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태근 문화칼럼]남도기행
[안태근 문화칼럼]남도기행
  • 경기신문
  • 승인 2020.05.20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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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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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100년사연구회회장
한국영화100년사연구회 회장

지인의 부친 49재에 참석하기 위해 해남을 거쳐 청산도를 다녀왔다. 해남은 고산 윤선도의 유배지로 유배 문학의 산실이다. 이곳에 문학촌이 필요한 이유이다. 달마산 미황사에서 지낸 49재는 고인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불교의식이다. 남겨진 이들의 정성을 모으는 것은 결국 가족 간의 우애를 위한 행사라고 할 수 있다.

달마산 미황사는 1300년 된 고찰로 외진 곳에 위치해 잘 보존된 보기 드문 완벽한 형태의 고찰이다. 이곳에 와보면 누구나 잘 왔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사찰 뒤편에 병풍처럼 둘러처져 이어진 달마산 역시 금강산의 기상을 닮아 봉우리가 멋지다.

49재를 마치고 489m인 달마산을 올라갔다. 군부대용 찻길이 나있어 300m지점까지 올라갈 수 있다. 올라가 바다를 보며 자연스레이 청산도 이야기 나왔고 만장일치로 여수항으로 출발했다. 여수항에서 여객선을 타고 청산도로 들어갔다. 소요시간은 50분이다. 민박은 행복마을의 한옥을 선택했다. 늦저녁 회 센터에서 광어와 문어, 소라 등을 사서 밤늦도록 이야기 꽃을 피웠다.

아침 기상 후 상쾌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둘레길을 걸었다. 청산도는 1993년에 제작된 임권택 감독의 명편 ‘서편제’의 촬영장소이다. 남도의 여러 곳을 헌팅하여 골라진 만큼 이곳은 정말 멋진 곳이다. 청산도는 촬영 이후 그 절경만큼이나 아름다운 스토리텔링을 갖게 되었다. ‘서편제’에서 '진도아리랑'을 부르며 오는 언덕길이 바로 이곳에 있다. 롱테이크로 촬영된 낮은 언덕길에서 세 명의 가인들이 춤추며 노래 부른 길이다. 높지 않은 돌 담벼락, 그리고 황톳길, 흥겨운 북가락 소리와 춤사위로 우리의 정서와 한을 잘 보여준 장면이다.

이 영화는 신인 오정해를 캐스팅하여 우리의 소리를 영상으로 보여주었다. 김수철의 ‘천년학’은 영화만큼이나 불티나게 팔려나가 백만 장이 팔렸다. 가요가 아닌 국악판으로는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그만큼의 노력을 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고 남도의 분위기를 음악들이 한층 더 살려주었다.

<서편제>의 초가 세트장은 반가웠다. 30년 전 촬영했던 주인공 소화의 집은 해풍으로 세월의 흔적을 비켜갈 수 없었다. 지금의 풍경과 달랐을 고즈넉했던 곳이 긴 세월 속에 많이 바뀌었다. 그래도 너무 아름다운 곳이기에 절로 시인이 되고 노래가 흥얼거려진다.

눈물 나도록 고운 색깔에 나도 몰래 시인이 된다. 과연 별거 직전의 부부가 화해하고 갈만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발길을 돌려야 하는 이유는 볼 곳이 이곳 뿐 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섬 관통도로를 타고 해변가를 돌아보았다. 참으로 아름다운 곳으로 ‘그 섬에 가고 싶다’의 첫 번째 편으로 꼽힐 만하다. 가다보니 ‘작가의 집’이 눈에 띄는데 두 동으로 현재는 입주 작가가 없었다. 이런 곳이라면 멋진 장편 한 편을 금방이라도 쓸 수 있을 것이다. 해변도로는 중간에 끊겨 있다.

13시 배를 타고 해남으로 나와 귀경길에 강진의 영랑 김윤식 시인의 생가터를 방문했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비석에서 남도의 문학을 다시 생각한다.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남도기행을 마치고 이 봄을 보내며 슬픔을 넘어서는 희망의 메시지를 느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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