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지휘를 맡아야 할 선장은 첫번째로 도착한 구조선을 탔다는 의혹을 받고, 선상에 있는 46개의 구명보트는 달랑 하나만 펴졌다.
운 좋게 객실 밖으로 대피했던 승객들은 목숨을 건졌지만, 수학여행을 온 학생과 관광객 등 280명의 생사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사고 첫날 구조돼 해경에서 조사를 받은 선장과 기관장 등 핵심 승무원 10명은 그렇게 승객들을 저버렸다.
승객을 남겨두고 먼저 사고 현장을 빠져나와 피해를 키웠다는 의혹을 받는 이들은 긴급 상황 시 지켜야 할 대피 매뉴얼을 하나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세월호 운항관리규정’에는 폭발·해양오염·비상조타·기관고장·인명구조 등 비상상황이 발생하면 승무원들이 따라야 하는 매뉴얼이 상세히 나와 있다.
먼저 선장은 선내에서 총지휘를 맡아야 하고, 2인자인 1항사는 현장지휘, 2항사는 다친 승객들을 돌보고 생명줄과 같은 구명보트를 작동해야 한다.
그러나 세월호의 승무원들은 이 같은 규정과는 정반대의 행동을 했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이들이 유일하게 지킨 매뉴얼은 ‘선장의 지시를 따라라’라는 한 구절뿐이었다.
기관장 박모(60)씨는 “기관실에 있는데 선장이 위험하니 (위로)올라 오라고 했고, 아마도 9시쯤 탈출한 것 같다”고 선장의 지시를 따랐다고 했다. 기관장의 말이 사실이라면 한참 승객들이 불안에 떨던 시간에 총지휘를 맡아야 할 선장은 승무원에게는 탈출 명령을 내렸고, 승무원들은 혼란에 빠진 승객들을 저버렸다는 지적이다.
고 박지영씨 등 일부 승무원의 살신성인 활동이 보이기도 하지만 승객을 목숨과 재산을 지켰다는 승무원은 거의 찾을 수 없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배 구조가 익숙한 승무원들은 단원고 학생들보다 세배 넘게 목숨을 건졌다.
누구에게나 목숨은 소중하지만, 6천800t이 넘는 배에 승객 475명을 태운 승무원들의 사명감은 어디에도 찾아 볼 수 없었다.
/이상훈기자 l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