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3년에는 벽돌폰이 있었다. 모토롤라가 세계 최초로 ‘다이나택’이라는 이름의 벽돌폰을 선보였고, 우리나라에서 1984년 5월 처음 이동전화서비스가 시작됐을 당시에는 승용차 안에 장착된 크고 무거운 전화기를 들고 차 안에서만 이동전화가 가능했다. 당시의 공식 용어는 카폰이었지만 보통은 벽돌폰이라고 불렀다. 길이 1피트(30cm), 무게 2파운드(907g)의 벽돌처럼 각지고 무겁고 컸기 때문에 그렇게 불렸다. 1984년 당시 벽돌폰의 가격은 미국에서 3천995달러, 우리나라에서 331만원, 가입비까지 포함하면 400만원 정도로 자동차 한 대 값에 버금갔지만, 2007년에 나온 애플의 아이폰은 400달러에 불과하며, 2013년 현재 보통의 핸드폰은 미국에서 200달러에 살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우체국에서 저렴하게 가입하는 알뜰폰에서부터 50만원 안팎의 비싼 스마트폰까지 호주머니 사정과 기호에 따라 고를 수 있다. 모토롤라의 벽돌폰이 4천 달러 정도였음을 생각하면 지난 30년 동안에 휴대폰의 가격은 1/10 이하로, 길이는 1/3가량으로, 무게는 1/6 이하로, 두께는 0.5cm 이하의 초슬림형으로 변했다.
둘째, 휴대전화 가입자도 엄청나게 증가했다. 1984년 휴대전화 서비스가 시작된 첫 해의 가입자는 3천명에도 못 미쳤지만 지금은 5천만을 넘는다. 1996년에 3개의 신규 사업자가 시장에 진입하면서 기존 2개 사업자의 독과점 시장은 완전경쟁 시장으로 변해버렸다. 가입자 유치 경쟁에 불을 댕겼고, 1996년 100만이던 가입자는 1997년 500만으로 5배 급증했다. 하지만, 신기록은 너무 빨리 그리고 너무 쉽게 깨졌다. 1998년 1천만명, 1999년 2천만명, 2002년 3천만명, 2006년 4천만명, 2010년 5천만명을 넘어섰다. 이렇게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여 2012년 현재 가입자는 5천363만명이 되었고, 우리나라 인구 5천만명보다 더 많아졌다. 처음 휴대전화 서비스가 등장했을 때에는 부의 상징이었다면, 2013년 현재는 유치원 꼬마들도 들고 다니는 전 국민 필수품이 되어버렸다.
셋째, 휴대전화의 서비스 내용도 완전히 바뀌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전화를 걸고(1세대), 다음에는 문자를 보내는 정도(2세대)였지만, 지금은 컴퓨터처럼 인터넷에 접속(3세대)하여 정보를 검색하고, 메일을 주고받고, 은행거래도 하고, 증권 투자도 편리하게 가능해졌다. 요즘 통신업계는 빠른 속도로 대용량의 영화를 내려 받고, 카메라 속의 사진과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릴 수 있는 4세대 LTE 서비스를 선전하고 있다. 손 안의 컴퓨터처럼 똑똑한 스마트폰으로 변신한 것이다.
넷째, 지난 30년 동안 통신서비스 업체들도 몰라보게 변해버렸다. 통신서비스업계의 절대강자였던 KT와 SKT는 최근 인터넷 전화는 물론 무료 문자메시지 업체들이 몰고 온 태풍에 휘청거리고 있다. 구글, 페이스북, 카카오톡, 네이버, 바이버 등 뉴 페이스들이 전통적인 통신업체의 입지를 갉아먹고 있다.
다섯째, 휴대전화기 제조업체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1983년 세계 최초로 카폰(벽돌폰)을 상용화했고, 1996년 ‘스타택’이라는 이름의 깜찍한 폴더형(접이식) 전화기를 처음 만들어 히트시켰던 모토롤라는 구글에 팔렸고, 보급형 휴대폰으로 세계시장에서 선전했던 핀란드의 노키아는 마이크로소프트에 팔렸다. 빈자리를 애플과 삼성이 채우고 있지만, 이 둘의 미래도 낙관할 수 없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가 안경 같은 휴대폰(구글 글래스), 손목시계형 휴대폰 등 전혀 새로운 모양의 휴대폰을 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휴대폰 30년의 부작용도 많다. 똑똑한 스마트폰 때문에 전봇대에 부딪히거나, 교통사고를 일으키는 바보 같은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이 교통사고 원인의 20%를 차지한다고 한다. 휴대폰이 똑똑해졌지만, 그만큼 휴대폰 중독도 늘어나고, 교통사고도 늘어나는 등 부작용도 많아진 것이다. 요즘 우리나라 노인의 자살률이 세계 최고수준이라고 하는데, 스마트폰 사용하는 틈틈이 시골의 부모님께 안부전화를 드리고 있는지 반성해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