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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는 경영]롯데그룹 창업주 신격호 회장

 

 

 

 

 

지난 1월 19일, 롯데그룹 창업주 신격호 명예회장이 향년 99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그는 우리나라 근대 산업계의 틀을 만든 창업 1세대 중 마지막 생존자였다. 신격호 회장의 별세로 고(故) 이병철 삼성 회장, 정주영 현대 회장, 구인회 LG 회장, 최종현 SK 회장 등이 재계를 이끌던 ‘창업 1세대 경영인’ 시대는 완전히 막을 내리게 됐다.

신격호 회장은 한국과 일본 양국에 걸쳐 식품·유통·관광·석유화학 분야 대기업을 일궈낸 자수성가형 기업가였다. 맨손으로 껌 사업을 시작해 70년 가까이 한국과 일본 두 나라를 오가며 사업을 확장해 롯데를 국내 재계 순위 5위 재벌로 성장시킨 ‘거인’으로 평가받는다.

롯데라는 상호는 신격호 회장이 대학 시절 인상 깊게 읽었던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여주인공 ‘샤를로테’(Charlotte)에서 따온 것이다. 모두에게 사랑받은 샤를로테처럼 고객에게 사랑받는 기업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았다고 한다.

신격호 회장은 1921년 경남 울산에서 5남 5녀의 첫째로 태어났다. 그는 1941년 일본으로 건너가 신문과 우유배달 등으로 고학 생활을 했다. 1944년 선반(절삭공구)용 기름을 제조하는 공장을 세우면서 사업을 시작했으나 2차 대전에 공장이 전소하는 등 시련을 겪었다.

비누와 화장품을 만들어 재기에 성공한 그는 껌 사업에 뛰어들었고, 1948년 ㈜롯데를 설립했다. 당시 주일미군한테 인기가 있었던 풍선껌을 만들어 성공을 거둔 이후 롯데는 초콜릿, 캔디, 비스킷, 아이스크림, 청량음료 부문에도 진출해 사업을 확장한다.

1965년 한·일 수교 이후 한국 투자 길이 열리자 그는 1967년 롯데제과를 설립하며 한국에도 진출했다. 롯데제과는 1970년대에 국내 최대 식품기업으로 성장하면서 롯데그룹의 기반을 마련했고, 이후 관광과 유통, 화학과 건설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롯데를 굴지의 기업으로 키워냈지만, 신격호 회장의 말년은 순탄치 않았다. 평생숙원으로 추진했던 국내 최고층 높이의 롯데월드타워도 2016년 완공시켰지만 허가과정에서 특혜논란에 휩싸였고 안전사고까지 잇따랐다.

2015년 장남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차남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간의 경영권 분쟁이 터지면서 롯데는 큰 위기를 맞았다. 독단적 의사결정으로 황제경영으로 비판받기도 했고, 경영비리로 실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신격호 회장은 2011년 전까지 홀수 달에는 한국에서, 짝수 달은 일본에 머물렀는데 이로 인해 ‘셔틀경영’이라는 신조어가 생기기도 했다. 폐쇄적인 경영 방식과 불투명한 지배구조는 입길에 올랐다. 롯데그룹의 한국, 일본 계열사는 꼬리에 꼬리를 문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롯데가 유니클로와 아사히맥주 등 일본제품의 국내 판매에 앞장서며,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일본 법인이 있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롯데그룹의 국적 논란이 일기도 했다. 최근 일본의 경제보복이 노골화되면서 롯데에 대한 반감도 커지고 있다.

신격호 회장은 일본에서 큰 성공을 했지만 늘 한국인이란 차별과 싸워야했다. 또한 한국에서도 롯데가 일본에서 건너온 ‘일본 기업’이란 것이 일반 정서였다. 그렇게 롯데는 한국과 일본의 관계 악화 때마다 타깃이 됐다.

롯데가 국내에서 일부 일본브랜드의 주된 판매경로를 제공하고 일본기업이 지주사로 있다는 점이 소비자에게 불편함을 줄 수는 있겠지만, 롯데그룹 대부분의 사업장은 한국에 법인 등록해 영업활동을 한다. 국내 고용규모도 상당한 만큼 경제적 실질과 재계 5위 기업으로서 한국경제에 대한 기여도를 감안하면 롯데는 한국기업이라고 볼 수 있다.

현재 롯데그룹은 자산 규모 120조 원과 함께 세계 20여 개 국에 200여 계열사와 직원 약 18만 명을 둔 거대 기업이다. 그 동안 한일 공동경영이라는 특수성과 일본과의 합작사를 통한 롯데의 성장과정을 고려하더라도, 매출의 95%가 한국에서 나오고, 13만 명 직원들이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거인이란 말을 좋아해 야구단에도 자이언츠란 이름을 넣었던 신격호 회장. 故 신격호 회장의 걸어온 길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지만, 83엔으로 시작해 123층의 롯데월드타워 신화를 만들어낸 그의 성공은 분명 되새길 만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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