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치러진 김포외국어고등학교의 일반전형 입학시험 문제의 절반 가량이 사전 유출된 것으로 경찰조사 결과 드러났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11일 김포외고 입시문제를 사전에 교사로부터 넘겨받아 학원생들에게 배포해 공정한 입시업무를 방해한 혐의(업무방해)로 서울 목동 모 학원 원장 곽모(42)씨와 부원장 엄모(43·여)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또 시험문제를 유출한 혐의로 김포외고 입학홍보부장 교사 이모(51)씨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검거에 나서는 한편 유출된 문제를 버스 안에서 학생들에게 배포하고 설명한 혐의로 학원강사 김모(42)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교사 이씨는 지난달 29일 오후 9시50분쯤 곽 원장으로부터 전화를 받고 2시간여 후 입시 문제 중 38문항을 이메일로 보낸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는 입시 전날 오후 6시쯤 문제가 담긴 USB 메모리와 컴퓨터를 이용해 다음날 고사장에서 사용할 시험문제를 출력하는 과정에서 문제를 빼돌린 것으로 추정된다고 경찰은 밝혔다. 시험문제 출력 과정에는 교사 이씨와 김포외고 교장, 교감 등 3명밖에 없었다.
김포외고 입시 전체 문항 수는 80개였으며 이 중 이씨는 녹음 파일로 CD에 저장돼 있던 영어 듣기평가 문항 20개 제외한 60문항 중 3분의2 가량을 유출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교사 이씨로부터 문항 38개를 넘겨받은 곽씨와 엄씨는 이 중 13개 문항을 골라 A4용지 1장에 앞뒤로 인쇄한 뒤 버스 3대에 나눠 타고 시험을 보러 가는 학원생들 120여명에게 배포했다. 학생들에게 배포된 13개 문제는 모두 정답과 보기가 실제 출제 문제와 똑같았으며, 이 중 7개는 세부 표현까지 완전히 동일했다.
이 과정에서 학원생들과 버스에 동승해 유출된 문제를 나눠 주고 설명을 해 준 학원강사는 불구속 입건된 김씨 외에 8명이 더 있으며 경찰은 이들에 대해서도 조사가 끝나는 대로 사법처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문제의 학원에서는 154명이 김포외고 일반전형에 응시해 이 중 47명이 합격했다. 이는 김포외고 합격생 수(184명) 중 4분의1에 해당하며 응시자 대비 합격률로 따지면 일반적인 경우(경쟁률 13.3 대 1)에 비해 4배 이상 높은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학원 원장 곽씨는 지난 9월말 입시설명회차 학원에 들른 곽씨에게 ‘후사하겠다’며 시험문제 유출을 부탁했다고 진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11일 이씨의 집에서는 “아빠는 결백하다, 여보 미안합니다, 이 세상에서 다하지 못한 것 다음 세상에 하겠다” 등의 내용을 담은 유서가 발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