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5명의 사상자를 낸 삼성전자 불산 누출사고와 관련해 29일 합동감식 등 원인조사에 착수했다.
또 사고 은폐의혹을 받고 있는 삼성전자가 경찰의 접근을 1시간여 동안 막은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커지고 있다.
29일 경찰에 따르면 사고 당시 CCTV 분석결과, 숨진 박모(34)씨는 불산탱크룸으로 들어가는 장면이 찍힌 28일 오전 4시40분 당시 방제복을 입지 않고 방독면만 착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화성동부서 형사과장 등 4개팀, 경기경찰청 형사과 등 20명으로 수사전담반을 꾸려 이날 0시부터 6시간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협력업체 STI서비스 대표와 안전관리책임자 등을 불러 조사를 벌였다.
이들은 “현장 처리에 급급해 경황이 없어 신고를 못했다. 하지만 작업은 합법적으로 이뤄져 잘못이 없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유해화학물질인 불산 보관 및 관련 작업일지, 사고 현장 내부 CCTV 등을 확보해 불산 탱크, 배관의 유지 관리, 위·수탁 관계 등을 분석해 사고 원인과 경위를 확인 중이다.
또 관계자 조사와 함께 부상자 4명이 재입원해있는 한강성심병원에서 방문조사를 벌일 예정이었으나 진술 거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화성사업장 소방대원들도 참고인 조사를 위해 출석을 요구했으나 응하지 않았다.
불산 배관 밸브교체 작업 후 불산 가스에 노출된 작업자 4명은 28일 낮 12시50분 아주대병원 응급실에서 검사를 받고 퇴원했다가 정밀검사 및 치료를 위해 서울 한강성심병원에 다시 입원한 상태다.
그런가 하면 숨진 박씨 유가족은 박씨가 방제복을 입지 않았다는 삼성전자 발표를 믿기 어렵다며 사실 규명을 촉구, 국립과학수사원에 부검을 의뢰함에 따라 30일 오전 8시20분에 부검이 진행될 예정이다.
국과수와 환경부, 한강유역환경청, 소방서, 경찰 등 30여명으로 구성된 합동감식반은 오전 10시30분부터 2시간 현장 감식을 벌였다.
수사전담반 관계자는 “누출사고를 일으킨 문제의 밸브는 국과수에 감정을 의뢰했다”며 “누출 부위를 감쌌다는 비닐봉지를 증거물로 확보했는지는 확인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사고 인지 후 출동한 경찰이 삼성전자의 까다로운 보안절차에 막혀 정문통과에만 1시간여가 걸린 것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