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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농민혁명의 맥이 흐르는 여주

동학혁명 후 핵심 지도부 피신처
‘향아설위설’ 핵심 사상 배경지
현대사회 나아갈 방향 제시까지
여주에 깃든 동학혁명 기록

 

 

 

경기도 여주 권역은 근대 사회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특히 동학농민혁명 이후 중요한 변혁운동의 거점이 됐다.

이는 한반도 최고의 쌀 생산지라는 여주 지역의 특성과 동학농민혁명 이후 동학의 핵심 지도부가 피신하면서 동학 최후의 역사, 최고 정점의 사상이 전개된 지역이라는 점을 배경으로 한다.

여주 지역의 동학도들은 1893년의 보은취회에서부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해 동학농민혁명 당시에는 1894년 9월 18일 동학 2대 교조 해월 최시형의 총기포령에 의해 수천 명이 기포해 손병희 휘하에서 우금치 전투 이후 굵직굵직한 전투에 참여했다.

여주 출신 홍병기는 손병희의 최측근으로서, 여주 일대의 동학군을 이끌고 혁명전쟁을 수행했으며 제2의 동학혁명인 3·1운동에는 민족대표 33인 중 1인으로 독립선언서에 서명했다.

동학혁명 이후 해월 최시형은 여주 도전리(전거론)에 은거하면서 동학의 도통을 의암 손병희에게 전수했고, 이천식천, 천지부모설, 향아설위설 같은 동학의 핵심적인 후기 사상을 전개하는 배경이 됐다.

한울님으로서 한울님을 먹는다는 이천식천(以天食天) 설은 여주에 인접한 이천(앵산동)에서 설법한 향아설위(向我設位) 법설과 더불어서 4차 산업혁명 이후 인류가 맞이하게 될 새로운 사회에서 인간의 삶과 문명의 새로운 길을 제시하는 중요한 사상이 될 수 있다.

이천식천은 인간이 자연환경과 맺는 관계에 대한 인식의 전환, 그에 따른 태도(삶의 방식)의 전환을 위한 획기적인 사상으로 평가된다.

향아설위는 고령화, 저출생 사회를 살아가는 인간이 당대의 인간, 나아가 앞선 세대와 장래 세대와 관계 맺는 사회제도적인 측면에서 일대 전환을 필요로 하는 시대에 그 갈 길을 가늠하는 데 중요한 사상적 모티프를 제공한다고 평가된다.

또한 여주에서 설법한 천지부모(天地父母) 설은 오늘날 지구 환경위기를 불러 오는 인간의 삶, 그 삶으로부터 파생되는 여러 가지 부산물(폐기물, 온실가스)들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를 불러오는 사상적 뒷받침을 제공한다.

여주에 자리 잡은 동학 2세 교조 해월 최시형의 묘소는 인근의 영릉(세종대왕릉)과 더불어 여주 지역의 대표적인 묘소로서, 세종대왕의 한글과 해월 최시형 등에 의해 전파되었던 동학이 만나는 접점을 이룬다고 할 수 있다.

한글과 동학은 일찍이 자주적인 근대화를 추구했던 조선의 근대 지식인(개화파나 척사파에 기울어지지 않은 자주적, 자생적 근대화 추구 세력)으로부터 한국적 근대화를 위한 핵심적인 정신적, 문화적인 원동력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이 책에서는 ‘여주와 동학’을 주제로 해, 이처럼 동학에 깃든 가능성과 그것이 지역사회의 풍토나 역사적 환경과 관계 속에서 재생산, 재조명될 수 있는 방식에 대해 흥미로운 시도를 담아내고 있다.

/정민수기자 j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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