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희의 미술이야기]‘바우하우스와 현대 생활’ 8.13∼2.2 전시장 풍경
[정윤희의 미술이야기]‘바우하우스와 현대 생활’ 8.13∼2.2 전시장 풍경
  • 경기신문
  • 승인 2020.02.16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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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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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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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미술관 <바우하우스와 현대 생활 Bauhaus and modern Life>전이 2월 2일 종료됐다. 전시 막바지에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위협을 무릅쓰고 많은 관객들이 마스크를 끼고 전시를 관람하고 있었다. 마르셀 브로이어 Marcel Breuer와 빌헬름 바겐펠트 Wilhelm Wagenfeld가 디자인한 의자, 난나 딛젤 Nanna Ditzel, 알바 알토 Alvar Aalto가 디자인한 어린이용 의자, 마리안느 브란트 Marianne Brandt가 디자인한 각종 주방 소품들이 보인다. 조금 연식이 오래되었을 뿐 이미 우리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물건들이기에 전시장의 주인공으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풍경이 생경스럽기도 했다.

물론 전시장에 놓인 소품들은 이 유명 디자이너들이 최초로 제작한 물건들이기에 그 값어치에 있어서는 의심할 여지가 없을 것이다. 다만 이들의 디자인이 오늘날에는 대량생산되는 제품이 되어버렸기에 그만큼 우리에게 익숙한 것이 되어 버렸을 뿐이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이들의 디자인 작업은 우리의 생활 곳곳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의미이다.

어린이 의자와 가구 전시 섹션이 흥미로웠다. 바우하우스 디자이너들이 만들었던 최초의 어린이 의자는 성장하면서 체형이 커지는 어린이 사용자들을 배려해 높이 조절이 가능했다. 하지만 기능적인 배려만 있을 뿐 딱딱하고 단조로운 책상과 의자일 뿐이었다. 하지만 디자이너들은 가구를 사용하는 어린이들이 공간 안에서 좀 더 재미있게 생활하면서 상상력을 키워가길 원했고, 아이들의 가구는 점차 다채로운 색깔과 디자인을 띠게 된다. 어린이를 대하는 어른들의 시선이 그만큼 따뜻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늘날 우리들은 아기자기하고 예쁜 디자인의 가구들을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으니 오늘날의 어린이들은 과거보다는 좀 더 여유롭고 풍요로운 시각적 환경 속에서 성장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바우하우스 Bauhaus는 1919년 건축가 발터 그로피우스가 독일에서 설립한 조형 학교이다. 근대 공업이 부흥하던 시기, 사람들의 삶을 아름답고 풍요롭게 할 수 있는 일상 속 예술을 위해 다양한 실험이 진행되던 곳이기도 하다. 위에 명기된 디자이너 외에 우리가 알고 있는 바실리 칸딘스키 Wassily Kandinsky, 루드비히 미스 반 데어 로에 Ludwig Mies Van der Rohe 등과 같은 유명한 예술가와 건축가들이 이곳 출신이다. 바우하우스 예술가들은 제품 디자인뿐만 아니라 건축, 무대미술 등 일상생활이 펼쳐지는 모든 곳에서 예술적 경험이 일어나도록 전방위적인 실험을 진행했다. 매우 실용적이고 건전한 바우하우스의 운동이 나치 정권에 의해 퇴폐 미술류로 분류되었던 점은 정말 의아한 일이다.

필자가 전시가 끝날 무렵 찾아갔던 금호미술관에는 많은 사람들이 서로 재미있다는 듯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전시를 관람하고 있었고, 도슨트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보였다. 금호미술관 말고도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핀란드 디자인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으니, 여기도 곧 찾아가 봐야겠다. 이들 유럽 디자인의 전시가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것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우선 최근 소비 트렌드로서 레트로 열풍이 불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예스럽고 고풍스러우면서 간결한 디자인이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이들 전시가 주는 더욱 근본적인 메시지가 있다. 우리의 삶 속에는 예술이 이처럼 광범위하게 침투해 있다는 것을 이들 전시가 알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예술가, 창작자들이 생존을 위해 분투하고 있는 요즘이다. 자신의 창작물을 통해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바우하우스는 문제를 푸는 실마리를 제공하는 단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예술 작품, 예술작업이 소비재로 탈바꿈되어 대량생산되고 있으니, 전시를 보다보면 아직 예술이 침투해 들어갈 영역이 남아있긴 한 것일까 무력감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예술 작업이 이처럼 사람들의 일상에 친절하게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일은 즐거웠다. 사용자의 동선과 체형을 배려하는 예리하고 섬세한 디자이너들의 시선이 느껴졌고 자연으로부터 얻은 영감을 사물 안에 담백하게 담은 솜씨가 놀라웠다. 이들의 작업은 작업은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단순한 가치를 관객들에게 일러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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