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비대위원장을 비롯한 지도부와 현역의원 40여명, 김원기·정동영·권노갑 상임고문, 당직자 등 민주당 관계자 200여명은 이날 오전 국립현충원을 참배한 뒤 국민을 상대로 ‘사죄의 삼배’를 올렸다.
이들은 “뼈를 깎는 심정으로..”, “통렬한 반성과 참회로..”, “백척간두에 서서 거듭남으로..”라는 말과 함께 어둡고 비장한 표정으로 삼배한 뒤, 김대중 전 대통령 묘소를 찾았다.
문 비대위원장은 현충원에서 “열화와 같은 국민의 성원에 부응하지 못했고 정권교체에 실패했다. 민주당의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이제 사즉생의 각오로 거듭날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는 영등포 당사에서 가진 첫 비대위 회의에서도 “민주당은 60년 정통 야당이라는 자랑스러운 역사만 빼고 모든 것을 바꿀 것”이라며 “일체 기득권이나 정치생명에 연연하지 않고 사즉생의 각오로 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어떤 말씀도 귀 기울여 들을 것이다. 저희에게 혹독한 회초리를 들어 달라”며 “새 길을 찾기 위해서는 어떤 변명이나 토를 달지 말고 잘못을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현충원 참배에 민주당 127명의 의원 가운데 3분의 1 정도만 참석했다.
이에 이용득 비대위원이 “127명의 의원이 참패에 대해 과연 반성을 하는지 국민이 쳐다보고 있다”고 지적하자, 문 위원장은 “우리가 연락을 못 했거나 외국에 있어 참석하지 못했을 뿐”이라며 서둘러 진화했다.
문 위원장 등 지도부는 회의를 마친 뒤 김 전 대통령의 동교동 사저를 찾아 부인 이희호 여사를 예방한데 이어, 4·19 민주묘지를 찾아 사죄의 삼배를 올렸다.
당 지도부는 15일 광주를 찾아 5·18 민주묘지를 참배하고, 16일에는 김해 봉하마을과 부산 민주공원을 찾는 등 이른바 ‘회초리 투어’를 실시할 계획이나 시기상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나와 영호남 방문 이후의 일정을 재논의키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