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과 민주당이 급속하게 내부 권력투쟁에 빠져들고 있다.
양당 모두 4.29재보선 이후 당내 비주류측이 부쩍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주류측도 이에 명확한 ‘답’을 제시하지 못하면서 당내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은 이미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의 탈당으로 주류와 비주류의 갈등이 끓어 넘칠 정도로 달아 오른 상태이다. 재보선이 끝난 뒤에는 주류측의 김부겸 의원(군포)과 비주류측의 이종걸 의원(안양 만안)이 차기 원내대표직을 놓고 충돌하고 있다. 최근 당내 갈등 양상에 대해 당의 원로들도 엇박자를 내기는 마찬가지다.
또 4선 의원으로 당의 원로격에 해당하는 천정배 의원(안산 단원 갑)은 7일 당의 전면 쇄신을 주장하고 나서면서 논란에 가세했다. 천 의원은 이날 배포한 전남대 행정대학원장 초청 특강 연설문을 통해 4.29재보선을 반쪽 승리로 규정하면서 “정신 바짝 차리고 환골탈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덧붙여 “선명야당으로서의 투쟁의지는 찾아보기 어렵다. 반MB세력을 하나로 묶어낼 수 있는 리더십도 보여주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4.29재보선 참패에 따른 수습방안을 놓고 서로 다른 목소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당내 소장파인 민본21이다.
이들은 재보선 이후 활동량이 부쩍 늘었다. 활동량만 늘어난 것 뿐만 아니라 참여 의원들도 늘어났다.
본격적인 세확산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들은 당 내부뿐만 아니라 청와대와 정부까지 포함하는 대대적인 쇄신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그치지 않고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비판도 시작했다. 박 전 대표가 김무성 원내대표 카드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명하자 당화합을 저해하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친박측은 ‘수동적 공격’ 자세를 취하고 있다. 주류측을 적극적으로 비판하고 공격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적극적인 협조를 해주는 것도 아닌 것.
최근에 김무성 원내대표 카드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는 것도 일종의 ‘수동적 공격’ 태도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친이측은 구심점이 없이 표류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친이 직계 의원들의 모임인 안국포럼은 이날 사실상 해체를 선언했다. 안국포럼의 멤버인 이춘식 의원은 이날 “친목 모임은 유지하되 정치적 활동과 관련해서는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이명박 정부의 성공을 위해 각개약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모임의 멤버인 정태근, 권택기, 김영우 의원 등은 민본21로 활동 무대를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