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휘의 시시비비]‘볼록거울’의 저주
[안휘의 시시비비]‘볼록거울’의 저주
  • 경기신문
  • 승인 2020.05.20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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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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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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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모 왕비가 마법의 거울에 묻는다.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아름답지?” 그러자 마법의 거울은 “왕비님도 아름다우시지만, 백설공주가 훨씬 더 아름답습니다”라고 대답한다. 분노한 왕비는 사냥꾼을 시켜 공주를 죽이고 증거물로 심장을 가져오도록 명령한다. …1937년 미국 디즈니 스튜디오에서 만든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라는 애니메이션 도입부의 한 대목이다.

‘볼록거울’이 문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실패도 그렇고, 미래통합당(새누리당)의 잇따른 선거패배도 마찬가지다. 최근 민심을 들쑤시고 있는 정의기억연대(정의연) 논란의 파장에도 ‘볼록거울’의 저주가 스친다. 아이러니하게도, 세력을 장악했다고 생각하는 인사나 집단은 어김없이 오만방자(傲慢放恣)의 역병에 걸린다. 그들에게 되돌아오는 죗값 또한 반드시 가혹하다.

아파트 경비원으로 살던 예순 살의 한 남자가 막냇동생뻘 되는 입주민 남자에게 상습적으로 폭행을 당해 억울하다며 목숨을 끊었다. ‘아파트 입주자’가 무슨 대단한 권력이라고 가해자는 힘없는 경비원에게 그런 고약한 슈퍼 갑질 행패를 저질렀을까. 고인이 남긴 육성 녹음 내용으로 유추하자면, 가해자는 최소한 방자한 가치관의 노예임이 분명하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의 폭로 기자회견 파장이 점입가경이다. 여론의 관심이 온통 이 사건에 집중되면서 정의연을 이끌어왔던 윤미향 국회의원 당선인이 막다른 골목에 몰리고 있다. ‘친일세력의 공격’이라며 음모론까지 꺼내 들고 맞서려던 윤미향과 일부 진보 인사들은 양파껍질 벗겨지듯 쏟아지는 의혹의 소낙비에 속수무책이 되어가는 모양새다.

한때 기세등등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왜 실패했을까. 국민은 박근혜 정권 시대 ‘친박’ 그룹의 오만한 행태들을 낱낱이 기억한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그들은 결과적으로 대한민국이라는 거대한 새의 한쪽 날개를 아예 부러뜨리고 말았다. ‘보수 궤멸’이라는 말이 나오는 21대 총선 결과도 따지고 보면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라는 역사적 대지진의 여진이다.

황교안이 이끌던 미래통합당은 말로는 ‘반성’을 외치면서 실제는 권력 쟁패를 위한 암수(暗數) 놀이에만 몰두했다. ‘닥치고 뭉치자!’ 형식의 덧셈 놀이에 취한 황교안은 졸(卒) 장기알 쓰듯 공천권을 휘두르면서 호남 공천은 아예 생략해 스스로 전국정당이기를 포기했다. 이념좌표의 수정은 끝내 없었다. ‘문재인 반대’ 구호 말고 국민의 가슴에 와 닿도록 감동적인 정책 하나 내놓지 못했다.

4·15총선에서 무려 183석을 일궈낸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선거 직후에 ‘열린우리당의 교훈을 잊지 말자’는 오목거울을 세운 일은 참으로 장한 일이다. 그러나 흥분에서 넘쳐나온 방자한 언행들을 아주 차단하지는 못했다. 한때 일부 당선자들이 정제되지 못한, 휘발성 높은 개헌 화두들을 마구 부르댔다. 정경심·조권의 석방을 ‘총선 승리의 힘!’이라고 외쳐 법조계를 화들짝 놀라게 한 전직 민주당 국회의원도 있었다.

그런 와중에 느닷없이 소환된 ‘태종·세종’은 대단히 듣기 거북한 비유였다. 민주당 이광재 당선인이 시작한 찬송가는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에 의해 업그레이드됐다. 강 대변인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3년 동안 태종의 모습이 있었다면 남은 2년은 세종의 모습을 연상케 하는 것이 참모로서의 바람”이라고 말해 닭살 돋는 문비어천가(文飛御天歌)를 완성했다.

세상이 바르게 돌아가기 위해서는 기득권층을 유혹하는 ‘볼록거울’을 모조리 깨부수는 작업부터 해야 한다. 정치 권력을 거머쥔 이들에게는 더더욱, 과대망상의 허상으로 질투를 부채질하거나 오만방자의 수렁으로 이끄는 ‘마법의 거울’이 가장 위험하다. 역사를 돌아보면 ‘볼록거울’의 저주에 발목이 잡혀 완전히 실패한 위인들은 수두룩하다. 오늘 여러분이 애용하는 거울은 어떠하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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