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조직법 개정안의 처리 지연으로 ‘식물정부’에 이어 ‘식물국회’에 대한 비판여론이 높아지면서 새누리당이 강행처리를 원천 차단한 국회선진화법에 대한 개정론을 제기하고 나서 당내 찬반 논란으로 시끄럽다.
현행 국회 선진화법은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권한을 대폭 제한,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쟁점 법안을 재적의원 5분의 3(180명) 이상이 동의해야 신속처리법안으로 올릴수 있도록 하고 직권상정 요건도 ▲천재지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국회의장이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과 합의한 경우로 한정하고 있다.
심재철(안양 동안을) 최고위원은 7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른바 선진화라는 거짓말로 분칠된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우려했던 식물국회, 식물정부가 현실화되기 시작했다”며 “한마디로 말해 소수파의 발목잡기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소수파 발목잡기법’이라고 얘기할 수 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결국 국회법은 두고두고 국회를 식물로 만드는 법이고, 자승자박하는 법이므로 당연히 개정돼야 한다”며 “작년에 법 통과할 때 황우여 대표가 원내대표로서 진두지휘했던만큼 결자해지해야 한다”고 황 대표를 겨냥했다. 이는 2011년말 황우여 당시 원내대표와 당내 쇄신파가 주도한 국회선진화법 개정을 추진한 점을 염두에 둔 것이다.
6선의 이인제 의원도 평화방송 라디오에서 “선진화법은 아주 잘못된 것이 법으로 다수결의 원리 자체를 봉쇄해버렸다는 점”이라며 “하수구가 없는 부엌과도 같은 상황”이라고 가세했다.
여야 협상의 당사자인 김기현 원내수석부대표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회선진화법 개정 논의를 추진해야 한다”며 “이런 형태의 정치문화를 만들어가는 상황은 국회를 식물화로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표결을 반드시 보장하는 제도로 고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잇따라 당내 비판으로 난감한 처지에 빠진 황우여(인천 연수) 대표는 즉각 반론에 나서 “날치기와 몸싸움이라는 야만적·후진적 정치에서 벗어나고 ‘폭력국회’의 오명이 국회에 발을 디디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국민이 바라는 품위있게 일하는 국회를 만들고자 격상시키는 법으로 국회선진화법을 만들었다”고 강조한 뒤, “이 법 앞에서 옷깃을 여미고 혹시라도 오용, 남용, 악용이 없도록 법 적용 초기에 조심하고 겸허한 마음으로 대해야할 것”이라고 경계했다.
쇄신파인 5선의 남경필(수원병) 의원도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처리를 위해 국회 선진화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동의할 수 없다”며 “현재 여야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합의 처리하지 못하는 이유는 정치력과 협상력의 문제이지 국회 선진화법 제도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같은 새누리당내 논란에 대해 민주통합당 박용진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정치력 부재를 법의 문제로 돌리려는 얄팍한 꼼수”라며 “새누리당이 앞장서서 개정하고 박근혜 대통령도 합의한 것인 만큼 이 법을 욕하고 탓하는 것은 스스로 누워서 침 뱉는 격”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