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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요·판소리로 다시 보는 한국문학 랜선 타고 흐르는 우리가락의 멋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 민요소설극장 ‘다시 봄’

경기도립국악단 명칭 변경 후 첫 공연
김유정 ‘봄봄’-이상 ‘봉별기’ 소설 각색
최근순 악장의 해설·민요로 무대 연결
집콕으로 지친 도민에 웃음·희망 선사

4월에도 무관중 생중계 무대 이어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외출도 쉽지 않은 요즘, 경기아트센터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가 민요소설극장 ‘다시 봄’ 무대를 통해 도민들에게 웃음과 희망을 전했다.

경기아트센터는 지난달 28일 오후 4시 경기아트센터 공식 유튜브 채널 ‘꺅티비’와 경기도청 공식 유튜브 채널, 네이버 TV(꺅!티비)를 통해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의 민요소설극장 ‘다시 봄’을 생중계 했다.

‘다시 봄’은 경기아트센터가 준비한 2020 레퍼토리 시즌 라이브 공연으로 코로나19 여파로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에 따라 시행 중인 3~4월 공연 무관중 생중계 네 번째 무대다.

경기도립국악단이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로 명칭을 변경한 후 처음 선보이는 공연으로 온라인으로 만나는 관객들의 반가움을 샀다.

이번 공연은 음악성과 문학성을 담은 판소리와 민요의 접점을 김유정 작가의 소설 ‘봄봄’, 이상 작가의 ‘봉별기’ 이야기 안에서 각색한 옴니버스 형식으로 꾸며졌다.

 

 

 

 

원일 예술감독의 지휘 아래 이태훈 음악감독, 최근순 악장, 입과손스튜디오와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참여했다.

첫 번째 무대 김유정의 소설 ‘봄봄’은 성례(결혼)를 빌미로 사위 후보를 들여놓고 머슴처럼 부려먹는 지독한 자린고비 아버지 봉필 때문에 봄마다 애가 타는 세 딸의 이야기로 일순(함영선), 점순(심현경), 끝순(박진하)이가 무대에 등장했다.

점순이는 “우리 아버지 봉필이 아니 욕필이”라며 원망 섞인 목소리로 외쳤다. 이어 세 자매는 구성진 가락으로 “우리 아버지 지독한 봉필이, 봉필이라 쓰고 욕필이라 읽는다”며 “돈에 살고 돈에 죽는 국물도 없는 지독한 자린고비”라고 해 익살스럽고 유쾌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성례를 꿈꾸는 점순이가 “키가 크면 뭐해. 서장훈이 우리 아버지 딸로 와도 시집 못 갈걸”이라고 신세한탄을 하자 끝순이는 “아버지가 점순이 언니한테 하도 눈치를 줘서 허리서부터 다리까지 3단으로 접고 다니는 거 너무 불쌍해”라고 말했다.

점순이는 키가 작은 척 허리를 반쯤 숙이고 다니는 모습을 보여준 데 이어 자신의 키가 크면 성례를 시켜주겠다는 말만 믿고 3년 7개월째 말없이 일만 하는 춘삼이를 향한 원통한 심경을 토로했다.

또 세 자매는 “장인님, 빙장님, 노총각 타는 속은 귀신도 몰라줍디다. 언제나 다 자라서 찰떡치고 국수 삶고 잔치하나요. 정말 정말 속상해서 못살겠어요”라며 춘삼이의 애타는 마음을 처연한 민요가락으로 전했다.

결국 참다못한 춘삼이가 장인이 될 봉필와 실랑이를 벌인 끝에 가을에 성례를 올려준다는 약속을 받아낸 이야기는 통쾌함을 안겼다.

이어 무대가 전환되고 고운 한복 자태를 뽐내며 등장한 최근순 악장이 경기민요 ‘긴아리랑’을 불렀고, 아쟁 이신애와 해금 김혜빈, 피리 김태훈, 장구 김은영의 연주가 한데 어우러져 우리 가락의 멋을 선보였다.

 

 

 

 

최근순 악장은 “여러분은 지금 저와 기차를 타고 ‘다시 봄’ 감상을 하러 오셨다”라고 안내하며 “요즘 코로나19 확산 때문에 사회적 거리두기로 가정에서 생활하는 분들이 많으신데 여러분들이 이 공연을 통해서 마음의 여유를 가지시고 위로가 되는 바람으로 준비했다”고 말했다.

최 악장은 “김유정의 ‘봄봄’은 교과에서도 나온 아주 유명한 소설이다. 1930년대 농촌을 배경으로 권위적인 사람 밑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애환을 그린 작품이다”라며 “이상의 ‘봉별기’에서는 사랑의 색깔이 무엇일까 이야기한다. 이상이 작품에서 ‘샛노랗고 붉구나’라고 이야기하는데 여러분들은 사랑을 어떤 색으로 받아들이실지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다음 순서로 인생의 희노애락이 담긴 경기민요의 대표적인 소리 ‘창부타령’을 열창하며 ‘봉별기’ 무대의 기대를 높였다.

이상의 ‘봉별기’는 무능한 지식인 이상과 그가 사랑하는 여인 금홍이의 이야기로 경기민요 가사에 담긴 문학적 깊이와 정서에 초점을 맞춰 제작됐으며, 이상 역의 신승태와 금홍 역의 하지아가 호흡을 맞췄다.

이상은 어릴적 그림을 그리고 놀던 친구 강군과 찾아 간 주월정에서 금홍이를 만나 사랑에 빠졌다. 낮에도 달이 뜨는 곳 주월정에서 금홍이를 만난 이상은 그 시기 각혈이 멈춘 것이 사랑의 힘이라고 말했다.

금홍이가 “낮에는 아이 달래고, 밤에는 남자 달래고 세상에 품는 것이 내 일이더라”라고 자신의 신세를 털어놓자 이상은 “샛노랗고 붉구나”라며 마음을 고백했다.

이후 부부의 연을 맺은 이상과 금홍이는 행복한 나날들을 보냈으나 어느날 이상은 “껍데기뿐인 정조를 간판 삼자니까 금홍이도 나도 적잖이 언짢았다”라며 집을 나가 나흘을 떠돌았다고 독백했다.

금홍이는 손수건만 덩그러니 두고 집을 나갔고 그녀는 “나비야 청산가자 호랑나비야 너도 가자 가다가 날 저물면은 꽃에 앉아서 자고 가지”라며 구슬픈 가락을 노래했다.

안방 1열에서 민요소설극장 ‘다시 봄’을 관람한 관객들은 실시간 채팅을 통해 “새롭고 너무 좋다”, “날씨 좋은 날에 집에서라도 고퀄리티 공연을 볼 수있다니 감사하다”, “한국문학을 국악 버전으로 만나니 최고”라고 반응했다.

한편 경기아트센터는 오는 10일 경기필하모닉의 ‘앤솔러지 시리즈Ⅲ’, 11일 경기도무용단의 ‘춤-ON,련’, 17일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 ‘新,시나위’, 25일 기획공연 ‘다카포(Da Capo)’ 무대를 통해 4월에도 공연 무관중 생중계로 도민들을 만날 계획이다./신연경기자 shiny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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