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11 (토)

  • 흐림동두천 19.2℃
  • 맑음강릉 24.5℃
  • 구름많음서울 19.8℃
  • 구름많음대전 21.3℃
  • 구름많음대구 23.2℃
  • 구름많음울산 21.2℃
  • 구름많음광주 22.3℃
  • 흐림부산 19.1℃
  • 흐림고창 21.3℃
  • 흐림제주 22.7℃
  • 구름많음강화 18.7℃
  • 구름많음보은 20.8℃
  • 흐림금산 20.8℃
  • 흐림강진군 22.2℃
  • 구름많음경주시 23.9℃
  • 흐림거제 19.5℃
기상청 제공

[안휘의 시시비비]윤미향은 왜?

 

 

 

 

 

사람이 얼마나 양심적인지를 측정하는 지수인 ‘도덕지능(MQ:Moral Quotient)’이라는 개념을 맨 처음 사용한 학자는 미국 하버드대학교 정신의학 교수인 로버트 콜스였다. 그는 저서 ‘아이들의 도덕지능’에서 MQ가 지능지수(IQ), 감성지수(EQ)와 더불어 인간의 성장에 또 하나의 중요한 지수라고 밝혔다. 콜스에 따르면 MQ는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정보에 따라서 계속 변한다.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의 추가 기자회견을 바라보는 심사가 한없이 착잡하다. 마음고생이 역력히 드러나는 아흔두 살 할머니의 표정에는 짙은 슬픔마저 배어 나왔다. 열네 살 어린 나이에 일본군에 끌려가 형언하기 힘든 학대를 당하면서 시작됐을 한 여성의 참혹한 일생에 어찌하여 또다시 저런 억울한 일이 또 일어날까 싶은 안타까움이 말문을 막는다.

죽을 힘을 다해 거듭하고 있는 이용수 할머니의 증언과 언론에 통해서 새롭게 밝혀지는 한국정신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불의·부도덕·불합리 의혹들은 혀를 내두르게 한다. 공룡처럼 권력화한 시민운동 단체가 그들 존립의 근거인 피해 할머니들에게 인간적 대우마저 하지 않았다는 절규는 참담하기 짝이 없다. 기부금을 거두는 모습을 분명히 보았는데, 밥을 좀 사달라는 할머니의 요청을 “돈이 없다”며 딱 잘라 거절하더라는 증언은 듣는 이의 가슴을 에게 한다.

윤미향 국회의원 당선인과 정의연은 도대체 왜 이렇게 수많은 의혹을 사고 있는 것일까. 문제의 진짜 핵심은 무엇일까.

첫 번째는 시민단체의 권력화 현상이다. 이 병폐는 이용수 할머니가 처음 문제를 제기했을 때 정의연과 진보 정치권이 보인 조건반사적 언행에서 역력히 드러났었다. 그들은 대뜸 ‘친일’ ‘토착 왜구’라는 공격용 미사일들을 발사했다. 마법의 올가미인 ‘친일 프레임’을 덧씌우자고 들면 운동가들 앞에서 살아남을 비판자나 감시자가 없었다는 얘기다.

두 번째는 정의연이 철저하게 조직이기주의에 병들어 있다는 사실이다. 정대협은 2016년 남산 기억의 터에 들어선 기념 조형물 ‘기억의 터’ 조성에 쓸 피해자 명단을 서울시에 넘기면서 자신들을 ‘피를 빨아먹는 거머리’, ‘악당’이라며 거칠게 비판했던 무궁화회 심미자·박복순 할머니의 이름을 제외했다. 정대협·정의연은, 엄연한 위안부피해 할머니일지라도 그들에 맞서는 한 명단에서 마구 빼버릴 정도로 철저한 그들만의 조직이었다는 얘기다.

세 번째는 민주화를 견인한 시민운동권이 은연중에 물들어있는 특권의식이다. 대의를 실천하는 특별한 조직이기 때문에 회계의 투명성 따위의 시시한 원칙은 무시해도 된다는 가치관이 사달을 낸 꼴이다. 시민운동 역사의 초기에는 그랬을지 몰라도, 세상이 바뀌었고 그들을 바라보는 국민의 인식수준이 변했음을 미처 따라잡지 못한 어리석음이 걷잡을 수 없는 사태를 불러온 셈이다.

심각한 것은 시민단체에 선의로 기부했던 기부자들은 등을 돌리고, 과거 모든 활동에 물음표가 따라붙기 시작했다는 뉴스가 슬금슬금 나오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윤미향 논란, 정의연 의혹은 검찰의 수사와 별개로 이 나라 모든 NGO(비정부기구), NPO(비영리단체)들이 환골탈태하는 계기로 승화돼야 한다. 하루빨리 혁신하는 것만이 진영논리에 찌든 불순한 공격을 막아내는 지름길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회계역량이 없다’는 식의 엄살로 재정의 불투명성을 포장하는 일에 대해서 국민은 이제 절대 용서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공익 운동의 명분을 앞세워 시민운동단체가 스스로 성역화하는 일도 용납하지 않는 사회가 되었음을 성찰해야 한다. 오랜 세월 슬금슬금 퇴화하거나 무디어져 온 ‘도덕지능(MQ)’부터 확실히 회복해야 한다. 윤미향을 향해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되사람이 벌었다”거나 “‘정신대’를 만두피로 놓고 ‘위안부’를 고명으로 악용했다”고 통탄하는 이용수 할머니의 서러운 목소리가 귓가에 뜨겁게 맴돈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