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와 나 사이 서 영 택 봄과 비 사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 햇살 잡고 갓 피어난 개나리는 왜 어깨가 젖었는지 베란다 창으로 뭉쳐진 시간이 흘러내린다 불확실한 내일이 겨우내 자라던 막막함이 한 남자의 쓸쓸한 그림자가 흐른다 놀이터 한가운데 열린 괄호같은 웅덩이 누군가 건네지 못한 말이 고여있다 어린 나는 첨벙거리며 웃는다 웃음소리에 시간의 속도가 비켜간 기억이 둥글게 퍼지고 바람의 혀가 내게 전한 말은 끝내 해석되지 않는데 계절의 속살을 감춘 빗소리가 부풀어 오른다 봄비와 나 사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나를 닮은 잿빛구름이 하늘을 빠져나가지 못하고 있다 서영택 1952년 경남 마산출생. 2011년 ‘시산맥’으로 등단. 시집으로 ‘현동 381번지’가 있다.
“포돌이, 포순이한테 마스크를 씌워볼까?” “오, 그거 좋은 생각입니다. 사람들 간격은 2m로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수원중부경찰서 방범순찰대 소속 김 상경과 전 일경의 대화 내용이다. 두 대원은 치열하게 고민을 거듭한 끝에 수원중부방범순찰대에서 열린 코로나19 방역 포스터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이들은 “마스크 착용, 손 씻기 등 방역에 있어서 기본이 되는 것들을 강조해서 표현해 보았더니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던 것 같다”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이들의 우승 전략과 같이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가장 중요한 전략은 바로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첫째는 철저한 마스크 착용이다. 사람들이 모여 있는 실내 장소에서는 답답하더라도 마스크 착용을 최대한 유지해야 한다. 둘째는 올바른 손 씻기의 생활화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를 효과적으로 예방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손 씻기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이를 실천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셋째는 코로나19 감염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자가 격리를 해야 한다. “나 하나쯤이야” 같은 설마 하는 생각으로 위 증상이 나타남에도 불구하고 자가 격리를 하지 않으면 사랑하는 가족과 직장동료를 감염시킬 수 있기
요즈음 외국인이 출연하여 대한민국의 문화를 직접 경험하고 느끼는 방송이 많이 생겼다. 방송 뿐 아니라 인터넷 사이트와 SNS 등을 통한 외국인의 한국에 대한 경험담과 문화 충격 등을 소개하면서 한국을 칭찬하는 것을 자주 보게 된다. 외국인들이 놀라는 한국의 문화에 대한 반응을 대략 살펴보면, 야간에도 마음껏 외출을 할 수 있는 치안상태, 신속한 배달문화, 깨끗한 화장실, 편리하고 저렴한 대중교통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부분에 대하여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 우리에게는 당연했던 이런 일들이 외국인의 눈에는 그렇게 신기했었나보다. 우리의 생활이 그렇게도 높은 수준이었는데 우리는 늘 부족하다는 생각으로 살아온 것은 아닐까? 일제강점기와 6·25 등의 국난을 극복하고 경제개발을 추진하던 과정에서 우리의 목표는 선진국을 향한 염원 하나로 달려온 길고 험한 여정이었다. 우리가 그토록 실현하고자 앞만 보고 달려왔던 그 인고의 시간에 대한 보상이 언제 이루어질지 몰랐는데 바로 지금이 그 시기라는 생각이다. K-POP, K-드라마, K-뷰티, K-방역 등 우리가 뭔가를 내놓으면 그것이 세계 일류가 되는 현실에서 이제는 누가 뭐라고 하여도 우리는 선진국이 된 것이다. 수십…
낮은 집 서 승 현 오솔길 풀숲 속 작은 집 하나 있다 낮게 등 굽히고 엎드려 있다 간간히 들려오는 발자국 소리 오랜 고요 흔들며 잠길 속 흐르는 집 햇살 뜨거우면 둘러 선 나무들 낙엽 몇 선선히 떨어뜨려 주고 낮은 등 더욱 굽혀 흙더미 끌어안은 채 세월 속 스러지는 오래 된 집 낮게, 또 낮게 엎드리다 오체투지 평지되어 바람결에 흩어져 버릴 집 언젠가는 돌아가야 될 지상에서 가장 낮은 집 서승현 1962년 강원 태백출생. 광주대문창과,전남대 국문과, 동신대 박사. 2001년 계간 ‘시와사람’ 신인상 등단, 시집으로 ‘푸른현호색꽃 성채에 들다’가 있음. 2001년 제2회 전국가사·시조창작대회 대상 수상, 제5회 전국계간문예지편집인회 우수작품상 수상. ‘시와사람’ 편집장 및 ‘시와사람시학회’ 회장.
