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검찰개혁과 필리버스터의 함수관계
[경기시론]검찰개혁과 필리버스터의 함수관계
  • 경기신문
  • 승인 2019.12.02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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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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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호택국립한경대 법학과 교수
오호택 국립한경대 법학과 교수

문재인 대통령은 기회 있을 때마다 ‘시급한 현안’으로 검찰개혁을 들었다. 조국 민정수석을 법무부장관에 임명한 후 찬반시위가 계속되던 9월 29일 트위터에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국민들 목소리가 매우 높다고 올렸고, 조 전 장관이 사퇴하던 10월 14일에도 검찰개혁은 우리 정부의 가장 중요한 국정목표라고 하였다. 또 11월 8일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는 “어느 누가 총장이 되더라도 흔들리지 않는 공정한 반부패 시스템을 만들어 정착시키는 것”을 강조하였다. 그런데 그 검찰개혁은 지금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한동안 잠잠하다가 지난 주말 집회현장에서 ‘검찰개혁’이 다시 등장하였다. 온 나라가 둘로 나뉘어 ‘조국사퇴’와 ‘검찰개혁’을 부르짖었던 것이 불과 두 달 전이다. 당시의 ‘검찰개혁’은 조 전 장관을 검찰수사로부터 지키기와 무관하다고 할 수 없다. 지금 다시 나온 ‘검찰개혁’은 단순히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공수처법을 통과시키자는 것일까? 혹시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이른바 ‘청와대 하명수사’나 유재수 전 부산부시장에 대한 검찰수사에 대한 맞불은 아닐까?



검찰개혁은 경제문제나 안보문제보다 시급할 수 없어

법무부와 검찰청은 경쟁하듯 자체 개혁방안들을 내놓은 바 있다. 이런 자체 개혁방안이라도 잘 시행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여기에는 피의사실 공표금지, 공개소환과 심야조사 금지 등이 있었다. 하지만 이후에도 언론에 비친 검찰은 변한 것이 없다. 예를 들어 “원정도박 혐의 양현석 2번째 경찰 소환, 14시간 조사 후 0시 20분 경 귀가”(10월 2일), “양현석, ‘협박 혐의’로 또 경찰 소환”(11월 9일)…이런 기사들을 보면 검찰개혁 방안들은 결국 조 전 장관과 가족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나 의심스럽다. 양현석을 위한 시위는 없었다. 법 앞에 평등은 예외가 없어야 한다. 검찰이 대통령 임기 초에는 정권에 충성하다가 임기 말에는 미래권력에 충성했던 수많은 경험들은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강변해준다. 하지만 검찰에 의한 사건의 왜곡은 일반 국민들과는 좀 거리가 있다. 검찰의 수사권?기소권의 독점과 남용 때문에 불편한 사람들은 상위 1%의 정치권력 또는 경제권력 소유자들이다. 대다수 선량한 국민들은 검찰청이나 경찰서에 갈 일이 별로 없고 따라서 그다지 불편하지도 않다. 물론 가끔 검찰에 의한 서민들의 기본권 침해사례들이 발생하기는 한다. 그래서 다수 국민들은 검찰개혁을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경제가 어렵고 안보가 불안한 현실에서 검찰개혁이 ‘국가적 최우선 현안’이라는 점에 동의하기 어려울 뿐이다.



검찰개혁 방향을 합의하여 장기적으로 실천해 나가야

문 대통령이 검찰개혁 방안으로 전면에 내세운 공수처법은 패스트트랙에 반대하는 한국당의 필리버스터에 부딪혀 미궁에 빠졌다. 한국당은 민생법안을 먼저 처리하자고 했으나 민주당이 거부했다고 하며, 민주당은 한국당 배제라는 ‘비상행동을 시작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그러자 한국당 일각에서는 공수처법을 양보하고 연동형비례대표 선거법을 막아내자는 주고받기식 전략이 거론된다. 한국당 대표의 단식에 이은 이런 극한대립은 각 당이 내년 4월 총선에 올인하기 때문이다. 대선공약인 공수처 설치를 위해 약간의 의석을 내주고 소수당의 협조를 얻으려는 민주당이나, 그렇기 때문에 절대반대인 한국당이나 다를 바 없다. 공수처는 별로 탐탁치 않지만 의석수 증가를 위하여 협조하는 소수당들도 마찬가지다.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국민의 지지를 받아야 하고, 국민의 지지를 받기 위해서는 국민이 원하는 정책을 추진해야 하는 것이 민주주의다. 하지만 미래세대의 의사를 무시한 채 당장의 표만 의식하는 것은 스스로 함정에 빠지는 일이다. 검찰권의 남용을 막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가 필요하지, 이 둘을 독점하는 공수처는 대안이 아니다. 공수처법과 선거법 모두 당장 시행하는 것이 아니라 10년 뒤에 시행하는 것으로 하고 협상하면 아마 상황이 달라질 것이다. 하나하나 심각한 문제들인데 이를 패키지로 통과시키는 것은 악법의 산실이며 나라가 망하는 지름길이다. 총선만을 의식한 각 당의 치열한 눈치작전 속에, 심도 있는 내용적 토론과 합의가 없이 국민과 국가이익에 반하는 얼치기 법들이 탄생할까 두려운 것은 쓸 데 없는 망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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