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집중]설레는 은퇴, 두려운 은퇴
[시선집중]설레는 은퇴, 두려운 은퇴
  • 경기신문
  • 승인 2020.05.20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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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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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준평생교육학 박사생애설계전문가
김한준
평생교육학 박사
생애설계전문가

 

인간의 기대수명이 100세까지로 연장되고 있는 고령화 사회를 맞으면서 중년기 이후 삶을 더 풍부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들 한다. 하지만 오랫동안 한 직장에서, 흔히 말하는 월급쟁이인 블루칼라, 화이트칼라, 골드칼라로 있다가 퇴직 이후 재취업이나 자영업자로 변신해 성공하기란 쉽지 않다.

그럼에도 필자가 케어하고 있는 사람들 중 자신들의 경험을 살려 평소 잘 알던 분야의 사업을 하거나 잘 모르던 분야라도 철저한 사전준비를 통해 자영업이나 창업에 성공한 사례를 자주 볼 수 있다.

영국의 사회철학자 피터 라스렛(Peter Laslett)은 ‘신선한 인생지도(A Fresh Map of Life)’라는 책에서 ‘생애주기 4단계론’을 주장하면서 ‘제 3기 인생론’의 중요성을 전파시켰다. 사람의 인생을 1기부터 4기까지로 구분하면서 퇴직 이후 건강하게 지내는 노년기(60~90세)를 ‘제3기 인생(the third age)’이라고 하였다. 이 시기는 퇴직하여 자기 적성이나 재능에 맞고 자기가 원하고 바라던 활동을 하면서 만족감을 느끼며 삶을 살아가는 개인적 성취의 의미를 갖는다.

하지만 일상에 쫓기는 대다수 사람들은 눈앞에 닥친 은퇴에 막막할 수밖에 없다. 그런 가운데서 은퇴로 새 삶을 시작한 사람들이 있다.

수원에 떡집을 개업해 자리를 잡은 A씨의 경우, 그는 개업 전에 한 달간 하루 5∼6곳의 유명 떡집을 돌아다녔다. 그러고 난 후에도 그는 몇 개월 동안은 한 집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맛을 내는 비법을 어깨 너머로 배웠다고 한다. 손대중으로 떡 반죽을 하지 않고 지금도 반죽에 들어가는 재료들의 비율을 끊임없이 연구하며 지금까지 그것들을 일일이 기록해 오고 있다.

의정부에서 횟집을 개업하여 성공한 전 은행원 출신 H씨는 창업 전에 유명한 일식집을 돌아다니면서 벤치마킹을 했다. 메뉴가 생명인 음식점에서 주방을 모르면 결국 고용한 주방장에게 주인이 끌려 다닐 수 밖에 없기에 그는 고심 끝에 횟집을 운영해 본 적이 있는 매제에게 주방관리를 맡겼다. 좋은 재료의 구입처, 손님들의 메뉴 취향 등은 그 분야의 전문가인 매제가, 자신은 소스개발, 인력, 자금, 대외 업무 및 서비스를 담당하며 음식점 경영의 노하우를 차곡차곡 쌓아 춘천에 갈빗집까지 열어 성공했다.

재직 시절 고급술집 접대를 많이 해 본 P씨는 나름대로 술집은 별 다른 노하우가 없어도 비교적 쉽게 돈을 버는 것으로 여겨 퇴출 직후 바로 술집을 차렸다. 결국 그는 빚만 4억 원을 지고 술집을 포기했다. “몸만 낮추면 잘될 줄 알았죠. 그러나 종업원 관리나 외상값 회수 등 나름대로 노하우가 필요한 부분을 제가 너무 몰랐습니다”라는 그의 후회 어린 말이었다.

이처럼 처음엔 막연하게 쉽게 생각하고 창업을 한 후 큰 좌절만 맛본 사례도 많지만 이와는 좀 다르게 자기 일을 하는 ‘투잡스족’이 있다. 실제로 직장을 다니며 부업을 하고 있는 일명 ‘투잡스(Two-Jobs)족’ 직장인들은 부업의 성공요인으로 가장 중요한 것이 ‘시장 파악’ 과 ‘다양한 정보’ 라고 입을 모아 말하기도 한다. 그들은 회사 업무 후에 하고자 하는 분야에 전문가와 미팅을 하거나 관련 기관과 컨설팅을 하기도 하며, 직접 고객을 만나 정확한 데이터를 찾아내기도 한다. 이렇게 하다 보니 이들은 섣불리 시작한 창업자들에 비해 실패율이 확연히 낮다.

마찬가지로 정년 후 고용연장이 주는 약간의 안도감에 자칫 준비에 소홀하기 쉬운 공직자 및 공공기관의 임금피크제 직원들도 생애설계교육 및 재취업, 창업, 귀농(촌)을 통한 제3의 성장을 펼치는 데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

현직에 있으면서 직장의 복지제도나 시스템을 잘 활용하여 지금까지 몸담고 있는 직장을 떠날 때 두려운 은퇴가 아닌 설레는 은퇴를 맞이하기 위한 자신의 생애설계를 구체적으로 고민해 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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