이 막 소란해지는 중이다



자세히 보니 모두 알몸이어라



-송재학 시집 ‘슬프다 풀 끗혜 이슬’ / 문학과지성사·2019

 

 

 

 

송재학 시인의 시 ‘민박’에는 ‘나그네의 잠자리’라는 ‘민박’(民泊)의 통상적 의미와 함께 ‘애가 타도록 걱정스럽다’는 ‘민박’(憫迫)의 동음이의(同音異義)의 서정이 고스란히 묻어 있다. 비오는 날 낯설은 민박집 지붕과 창가와 문틈으로 스며드는 빗소리와 함께 나그네 인생들의 젖은 삶의 무게들을 노래하는 듯하다. 빗방울은 ‘느린 시간 뒤에’ 머물러 머위잎마저 구부리고 질펀해질 마당을 소란케하는 나그네의 젖어드는 풍경의 주어(主語)다. 민박같은 생애 어느 멈춰진 시간, 빗방울 소리에 둘러보면 모두 알몸이었다는 소스라치는 발견! 이것이 삶의 민박(民泊)에서 만나는 민박(憫迫)의 어스름한 아침 같은 것 아닌가. 무엇이든 씻겨지고 말갛게 벗겨지는 투명한 알몸, 어떤 거짓도 칠하지 않는 알몸을 지니고 싶다.

/김윤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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