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도 점심을 같이 먹고, 저녁에도 아빠와 영화를 보라고 입장권 예매까지 해주고선….”
지난 10일 오전 의정부 그린아파트 화재로 아까운 목숨을 잃은 한경진(26·여)씨가 안치된 의정부 추병원 장례식장에서 만난 한씨의 어머니 궁선영(48)씨는 딸의 영정사진을 보며 한없이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궁씨는 “어제 저녁까지도 환하게 웃으며 얼굴을 봤던 딸아이에게, 하룻밤 새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경진이가 대학 전공을 살려 웹디자이너로 일을 했다. 손목이 너무 아파 지난해 하반기부터 잠시 쉬면서 아르바이트로 일을 하고 있었다”며 “부모님 말은 물론, 내 비위도 잘 맞춘 친구같은 딸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컴퓨터 작업으로 손목이 너무 아프다는 말에 내가 석 달 전 보호용 마우스까지 선물 했었다”며 “딸아이가 마우스덕에 아픈 손목이 많이 나아졌다고 했는데…”라고 울먹였다.
한씨는 양주시에 있는 본가에 왔다갔다하는 시간도 아끼려 지난해 의정부에 거처 마련하고 홀로 생활을 해왔다.
어머니는 “고교, 대학시절에도 혼자 열심히 공부해 장학금까지 받아가며 힘들게 공부해 온 딸 아이가 제 꿈도 펼쳐보지 못 한게 너무 안쓰럽다”며 “어제도 추운 날씨에 고생하는 딸아이를 위해 화장품과 옷도 선물해줬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착하디 착한 내 딸아이에게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어떻게 상황이 진행되고 있는지 유족들에게 한 마디도 설명해주는 사람이 없었다”며 “하도 답답해 남편이 경찰서에 찾아간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궁씨는 “경진이가 어젯밤에도 늦게까지 일을 하고 오늘 늦잠을 자다 변을 당한 것 같다”며 “철저한 원인 규명이 이뤄지고 대책이 빨리 마련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정재훈기자 jjh2@