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지소미아 함정에 빠지다
[경기시론]지소미아 함정에 빠지다
  • 경기신문
  • 승인 2019.11.19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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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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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호택국립한경대 법학과 교수
오호택 국립한경대 법학과 교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가 23일로 다가오자 우리와 일본 뿐 아니라 미국까지 가세했지만 성과는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에스퍼 미 국방부장관을 만나 원칙을 다시 확인했다. 일본이 “안보상 신뢰할 수 없다”는 이유로 수출 규제 조치를 했기 때문에 군사 정보를 공유하기 어렵게 됐고, 일본이 먼저 철회하지 않는 이상 우리는 군사 정보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일본 정부도 수출 규제 철회 의사가 없음을 다시 밝혔다. 한일 정상의 의지가 확인된 마당에 한미일 국방부장관의 연쇄회담은 무의미했다. 그런데 한미일 간에 얽히고 설킨 이 문제를 보면, 우리나라 여야간 또는 계층간 갈등을 보는 국내시각과 똑같다. 우리는 선이고 상대는 악이라는 진영논리다. 이런 접근으로 우리가 스스로 함정에 빠졌고, 일본도 같은 실수를 하고 있다. 우리는 지소미아 종료가 일본의 수출규제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한다. 일본은 수출규제를 우리 대법원의 일본기업에 대한 강제징용 배상판결에 연계시킨다. 우리 정부는 권력분립에 따라 대법원 판결에 간여할 수 없다고 한다. 일본은 우리가 국제법을 준수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서로 다른 문제에 대한 부당연계가 문제의 시작

이는 결국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문제다. 이 협정문은 양국과 국민은 일제강점기의 청구권에 관한 문제가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을 확인한다. 이에 일본은 조선에 했던 투자과 일본인의 개별 재산을 모두 포기하고, 무상 3억 달러와 차관 2억 달러를 제공하고, 우리도 대일 청구권을 포기했다. 당시 우리나라 1년 예산이 850억 원 정도였으니 적은 돈은 아니다. 그 돈은 포항제철을 건설하는 등 우리나라 경제발전에 도움이 됐다. 한편 1946년 일본이 남긴 재산은 한반도 총 재산의 85%인 52억 달러였고, 그 중 22억 달러가 남한에 있었다. 여기에는 민간인 재산도 상당했는데, 미군정이 몰수해 우리 정부에 넘겼다. 협상과정에서 일본은 헤이그전쟁규칙 제46조의 사유재산 불가침 원칙을 들어 이 재산의 반환을 주장한 바 있다. 국제법상 우리는 당시 승전국도 아니고 전쟁피해국도 아니었고 그저 패전국인 일본으로부터 ‘분리된 나라’였을 뿐이다. 1955년 필리핀이 일본으로부터 받아낸 8억 달러(무상 5억5천달러, 차관 2억5천달러)는 필리핀 침공에 대한 전쟁배상금이다. 일본과 달리 독일은 식민지배를 거듭 사과한다고 알고 있지만, 독일이 사과하는 것은 대량학살에 대한 사과일 뿐이다. 독일 뿐 아니라 유럽, 미국 모두 우리 입장을 지지해 주기 곤란하다. 그들 중 어떤 나라도 식민지배 자체에 대해 사과하거나 배상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한일청구권 협정에서 배상이라는 용어를 쓰지 않았어도 우리는 식민지배에 대한 배상으로 이해했고 그만큼이라도 받아낸 것이 다행이다.



통 크게 먼저 양보하는 나라가 결국 이길 것

대법원은 강제징용은 불법행위이고 한일청구권 협정에서 배상하지 않았으니 개인 청구권이 살아 있다고 한다. 물론 법리적으로 틀린 얘기는 아니다. 그런데 이 논리를 일본이 받아들이는 순간 수십만 건의 추가 소송을 감당해야 한다. 일본 뿐 아니라 우리도 일본 개인들의 수십만 건의 재산권 반환소송을 감당해야 한다. 1946년까지 남한에서 귀국한 일본인은 약 57만 명이다. 이 뿐이 아니다. 베트남전에서 현 베트남 정부와 적으로 싸웠던 우리나라가 당시 행위에 대하여 일일이 소송을 감내해야 한다고 가정해 보자. 그래서 국가 간에 조약을 통해 정리하는 것이다. 그런데 당시 박정희 정부가 개인청구권 문제를 국내적으로 제대로 정리하지 못했다. 징용재판에 대한 해결책을 못 찾자 수출규제에 나선 아베도 잘못이다. 지소미아 문제로 확전시킨 우리 정부도 문제다. 애당초 지소미아 체결을 압박했던 미국은 주한미군 주둔비용 문제와 연계시키는 우를 범하고 있다. 지소미아는 징용재판과 수출규제라는 함정에 빠져버렸고, 한미일은 지소미아라는 함정에 빠져버렸다. 누구든 먼저 통 크게 양보하는 쪽이 이길 것이다. 법과 외교는 다른 영역이다. 국내법과 국제법은 전혀 다른 차원이다. 서로 다른 영역을 혼동해서 부른 비극이다. 이 문제에 발목을 잡힌 양국 경제를 보면 불쌍한 것은 선량한 양국 국민들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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