파적破寂 박 은 수 깊은 산사에서 우는 범종소리 우우우 뼛속까지 사무친 울음처럼 전율하는 허공 자지러지자 하혈한 달빛 천강에 낼앉아 파문 이는가 눈먼 땅 위 귀 열어 젖힌 병약한 무리들 그 가난한 떨림 속 달빛 향연에 녹아드는지 파동에 애를 태우는지 하도 애절하오만 나는 무엇으로 사는가 단장斷腸에 주검만 하오리까마는 들까마귀 새까맣게 들앉아 까악까악 울어대는 밤 뭇사랑, 간곡하다 1952출생 전북 김제출생, 경희대 미대, 홍익대학원 미술과 졸업, 2004 ‘시와세계’로 등단. 경기문화재단 시창작지원금 수혜로 시집 ‘반쪽나무’ 발간. 한국시인협회, 한국작가회의 회원
소 원 박 종 해 고요한 아주 고요한 간지럼타는 실바람의 소리나 혹은 꽃의 숨소리라도 들릴 듯한 나라 고요한 아주 고요한 만리 밖 갈대 우는 소리나 가랑잎 구르는 소리라도 들릴 듯한 나라 눈부신 은빛 날개로 끝없는 창공을 노 저어 그 고요한 나라에 닿고 싶다. 저 짙푸른 바다 위를 머흘 머흘 흘러가는 흰구름 위를 새가 되어 날으고 싶다. 소란스런 세상에서 멀리 멀리 정결한 휴식을 갖고 싶다. 박종해 1942년 울산 출생. 1980년 ‘세계의 문학’으로 등단, 시집 ‘사탕비누방울’ 외 12권, ‘시와 산문선집’이 있다. 이상화시인상, 성균문학상, 대구시협상, 울산광역시 문화상, 한국예총예술대상등 수상. 울산문협회장, 북구문화원장, 울산예총회장, 국제펜한국본부이사 등 역임.
탯줄부터 돈다 - 국립박물관 나한전 나 숙 자 나를 찾기 위해 아라한의 둘레를 돌고 돌고 공감, 사랑, 화, 슬픔 속 나는 어디 있는가 오백 년 만에 빛을 안는다 짠하다 목이 잘린 고통 팔이 잘린 시간 그 모든 것이 화엄의 세계라고 순간순간을 미소로 말하는 그들 오백 아라한 내 미소는 어떤 걸까 나를 볼 수 없어 탯줄부터 돈다. 나숙자 1951년 전남 나주출생. 문예사조로 등단. 시집에 ‘작은 자유를 위하여’ 외 다수. 영랑문학상 수상, 여덟 문인 미술전, 국제PEN한국본부 이사
입춘이 나에게 하는 말 노 현 숙 나는 오늘도 입춘의 맨살을 만지지만 입춘은 나와 반대로 가고 있다 아무도 입을 열지 않는다 이 거친 바람의 살결 속으로 나는 돌아 눕는다 노현숙 경북 의성 출생. 1994년 ‘자유문학’ 및 ‘시와시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바람은 없다’, ‘겨울나무 황혼에 서다’, ‘적막이라는 놀이터’ 등이 있음.
우리의 언덕은 김 상 경 우리의 언덕은 당신의 시로 푸르러 질 것 당신의 미소로 진달래동산이 되어야 할 것 밖에 된 바람 불어도 우리 두가슴 방은 구들 화로같이 은은히 따뜻해질 것 눈보라 뒷창을 때리면 어때 가슴엔 매화 겨울 향기 지피울 것 1954년 전북 고창 출생. 서울 양천문인협회 7대회장 역임, 한국 경찰문학회 수석부회장, 국제PEN 회원,한국문협,현대시협 회원
안락사 김 현 장 혈관을 묶는다 검은 길이 솟는다 몇 방울의 투명한 액체 하얀 명줄을 노린다 주사 후 빈지문 닫듯 느려지는 숨 줄기 바투한 마음 수십 번 갈아엎고 애처로운 백구의 눈빛마저 외면한 채 노랗게 타들어 가는 햇볕의 난장이다 행간을 건너가는 공포의 시간들 심장의 판막이 멈추는 순간까지 뜬 눈에 못다한 인연 눈가에 맺힌 이슬 김현장 64년 전남 강진출생, 전남대 수의학과 졸업하고, 경기대 한류문화대학원 시조창작을 전공하고 있다. 현재는 백제동물병원장으로 일하고 있으며, 백련문학에서 창작활동하고 있으며, 중앙일보 시조 백일장 장원한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