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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입춘이지만…

우리에겐 ‘미풍양속’형 세시 풍습이 많다. 조선시대 설날 임금에게 지어 올린 연상시(延祥詩)를 대궐의 기둥에 써붙인데서 유래했다는 입춘첩(立春帖)도 그 중 하나다.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새봄이 시작되니 경사스러운 일이 많기를 바란다’, ‘개문만복래 소지황금출(開門萬福來 掃地黃金出)·땅을 쓸면 황금이 생기고 문을 열면 만복이 온다’, ‘우순풍조 시화연풍(雨順風調 時和年豊)·비가 적당히 내려주고 때맞춰 바람이 고르게 불어주니 풍년이 든다’, ‘국태민안 가급인족(國泰民安 家給人足)·나라는 태평하고 백성은 평안하니 집집마다 넉넉하다’란 글귀를 대문에 붙여놓고 이웃의 행운과 안녕을 기원했다. 그리고 막연함으로 빌지 않았다. ‘적선공덕행(積善功德行)’을 함께 실천했다. 남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해야 일 년 내내 횡액을 피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입춘 전날 밤 각자 생각한 선행을 실행에 옮긴 것이다. 동네 골목을 빗자루로 쓰는 작은 일에서부터 불우이웃을 돕는 일 까지 내용도 다양했다.이런 선행은 아무도 볼 수 없는 밤에 주로 이뤄졌다는 데서 진정성도 느낄수 있다. 비록 매년 찾아오는 절기이지만 해가 바뀌었다고 그냥 오는 것이 아니라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게 온다는 의미를 부여한 조상들의 지혜를 엿 보기에 충분하다. 그래서 입춘을 ‘들 입(入)’자가 아닌 ‘설 립(立)’자 ‘立春’,으로 쓰고 ‘봄을 세운다’는 뜻으로 사용 했는지도 모른다.

지금에 와서도 크게 틀리지 않다. 새봄은 새로운 각오로 맞이해야 하고 봄을 세우는 자세는 준비가 있어야 한다. 새 봄은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봄이어서다. 이런 입춘을 이해인 수녀는 ‘봄 일기-입춘에’라는 시에서 이렇게 읊었다. “봄이 일어서니/ 내 마음도/ 기쁘게 일어서야지/ 나는 어서/ 희망이 되어야지// 누군가에게 다가가/ 봄이 되려면/ 내가 먼저/ 봄이 되어야지”

하지만 올 희망의 새봄은 그냥 오지 않는 것 같다. 봄을 맞는 마음에는 설레임과 기대가 가득 했으나 강한 ‘시셈’이 동반해서다. 절기는 입춘이지만 ‘코로나바이러스’ 속의 우리네 삶은 여전히 한파가 몰아치는 한 겨울이다./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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