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을 구부려 공간을 메우다

2009.06.11 18:35:09 18면

김병진 개인전 ‘공간을 그리다’ 내달 5일까지 N갤러리
작품 통한 그림자 회화 표현… 회화·조각 동시에 감상

선을 긋는다.

선을 그으면 경계가 생긴다.

이쪽과 저쪽으로 나뉜다.

그러나 이는 오로지 이차원 평면에서나 가능한 이야기다.

삼차원 공간에 선을 긋는다 해서 하나가 둘로 나뉘는 일은 없다.

삼차원 공간의 선은 하나의 방향이거나 축일 뿐.

선 주위로 모든 공간은 나뉨 없이 그대로 존재한다.

다만 선이 거기 있어 공간에 새로운 표정이 생겨난다.

삼차원 공간의 선은 그러므로 경계가 아니라 표정이다.

이렇듯 선으로 만들어지는 매체(작품)와 공간의 작품이 만들어 내는 그림자 회화를 통해 기존의 느낄 수 없었던 조각과 회화 작품을 동시에 감상 할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작가 김병진이 성남 N gallery 2전시장에서 11일부터 다음달 5일까지 ‘공간을 그리다’ 전을 연다. 작가의 벽에 걸린 작품은 평면 드로잉처럼 보이지만 하얀 벽 위에 선이 꽃 모양이나 나뭇잎 모양 등을 이루고 있어 벽 위에 펜이나 연필로 그린 드로잉 같다. 하지만 가까이서 보면 그 선은 공간 위에 떠 있는 선이고, 그려진 게 아니라 만들어진 선이다. 나름의 볼륨과 굴곡을 갖고 있어 공간에 고유의 표정을 더해주는 선인 것이다. 선 뒤의 벽에는 조명에 따라 그림자가 짙거나 옅게 나타나 그 표정이 더욱 미묘해지고 공간의 선(철선)과 평면의 선(그림자)이 살짝 비껴 어우러져 아름다운 화음을 자아낸다.

특히 꽃을 표현한 작품은 그 화음이 들리브의 오페라 ‘라크메’에 나오는 ‘꽃의 이중창’을 연상시키며 그 어우러짐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또 작품이 보여주듯 막상 빈 공간에 하나의 선만 주어져도 사람들은 그 선이 생각보다 강렬한 이미지로 망막을 두드린다.(문의 : 070-7430-3323)
이동훈 기자 ldh@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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