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히 떨어져 있어야 내부가 보인다

2014.07.21 21:30:27 인천 1면

 

‘문학의전당 시인선’ 181권으로, 평택문인협회와 경기신문 오피니언 ‘생활에세이’ 필진으로 활동하고 있는 한인숙 시인의 두번째 시집이다.

저자는 이 시집에서 ‘사이’에 주목한다. 사이는 단순히 시공간의 거리만을 일컫는 것이 아니다. 낯모를 사람이 서로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사람과 사람이 마주할 때 ‘서로’가 된다.

서로가 돼 이쪽에서 저쪽으로 눈길을 던져주고, 저쪽에서 이쪽으로 시선을 던져줄 때 삶은 시작된다. 떨어지는 이파리를 손에 안을 때, 이파리와 손바닥 사이에는 측량할 수 없는 공기의 너비가 자리한다.

이파리와 나 사이에 푸른 하늘이 있다. 떨어지는 이파리와 내 손바닥이 관계를 갖기 위해서는 낙하할 하늘이라는 ‘사이’가 필요하다. 이런 방식으로 인간과 인간은 만난다. 적당히 떨어져 있지 않으면 내부가 보이지 않는다.

안을 보기 위해서는 ‘사이’를 살 필 필요가 있다. ‘우리 사이’라고 말할 때 ‘사이’는 비로소 인간이 가지는 저 내밀한 공감 능력의 시원과 비밀을 일깨운다. 사이는 시공간의 질서를 허물어뜨리는 ‘하나됨’의 마법이기 때문이다.

이번 시집에서 ‘경계’와 ‘사이’와 ‘틈새’라는 단어가 유독 많이 등장하는 이유는 ‘사랑의 사태 그 자체로’ 돌아가려는 의지로 읽힌다. 사이·경계·틈새는 사랑의 본질이다. 나와 대상 사이에는 ‘거리’가 필요하고, 그 거리(사이)는 나와 대상의 차이를 만든다.

여기서 단순히 동일화의 욕망이 아닌 당신과 내가 같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할 때 당신을 바로 볼 수 있다는 진정한 사랑의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그러나 여기서 끝이 아니다. 사랑하면서 당신과 내가 다르다는 사실을 알아가는 것보다 먼저, 당신과 내가 다르다는 사실이 ‘사랑에의 의지’를 북돋운다.

/김장선기자 kjs76@

 

김장선 기자 kjs76@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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