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8 (수)

  • 맑음동두천 16.9℃
  • 구름조금강릉 14.9℃
  • 맑음서울 17.1℃
  • 구름조금대전 15.6℃
  • 흐림대구 14.5℃
  • 구름많음울산 14.0℃
  • 구름많음광주 16.0℃
  • 구름조금부산 16.9℃
  • 구름조금고창 16.7℃
  • 흐림제주 15.1℃
  • 맑음강화 16.6℃
  • 구름조금보은 15.1℃
  • 맑음금산 16.2℃
  • 구름많음강진군 15.8℃
  • 흐림경주시 14.1℃
  • 구름많음거제 17.1℃
기상청 제공

[시선집중]사오십대, 남성폐경기를 잘 넘기자

 

 

 

 

 

필자가 과거에 한 커뮤니티의 모임에서 50대 초반 가량의 신사와 인사를 하고 명함을 교환한 적이 있었다. 그는 작은 글씨로 빼곡히 찬 명함을 눈에서 멀찌감치 떨어뜨려 놓고 읽어 보더니 문득 한마디를 했다.

“예전엔 작은 글씨도 가까이서 봤는데, 언젠가부터 이렇게 점점 멀찌감치 놓고 봐야 글자가 겨우 보이더군요. 신문을 볼 때도 그렇고요. 돋보기를 가지고 다닐 날도 머지않은 것 같네요. 이런 나를 볼 땐 정말이지 우울해집니다.”

사오십 대가 되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자신의 모습에 망연자실하기도 한다. 더군다나 요즘의 시대는 갖가지 환경오염과 공해를 떠나서도 직장업무, 사회적 대인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게 우리를 괴롭히는 시대이기 때문에 심하게 나타나기도 한다.

평소에 서로의 힘든 이야기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고 지냈던 선배 한 명을 얼마 전에 만났다. 몇 년 전에 봤을 때보다 선배의 얼굴은 많이 상해 있었다. 요즘 통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하며 머리가 무겁고 가슴이 심하게 답답해지기도 하고, 어떤 날은 갑자기 혈압이 확 오르는 듯이 얼굴이 화끈거리기까지 해서 큰 맘 먹고 병원에 가서 정밀검사를 했더니 아무 이상이 없다고 나오더라는 것이다. 그런 증상이 몇 달 동안 계속 되면서 가족의 권유로 한의원을 찾기에 이르렀는데 한의원에서 내린 진단은 뜻밖에도 ‘화병’이었다고 한다. 말 그대로 갑자기 ‘울화통이 치미는’ 바로 그 병이었던 것이다. 불경기가 되다보니 너나 할 것 없이 모두들 힘들게 되고, 믿었던 사람에게 억울하게 돈을 떼이거나, 무턱대고 사업에 손댔다가 재산을 하루아침에 날려 버리는 일까지 생긴다. 게다가 또 함께 사업하자고 일을 벌였다가 상대방의 배신으로 빚만 떠 앉게 되거나, 갑자기 일자리를 잃게 되면서 생계형 신용불량자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어디 가서 하소연도 못하고 혼자 끙끙 않다가 화병을 얻게 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개인마다 암이나 고혈압, 뇌출혈, 당뇨병 등 중년에 걸리기 쉬운 병들에 대해서는 각별한 주의를 하는 반면에 중년의 남성에게 어느 날 갑자기 찾아드는 불청객인 ‘남성 노화 신드롬’ 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듯하다. 이 신드롬은 다름 아닌 ’남성 폐경기’를 의미하며, 여성과는 좀 다르게 남성의 폐경은 40~55세 사이에 찾아온다고 한다. 나이가 들수록 여성은 남성호르몬이 많아져서 점점 과격하고 터프하게 변하는 반면 남편은 그 반대가 되어 뒷방 노인네 마냥 잔소리가 많아지고 소심해지는 불균형이 생기다 보니 자연히 주위에서 트러블도 많이 발생하게 된다.

신경정신과 전문의는 남성과 여성 폐경기의 다른 점은 ‘분노’ 라고 지적한다. 직장이나 사업에서 일이 잘 풀리지 않는 것도 타인이나 세상에 대한 분노와 짜증으로 표출되고, 집에 돌아와 보면 아내도 자식도 자신에겐 아무 관심도 없는 것만 같은 생각에 우울해져서 사소한 일에 짜증을 부리고 벌컥 화를 낼 때도 있을 것이다.

필자는 이제부터 남성도 자신의 폐경을 인정하고 공개할 뿐 아니라, 자신의 신체적 성적·심리적 변화를 인정하며 생활을 하자고 주장한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여성이 자신의 폐경기를 인정하고 제2의 삶의 시작으로 의미를 보여하며 새로운 계획을 세우는 것처럼 이젠 남성들도 어쩔 수 없지만 자신의 변화를 인정하고 스스로 받아들이는 게 더 현명하다.

평균수명이 50세 전후이던 때만해도 늙자마자 바로 사망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남성폐경기라는 것이 없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100세 시대를 살아갈 우리에게는 반드시 한 번 거쳐야 할 환골탈태의 시기이기도 하다.

사오십 대들이여, 남성폐경기를 잘 겪어 내는 것과 함께 이제 자신의 건강을 체크하는 습관을 가지자. 건강보다 더 중요한 재산은 없다. 인생 후반을 위해 세운 목표도, 성공의 꿈도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된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