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사상」(10월호)은 최근 발굴된 이효석(李孝石.1907-1942)의 마지막 장편소설 「녹색의 탑」을 실었다. 3-4회로 나눠 연재할 계획.
작가의 대학시절 경험을 소설화한 이 작품은 「綠의 塔」이란 제목으로 1940년 1월7일부터 같은 해 4월28일까지 총독부 기관지인 <국민신보>(41-57호)에 연재됐다.
이효석은 지난 1940년 <삼천리> 7월호에 게제된 수필 '괴로운 길'에서 장편소설에 대해 언급하면서 "6월 한 달 소설이 끝날 때까지는 천 매를 훨씬 넘으리라고 생각된다"며 괴로운 글쓰기의 심경을 토로한 바 있다.
두 소설 가운데 하나는 '창공'으로 알려졌으나 수필에 언급된 나머지 장편소설은 63년이 지난 최근까지 밝혀지지 않아 이효석의 '환상의 소설'로 묻혀 있었다.
「문학사상」은 그 원인에 대해 "일제가 4년째 계속 중인 중국 침략 전쟁에 이어 태평양 전쟁이 일어나기 1년 전의 혼란한 시국적 상황에서, 일본어로 발표된 '녹색의 탑'은 워낙 독자가 희소하고 일본어 주간지에 연재되어 관심을 둔 이가 없었던 탓"이라고 풀이했다. 이효석 자신도 연재가 끝난 2년 후인 36세에 요절해 단행본으로 발행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김윤식 명지대 교수는 "이 작품은 한국문학의 한 변형이라 할 만한 일문소설을 연구하고, 일제 강점기 문인들의 글쓰기에 관한 실상과 고민의 실상을 규명하는 데 있어 귀중한 자료라고 생각한다"며 그 전문을 게재하는 것은 "한국문학사의 보완작업에 연구자료가 되는 매우 뜻있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권영민 서울대 교수는 "탁월한 작가로서 불후의 명작을 남긴 이효석은 잠시 총독부 관리로 취업한 일은 있지만 친일문인으로서의 길을 거부하고 창씨개명도 하지 않았다"며 「녹색의 탑」은 "친일 아부적인 요소가 희박하고, 일제 말기 엘리트 지식인들의 연애를 중심으로 한 당시 젊은이들의 생활상을 그린 내용"이라고 소개했다.
소설은 주인공 영민이 친구들과 한강에서 유람선을 타다 물에 빠지는 장면에서 시작해 당시 대학생의 연애와 갈등, 학위논문을 끝내고 조교수로 내정받는 일 등의 에피소드들이 밝은 필체로 이어진다.
이상옥 서울대 명예교수는 '이효석 문학의 완벽한 결산-「녹색의 탑」을 통해서 본 이효석의 문학과 삶'이란 제목의 기고문을 통해 이효석의 심미주의를 소개하면서 「녹색의 탑」을 대할 때 비평적 자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신체제'와 '국민문학'을 충실히 추종하라는 일제 당국의 압력에 대해서 이효석은 참으로 절묘하게 대처하고 있었다. 그가 일어로 소설을 쓴 것은 일어가 다른 대안이 없는 유일한 표현수단이었기 때문이며, 자기 문학의 세계화를 위한 도구로 일어를 이용할 수 있기를 은근히 바라고 있었기 때문이다..중요한 것은 그가 일제의 '신체제'에 얼마나 동조하고 있었는지를 밝혀내는 일이요, 일어로나마 얼마나 훌륭한 작품을 썼느냐를 따지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