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는 뜨거운 심장 속에…”

2007.03.19 20:48:53

저자에게 듣는다 - ‘견자’ 박용하 시인

 

“삶과 죽음, 무의미와 의미, 자연과 인간, 나와 너 등은 분리가 불가능해요. 우리는 죽음을 유심히 들여다보길 꺼려하죠. 하지만 삶은 이미 지독한 죽음이예요. 그러니 죽음 역시 삶처럼 아껴야해요. 삶이 끝나는 순간 죽음도 함께 끝나는 것인지도 모르죠.”

박용하(45) 시인이 8년 만에 펴낸 자신의 4번째 시집 ‘견자’(열림원)에는 비장미가 넘쳐 흐른다.

“왜 비장하면 안 돼나요? 온 천지가 놀자판이 돼 버렸고 문학도 오락의 운명이예요. 그 속에서 문학은 진지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문학은 언제나 문학일 뿐이죠. 좋은 시는 심장 속에 있지, 암호문서 같은 논문 속에 있지 않아요.“

표제작 ‘견자’는 대표적이다.

‘누가 자꾸 삶을 뛰어내리는가/누가 자꾸 초읽기 하듯 심장을 뛰어내리고 있는가...(중략)...너의 심장은 발바닥에서부터 뛴다/너의 노래는 머리카락에서도 자란다...(중략)’

“프랑스 시인 랭보의 ‘견자’를 떠올리는 이도 있지만 그것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어요. ‘견자’는 심장으로 보는 사람이예요. 진정한 시인은 산(본) 만큼 쓰고, 쓴 만큼 사는(보는) 사람이니까요.“

박 시인은 오랜만에 시집을 냈지만 여전히 조심스럽다.

“시집을 열 댓 권씩이나 펴낸 시인도 많아요. 의심해 봐야죠. 시를 찍어내고 조립한 것이 아닌지. 시집 한 권 갖고 일생에 걸쳐 싸운 시인도 있잖아요. 제가 낸 시집을 반으로 줄이면 제 꼬리가 훨씬 가벼울 텐데….”

박 시인은 비인간적인 개체에 영혼이 있다고 믿는 물활론자(animist)다.

“나무 한 그루보다 더 큰 감동을 주는 시를 찾기가 쉽지 않아요. 그렇다고 문명비판을 막 할 수 없죠. 거의가 자아비판이기 쉬우니까요. 쓰레기(문명)으로부터 누구도 자유롭지 못하죠. 역설적으로 말하면 자연이 최고의 문명이예요. 쓰레기를 만들지 않으니까요.”

‘시를 흠뻑 머금고 있는 짧고도 강렬한 문장들이 숨쉬는 산문집을 내고 싶다’는 박 시인은 그래도 책을 내는 데에는 신중하다.

“이미 문학이라는 이름의 쓰레기가 넘쳐나는 세상이니까요.”
김재기 기자 kjj@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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