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목)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영화로 보는 세상]예술원 회원이 되는 법

 

 

 

5월은 신규 예술원 회원을 발표하는 달이다. 몇몇 사람은 환호하겠지만 그보다 몇 배 많은 사람들은 한숨을 지을 것이다.

예술계 인사들의 예술원 회원을 향한 열망은 뜨거울 정도다. 평생을 헌신해온 자신의 활동에 대해 공인받는다는 자부심이 있고, 얼마간의 수당도 받는다. 국가가 인정하고 후원하는 국립 ‘명예의 전당’에 입성하는 것과 같다고 여길 정도다. 예술가 여정의 마지막 완성이라고 생각하는 수준이다. 그러나 예술원회원 선정기준이 시대의 변화를 반영하고 있는가의 문제에 이르면 대답은 복잡하다, ‘예술가’의 범위가 넓어 졌는데도 여전히 명가 중심으로 선발이 이루어지는데다 그나마도 객관성을 보장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1954년에 설립된 예술원은 문학(정원 28명/현원 25명), 미술(정원 25명/현원 18명), 음악(정원 22명/현원 21명), 연극·영화·무용(정원 25명/현원 25명) 등 4개 분과로 구성하고 있으며 정원은 100명이다. 당초에는 25명 정원으로 출발했지만, 시간이 지나는 동안 분야별 활동 인원이 많아진 것을 반영하려는 듯 50명(1966), 65명(1981) 75명(1988), 100명(1996)으로 늘어났다. 6명의 회원을 배당받고 있는 영화 부문에는 영화감독 김수용, 임권택, 변장호, 정지영 그리고 배우 남궁원, 김지미, 신영균이 회원이다.

회원 가입은 각 분과의 추천을 받아 총회에서 과반수의 출석과 과반수의 찬성으로 인준한다. 규정은 그러하지만, 각 분과 또는 부문별 회원들이 참석하는 회원추천위원회의 추천을 받아야 하는데, 사실상 전원합의가 이뤄져야 신규회원 추천을 받을 수 있다. 총회는 분과별 후보를 추인하는 요식적 절차에 지나지 않으며 무엇보다 우선하여 분과별 후보 추천을 받는 것이 승패의 분수령이다. 예선이 곧 결선인 셈이다. 어느 분야에서나 보듯 영화계 또한 감독, 배우, 시나리오, 촬영을 비롯한 기술 분야 등의 직능별 구분이 심하고, 개인간 호불호가 엇갈리는 경우도 흔하다. 누군가를 추천하더라도 다른 쪽에서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반대의견을 내면 합의에 이르기 어렵다. 지난 수년간 회원 가입을 시도한 경우들에서 객관적으로는 경력이나 평판이 충분해 보이는데도 관문을 통과하지 못하는 일이 생기는 것은 보이지 않는 견제가 작동했다고 보는 외에는 다른 이유를 찾기 어렵다.

그동안 12명의 회원이 타계했는데, 감독이 7명(이병일, 안종화, 김소동, 이규환, 김기영, 유현목, 김기덕), 시나리오 작가 4명(오영진, 최금동, 김지헌, 신봉승), 배우 1명(황정순)이다. 감독이 압도적으로 많고 배우는 현재 회원을 포함하더라도 3명에 지나지 않는다.

스타 중의 스타로 주목 받았던 신성일, 그의 오랜 파트너이자 부인인 엄앵란, 가난한 50∼60년대를 위로했던 조미령, 부흥기 여배우의 위상을 높인 윤정희, 고은아를 비롯하여 지금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장미희, 한국영화 기업화에 기여한 고 신상옥, 최은희 부부는 예술원 회원이 되지 못한 경우다. 그사이 몇몇 인물은 세상을 떠났다.

예술활동은 연륜이 길다고 수준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며, 좋고 나쁨을 가리기도 어렵다. 상을 못받았다고 수상작과 겨루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책은 그것을 쓴 작가만 논란할 뿐 디자이너나 제본가에게 눈길을 주지 않는다, 연극이나 무용같이 무대를 이용하는 분야는 그것을 꾸미는 무대디자이너의 역할이 크다. 영화는 감독이나 배우 말고도 촬영, 녹음, 편집처럼 여러 분야가 합쳐야 한다. 기획은 모든 영화의 출발이다. 어느분야던 제작자는 존중받아야 한다. 제작자가 없다면 예술가도 없다.

지금의 예술원 제도는 지나치게 좁은데다 명망가 중심처럼 보인다. 선발 분야를 더 넓히고 선정 방식도 바꿀 필요가 있다. 변화하는 환경을 앞서가지는 못하더라도 옛닐 방식을 고집할 이유는 없다. 대한민국예술원이 기득권에 짓눌린 폐쇄적 원로원이 되어서는 안된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