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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여백]고령화 시대 힘들게 일하는 노인

 

 

 

 

 

5월은 바야흐로 신록의 계절이다. 나무마다 연둣빛 새순이 돋아나더니 어느새 연녹색 물결이 일렁인다. 앞산을 바라봐도 마치 커다란 녹색 솜사탕처럼 숲이 부풀고 있다. 5월은 어린이날, 어버이날, 입양의 날, 스승의 날, 성년의 날, 부부의 날 등 가정에 관한 기념일이 가장 많아 가정의 달이라 일컫는다.

100세 시대를 맞아 경로효친 사상과 정신을 새겨본다. 당연히 부모님이나 집안 어른을 자주 찾아뵙는 일이 중요하다. 지금은 전화뿐 아니라 영상통화라는 좋은 매개체가 있다.

가끔 주변에는 나이를 먹어서도 힘들게 일하는 노인분이 종종 눈에 띈다. 우리 동네 버스 정류장 근처엔 큰 건물 사이에 비닐로 엉성하게 문을 달아놓은 노점상이 있다. 이곳에서 주로 파는 것은 계절 따라 나오는 갖가지 채소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여기서 장사를 하시는 분이 아주 연로하신 할머니라는 것이다. 몸도 너무 마르고 왜소해서 바람이라도 불면 꼭 날아갈 것만 같은 분이다.

그런데 추운 겨울부터 따스한 봄이 왔는데도 할머니의 허름한 노점상 비닐 문은 계속 닫혀있는 것이다. 혹시나 올봄 코로나19로 돌아가시지나 않았는지 매우 걱정되었다. 그래서 하루는 그 옆의 약국에 들어가 일부러 약을 사면서 약사에게 물어보니 잘 모른다고 하였다. 버스 정류장에서 그 닫힌 문을 볼 때마다 가냘픈 그 할머니가 자꾸만 생각난다. 양파며 감자, 참외, 호박, 상추, 열무 등을 살 때마다 그 가늘고 작은 손으로 꼭 덤을 얹어주셨던 모습이 떠오른다. 다시 건강하게 일어나셔서 할머니 얼굴을 뵐 수 있기를 기도해 본다.

지난달 강원도 철원경찰서는 철원군 갈말읍의 단칸방에서 혼자 살던 61세 노인이 숨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사흘 전 집에서 600m가량 떨어진 도로에서 뺑소니 사고를 당한 것이 원인이었다. 지적장애인 피해자는 손수레로 고물을 주워 팔며 생계를 꾸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5일 새벽 4시 30분쯤 여느 때와 같이 손수레를 끌고 집을 나선 피해자는 50분 뒤 왕복 2차로 도로에서 한 20대 남성이 몰던 승용차에 치였다.

당시 CCTV 영상을 보면, 운전자는 브레이크도 밟지 않고 달리던 속도 그대로 피해자를 들이받았다. 차에서 내린 운전자는 쓰러진 피해자의 주변을 돌며 상태를 살피는가 싶더니 끝내 어떠한 조치도 하지 않은 채 차를 몰아 현장을 떠났다.

피해자는 그로부터 1시간 뒤인 오전 6시 20분쯤 스스로 깨어났다. 걷기도 힘들 만큼 심하게 다쳤지만, 피해자는 유일한 생계 수단인 손수레를 끌고 집으로 되돌아와 홀로 숨을 거뒀다. 경찰 관계자는 “사고 직후 119에 신고하는 등 구호 조치를 했다면 피해자가 사망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CCTV 영상을 보며 경찰 관계자는 “차에 치여 다친 몸으로 손수레를 포기하지 않고 끌고 가는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고 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길에서 손수레를 끌며 고물과 파지를 모으는 노인분을 본다. 특히 횡단보도에서 아슬아슬하게 무거운 짐을 끌고 간신히 건너가는 모습을 볼 때가 있다.

등 굽은 할머니 흰 수건 정갈히 쓰고/오늘은 운이 좋아/키 높이로 쌓인 폐지/건널목 앞이 안 보여 연신 고개 갸웃댄다//손수레도 아닌 유모차 한 짐 가득 팔아봤자/고작 폐지 1kg에 80원/느루 먹다 지친 허기/해종일 추운 거리 헤맨 뼈마디가 삐걱인다//숨이 턱에 닿아도 또 넘어야 할 고비길/팔십 독거는 지는 쪽으로/저어하며 가는데/유모차 부리지 못한 생, 그 설산을 오른다

- 진순분, 「유모차, 설산을 오르다」 전문

신록의 계절 5월은 부모님과 어른들에게 효도를 실천하는 달로, 우리도 곧 늙는다는 이치를 깨달아야 한다. 젊음이란 영원하지 않다. 이달엔 부모님을 꼭 찾아뵙고 전화 안부라도 드려야겠다. 우리 사회 곳곳에 어려운 독거노인들도 신경 쓰고 돌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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