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에세이]아까시나무
[생활에세이]아까시나무
  • 경기신문
  • 승인 2020.05.19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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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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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야수필가도서출판 미담길 대표
이자야 수필가 도서출판 미담길 대표

아침에 산에 오르니 아까시꽃 향기가 코를 찌른다. 아까시꽃이 피면 여름이 가까워졌다는 이야기다.

우리나라에 최초로 아까시나무를 심은 곳은 고종황제 때 미국회사에서 경인 철로를 놓을 때였다. 철길을 내기 위해 산기슭을 잘라내니 산사태가 날 염려가 많았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당시 중국에서 번식하던 아까시나무를 가져다 심었다고 한다. 그 아까시나무가 강한 번식력으로 이 나라 산천을 뒤덮었다. 우리나라 어느 곳에 가도 아까시나무가 없는 곳이 없다.

그런 아까시나무가 이제 천덕꾸러기로 변했다. 아까시나무를 베어내고 그 자리에 다른 수종을 심고 있다.

그러나 이 나무는 아무리 제거해도 그 끈질긴 생명력을 완전히 몰아내기란 불가능해 보인다. 아까시나무는 척박한 땅 자갈밭에서도 잘 자란다. 뿌리에서 스스로 자양분을 만들어 그 뿌리를 넓고 길게 뻗쳐 나간다.

산소 주변에 아까시나무가 있으면 그 뿌리가 무덤 속까지 파고든다며 꺼려했다. 심지어는 불길이 드나드는 구들 아래까지 아카시아 뿌리가 뻗는다고 집 주변에는 아까시나무를 심지 않는다.

사실이 그러하다. 본래 아까시나무는 척박한 땅에 심는다. 아까시나무는 번식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밟아도 솎아내도 일어서는 들판의 잡초처럼 아까시나무는 강한 생명력으로 그 종족을 잇는다.

베어낸다고 죽을 아까시나무가 아니다. 잘라낸 나무둥치에서도 새싹이 돋는 게 아까시나무다. 그런 아까시나무가 천덕꾸러기가 된 데는 별무소용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볼품없고 쓸모도 없는 게 아까시나무라 여겨왔다. 과연 그러할까? 아까시나무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살펴보자.

아까시나무 새순을 따서 데쳐 먹으면 좋은 단백질원이 된다. 아까시꽃을 된장에 묻어놓으면 훌륭한 장아찌가 되고, 그 꽃을 따서 전을 부쳐 먹거나 동치미에 곁들이면 향도 좋고 풍치도 좋다. 어디 그뿐인가. 그 잎은 모아서 곱게 가루를 내어 칼국수나 떡을 만들어 먹어도 좋다. 그 꽃은 따서 그냥 먹어도 좋고 말려서 베갯속에 넣으면 수면에 도움을 준다. 또 아까시꽃은 꿀의 재원이 된다.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봄에 따는 꿀은 대부분 아까시꽃 꿀이다. 나무둥치는 잘라내어 통나무로 의자를 만들면 보기도 좋고 훌륭한 벤치가 된다. 그 밖에 가구를 만들기도 한다. 그런데도 아까시나무가 무용지물인가?

나는 아까시나무를 우리 풀뿌리 민중과 같다는 생각을 한다. 일견 인간사회는 권력 있고 돈 많은 일부 목소리 큰 자들로 이뤄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화려하고 매혹적인 장미꽃이 인간사회를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기 쉽다. 그렇지 않다. 세상을 움직이는 건 그들 이름 없는 풀뿌리 민중들이다.

그들은 오직 목소리를 죽이고 있을 뿐 알 것은 이미 다 알고 있다. 그러나 그들 몇몇 우람한 수목들이 산천을 뒤덮은 아까시나무를 무시하고 저희끼리 떠들고 있다. 그들이 전국을 뒤덮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했거나 자각하지 못한 소행들이다.

말 없는 다수를 무시하고 그들이 그들 위에 군림할 수는 없다. 아무리 제거해도 침묵하는 다수, 우리 힘없는 밑바닥 백성들을 완전히 배제하지 못한다.

그러니 오늘 하루도 생의 밑바닥에서 일하는 그대 아까시나무들이여! 그대들 힘으로 이 세상이 움직인다는 걸 알고 분기탱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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